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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정리

가지고 있는 무기로 싸우기

by 향로 2022. 9.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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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에 개발팀 첫 퇴사자가 발생했다.
7명에서 26명이 될때까지 퇴사자가 없다가 처음으로 발생했다.
1년 4개월만에 개발팀 퇴사자가 나온 것이다.

최근에 입사한 팀원들 입장에서는 처음 퇴사자를 만나게 되는거라서 당황스러워 했다.

물론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팀원들도 있었겠지만, 흔히 말하는 빅테크 기업으로 이직을 했기 때문에 혼란스러워 하는 팀원도 있었을 것이다.

"어? 나랑 비슷했던 저 친구도 저렇게 큰 회사를 간다고? 나도 해볼 수 있겠는데?" 같은 생각도 할 수 있다.

빅테크 기업이 주는 연봉과 복지는 충분히 매력적이기 때문에 이런 생각 자체는 나쁜것이 아니다.


주변을 보면 우리 정도 사이즈의 스타트업, 중소기업들에서 빅테크로 이직하는 일이 시작될때 큰 위기를 겪게 된다.
내실 있는 중~소규모의 개발팀에서 빅테크의 사관학교로 포지션이 변경되는 위기말이다.

조금만 삐끗하면 그 조직은 입사후 1~2년만 지나면 다 빅테크로 이직하는 조직이 되고, 입사 하는 사람도 1~2년 뒤에 빅테크를 이직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만 입사한다.

그래서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CTO 분들이나 개발팀장분들이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데, 결국 빅테크만큼의 연봉과 복지를 줄 수는 없는 반면 그걸 계기로 떠나는 사람들은 계속 나오기 때문이다.
CTO라고 해도 회사의 없는 예산을 갑자기 가져와서 개발팀 전체의 연봉과 복지를 빅테크 기준으로 맞춰주는 것은 할 수 없다.
물리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없는데, 사건은 계속 발생하고, 상황은 계속 불리해진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다.

더 큰기업으로의 이직만이 성장을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스타트업에서 빅테크로 마음이 움직인 사람을 막기는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제품팀의 리더인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상황이 정리가 되고, 개발팀 스프린트때 다음과 같이 이야기를 했다.

"처음 발생하긴 했지만, 우리 같이 작은 조직에서 빅테크로 이직한 사람이 나왔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퇴사하면 어떡하지 같은 걱정도 분명히 있다.
다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이건 우리 개발조직이 가지고 있는 개발자의 성장 방법이나, 문화, 프로세스 등이 우리보다 훨씬 큰 조직에서도 인정한 사례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방식이 정말로 좋은 방식인지 의심했던 사람이 있다면, 그런 의심은 더이상 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1명이 이직했다고 해서 우리의 방식이 100% 좋은 방식이다라고 얘기할 순 없지만,
지금의 방식에서 계속 개선해나간다면 어느 조직에서도 인정할만한 개발팀, 개발자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은 보았다.

나는 큰 회사를 다녀놓고, 여기 있는 분들에게는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것의 장점을 이야기하면 내로남불처럼 느껴질 수 있다.
확실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전 직장은 내가 입사할때까지만 하더라도 수많은 스타트업 중 하나였다.
내가 퇴사하는 시점에 빅테크가 되어있었고, 그러다보니 빅테크의 퇴사자가 된 것 뿐이다.
분명한건, 내가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스타트업이였던 조직이 빅테크로 성장하는 그 과정을 그대로 겪었기 때문이다.
여기 계신 분들도 그 경험을 꼭 했으면 좋겠다."

개발팀 분들에게 이런 생각을 전달한 것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팀원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당장은 알 수 없고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을것 같다.

하지만, 아무리 불리한 상황이라도 긍정적인 면은 분명히 있다.
그 긍정적인 면을 찾는 것도 습관이다.

CTO로서는 이런 상황이 아쉬울 수 있다.

  • 회사가 개발 조직 예산을 다른 회사처럼만 맞춰주면 할 수 있는게 많을텐데
  • 아니 도대체 이 예산으로 어떻게 개발자를 지키라는 거야

등등의 생각들을 할 수도 있다.

근데 개발팀장까지는 이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C레벨이 되고나서는 이런 생각은 안된다.
회사의 매출, 이익등은 결국 지금 당장 내가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인데, 당장 해결이 안되는 부분을 원망해봐야 변하는 것은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어떻게 하면 이 상황을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다.

물론 회사가 부족할때 함께 해준 팀원들에 대해 정말 감사한 마음을 갖고,
이후 여러가지 충분한 보상을 해줘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라도 나와 대표님은 서비스를 계속해서 성장시킬 책임이 있고,
팀원의 성장을 최대한 지원해야만 한다.


최근 보고 있는 책인 88연승의 비밀 을 보면 다음과 같은 일화가 나온다.

아래는 책의 본문에 나온 내용이다.


학교의 사정으로 다른 학교에서 경기를 치뤄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베니스 고등학교, 롱비치 시립강당, 롱비치 시립대학, 팬 퍼시픽 대강당, 산타모니카 시립대학 등을 전전했다.
심지어 LA에서 160킬로미터나 떨어진 베이커즈필드 전문대까지 가서 홈경기를 치른 적도 있다.
우리는 수 년 동안 홈 코트의 이점을 누릴 수 없었다.
나는 이 불리함을 유리함으로 바꾸려고 운명이 부여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다.
나는 선수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장소를 옮겨 가면서 홈경기를 치르면 원정경기에 강해질 것이다. 다른 곳에서 시합할 때의 산만함과 혼란스러움에 익숙할테니까."


바꿀 수 없는 것에 몰두하지 말자.
이미 발생한 사건, 이미 처해진 환경은 내가 어떻게 할 수가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현재의 이 사건, 환경을 어떻게 하면 좀 더 유리하게 바라볼 수 있는지 고민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무기로 싸우는 것에 익숙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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