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생각정리

전염시키기

by 향로 (기억보단 기록을) 2023. 4. 1.
반응형

최근에 배민에서 세미나 발표를 했다.
끝나고 별도의 자리에서 와주신 분들과 한분씩 고민 상담을 진행했다.
(사실 책 사인하는 시간이였는데… 사인하면서 하나 궁금한점이 있다고 하시면서 본격 고민 상담 시간..)

그때 가장 많이 나온 질문이 "나는 주니어인데 좋은 개발팀에서 성장하고 싶다. 지금 팀의 개발 문화를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팀원들을 설득시킬 수 있냐"는 것이다.

고민을 이야기하신 분들 대부분이 다음과 같은 팀에 속해있었다.

  • 코드 리뷰를 원하지 않는 팀원
  • 테스트 코드가 불필요하다는 팀원
  • 퇴근 후 공부를 원하지 않는 팀원

본인은 팀원들과 스터디도 같이 하고 싶고,
코드리뷰도 하고 싶고,
테스트 코드도 작성해보면서 제품을 개발해보고 싶다는 것이다.

물론 위와 같은 팀원들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직장인으로서 본인의 책임을 이미 다했기 때문이다.
흔히 소프트웨어 장인 정신이라 불리는 것을 꼭 모든 개발자가 갖춰야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질문자분들은 모두 주니어이면서 좋은 개발문화를 경험해보고 싶어했다.
이럴때 어떻게해야 팀원들을 설득해서 코드리뷰, 테스트코드와 같이 좋은 개발 문화를 경험할 수 있겠냐는 것이 고민의 골자였다.

예전 글에서 한번 이와 유사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바로 신뢰 자본이다.

본인이 신뢰받고 있는 리더라면, 팀원이라면 팀을 설득하기가 쉽다.
하지만, 입사한지 1년도 안되는 사람은 아직 신뢰 자본을 쌓기에 시간적으로 부족하다.
충분히 신뢰가 쌓이기 전까지는 그럼 어떻게 해야할까?

트위터에서 되게 와닿는 말을 본적이 있다.
"타자를 변화시키는 힘은 계몽이 아니라 전염이다" 라는 것이다.

tw


그래서 그들에게 계속 이걸 해야한다고 하기 보다는 나 먼저 그걸 하고 그들이 전염될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꽤나 타율이 좋은 방법이였다.

코드 리뷰나 테스트 코드에 관심이 없는 팀원들에게 갑자기 "이걸 하자, 저걸 하자" 라고 이야기해봐야 관심을 받기 힘들다.
그건 내가 하고 싶은 것이지 그들이 하고 싶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직 팀에 제대로 된 문화가 갖춰지지 않았을때 적용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나 먼저 하곤 했다.

예를 들어 3일의 일정이 필요한 일감을 받는다면,

  • 가능하면 하루 정도는 일정을 더 받아서 4일을 일정으로 받는다.
  • 그게 아니라면 최소한 2일, 2.5일 안에 끝내고 어떻게든 남는 시간을 최소 반나절 이상을 확보한다.

이렇게 확보한 일정으로 하고 싶은 일들을 했다.

  • 작업한 Branch 외에 기존 head Branch (보통은 develop branch) 에서 새 Branch를 만들고
    • 기존에 절차형으로 작성하던 코드를 OOP로 다시 한번 작성해본다던가
    • 기존에 OOP로 작성하던 코드를 FP로 다시 한번 작성해본다던가
    • TDD로 처음부터 다시 구현해본다던가
  • 작업한 Branch 에서 신규 Branch를 만들어서 테스트 코드를 넣어본다던가
  • API E2E 테스트를 위한 스크립트를 만들어본다던가
  • 개인 PC나 개인 서버에 정적 분석시스템을 구축해서 push가 있을때마다 정적 분석을 받아본다던가

등등 뭐든 내가 원하던 좋은 개발문화나 성장 방법을 나 먼저 해보는 것이다.

일의 난이도를 높이면서 나 스스로 성장하는 것이다.

이렇게 새로 만드는 것들, 새롭게 시도하는 것들이 남은 일정내에는 완료가 안될 수도 있다.
그래도 괜찮다.
나는 이미 해당 작업은 끝내놓고 진행했기 때문이다.

일감이 마무리 안 된채로 진행했다가 일정을 못지키면 종국엔 주변 동료들의 신뢰를 잃게 된다.
이 방법의 핵심은 팀원들의 신뢰를 잃지 않으면서 나는 성장하기이다.

나 자신은 계속 성장하는 방법을 시도하면 된다.
내가 하루하루가 만족스럽고 성장하고 있으면 나를 보고 관심있는 사람들이 하나씩 생긴다.
관심 있는 사람들이 생기면 이제 그 사람들과 무언갈 하면 된다.

그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아닐 수도 있는데 무턱대고 같이 하자고 하면 안된다.
그건 사람들을 계몽시키려고 하는 것이고,
이는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신뢰 자본이 없는 채로는 거의 불가능하다.

가능하면 전염시키는 방법이 필요하며,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내가 내 장단에 맞게 일 하면서 성장하는 것을 주변에서 볼 때 하나둘씩 전염되었다.

물론 누구도 전염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괜찮다.
최소한 나는 그 전보다 나아졌으니깐.

그렇게 시간이 지나도 누구도 전염되지 않으면, 그땐 이제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그룹으로 이직하면 된다.

혼자서 즐겁게 성장하자.
그럼 전염된 사람이 하나씩 나올것이다.
그때가 원하던 문화를 만들어 볼 수 있는 시기이다.

함께 읽으면 좋은 글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