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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정리179

100점에서 120점으로 AI 덕분에 그동안 미뤄왔던 일들을 하나씩 하고 있다.하루하루 놀랍고, 더 잘 활용하고 싶다.근데 요즘 AI 이야기를 보면 얼마나 쉽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그런 이야기를 보다 보면 나도 결과를 얼마나 더 좋게 만들 수 있을지보다, 얼마나 덜 노력할 수 있을지에 먼저 관심이 간다.예를 들어 120의 노력을 들여 100짜리 결과물을 만들었다고 해보자.이제는 AI로 30의 노력만 들여도 95를 만들 수 있다.이 정도 차이는 괜찮다고 생각한다.결과를 들인 노력으로 나눠보면, 예전에는 100 / 120으로 약 0.83, 이제는 95 / 30으로 약 3.17이다.말하자면 노력의 가성비가 좋아진 셈이다.여기서 95를 100 이상으로 높이는 방법을 찾을 수도 있고, 95를 만드는 데 필요한 노력을 더 .. 2026. 10. 4.
회사의 비누를 만드는 사람들 요즘 판교 일대를 걷다 보면 여러 현수막을 보게 된다.회사마다 개발자의 역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엿볼 수 있다. AI가 코드를 작성하는데, 개발자만 꼭 개발을 해야 하느냐, 개발자가 꼭 개발만 해야 하느냐는 이야기가 많다.직접 문제를 풀던 시간은 줄고, AI에게 일을 시키고 결과만 넘기는 사람이 된 것 같다는 개발자분들도 많다.AI로 바이브 코딩을 하면서 개발자가 아닌 사람들도 업무에 쓸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 수 있게 됐다.앞으로 이렇게 만드는 사람은 더 많아질 거고, 그만큼 사고도 생길 거다.혼자 쓰려고 만든 프로그램에서 회사 정보가 밖으로 샐 수도 있고, 데이터를 고치다가 원래대로 돌리지 못할 수도 있다.그렇다고 다시 개발자만 프로그램을 만들게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직접 만들어 쓰는 게 얼마나 편.. 2026. 9. 26.
틀려도 다시 말하지 않기 요즘 혼자 소리 내어 말하는 일이 많아졌다.샤워를 하면서 질문 하나를 정해 두고 혼자 답한다.늦게까지 일한 날, 사람이 거의 없는 회사 앞에서 택시를 기다리는 몇 분 동안에도 누군가 내게 질문했다고 생각하고 답하기도 한다.왜 지금 이 일을 하는지, 최근 가장 고민하는 것은 무엇인지, 그때로 돌아간다면 같은 결정을 할 것인지 등등.답을 미리 적어 두지는 않는다.충분히 정리될 때까지 기다리지도 않는다.첫 문장부터 바로 말한다.생각을 정리할 때는 주로 글을 썼다.글을 쓰다 보면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과 실제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다르다는 걸 자주 깨닫게 된다.머릿속에서는 분명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쓰려고 하면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설명하지 못할 때가 있다.글은 몇 번이고 고칠 수 있다.앞 문장으로 .. 2026. 8. 30.
단점 대신 약점 최근, 장기간의 이직 준비에 지친 분과 이야기를 나눴다.면접 자리에만 가면 말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대화가 수월하게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 자기 단점이라고 이야기하시길래 그건 단점이 아니라 약점일 뿐이라고 말씀드렸다.요즘 스스로 부족한 점을 발견할 때마다, 일부러 단점이라고 말하지 않으려고 한다.습관처럼 "이게 내 단점이지"라는 말이 올라오면, 이를 꽉 깨물고 "이건 내 약점이야"라고 생각한다.영어로 미팅할 수도 없고,고객이 원하는 것을 포착하는 감각도 떨어지고,돈을 버는 감각도 뛰어나지 않다.(요즘은 코딩도 너무 오래 쉬었다.)예전에는 이런 것들을 모두 내 "단점"이라고 생각했다.근데 "영어를 못하는 게 내 단점이야"라고 말하면, 영어를 못하는 현재의 상태가 마치 나라는 사람의 결함처럼 느껴졌다... 2026. 8. 8.
이력서의 서사 트위터에서 가끔 보이는 링크드인 밈이 있다.맥도날드에서 아르바이트한 경험을 이력서에 쓸 때, 그냥 "맥도날드 알바"라고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글로벌 F&B 기업에서 고객 접점 운영을 경험"했다고 쓴다.편의점 알바는 "리테일 현장에서 재고 관리와 고객 경험을 담당"한 일이 되고, 카페 알바는 "고객 응대와 주문 처리 프로세스를 개선한 경험"이 된다.처음 보면 웃기다.특히 링크드인 특유의 진지한 문체와 만나면 더 그렇다.별것 아닌 경험을 대단한 커리어처럼 포장하는 것처럼 보인다.그런데 한편으로는 꼭 나쁘게만 볼 일인가 싶기도 하다.맥도날드에서 일했다는 사실은 작아 보인다.하지만 그 안에는 피크타임의 압박, 반복되는 주문, 실수하면 바로 드러나는 현장, 낯선 고객을 상대하는 긴장,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맞춰.. 2026. 5. 19.
나그네의 겉 옷을 벗긴건 햇살 몇 년 전에 한참 PT를 받을 때가 있었다.PT만 하던 곳이라 그 시간에는 거의 나만 운동을 했다. 운동이 끝나면 샤워를 하고 나오는데, 어느 날은 PT 선생님이 칭찬을 하시는거다."동욱님이 샤워하고 나오면 항상 샤워실이 깨끗해요.제가 청소하는 것보다 더 깨끗한 것 같아요" 라고. 샤워하고 나오면서 뒷정리를 굳이 신경쓰면서 하진 않았다.근데 그런 얘기를 듣고나니 신경쓰이기 시작했다. 그 뒤로는 샤워가 끝나면 항상 한번 더 돌아보고 정리할 수 있는 건 정리하고 나왔다. 면도기 등 일회용품들이 널브러져 있으면 주워서 버렸다.어쩔 때는 그 전 분이 사용하고 버리고 간 일회용 샤워타월을 주워서 버리기도 했다. 마지막에 나온 사람이 "나"이고, PT 선생님은 내가 그걸 버린 사람이라고 생각하실 수 있으니.. 2026. 5.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