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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정리

람보르기니와 지프랭글러

by 향로 (기억보단 기록을) 2022. 9.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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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카의 대명사인 람보르기니는 오프로더의 대명사인 지프랭글러 보다 더 빠른 자동차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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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질문에 대해 당연하게 답을 내리는 사람이 있고, 답을 할 수 없는 사람도 있다.
이 주제에 대해 한번 이야기해보고 싶다.

개발을 시작하고, 그간 사용하던 언어들이 항상 2가지 영역에서 같이 쓰다보니 오해를 일으킬때가 있다.

주로 사용하던 Java의 경우 서버 백엔드에서 사용되지만, 안드로이드 (클라이언트) 에서도 사용 된다.
지금 주력으로 사용중인 JS & TSNode 백엔드에서도 사용되지만 웹 프론트 (클라이언트) 에서도 사용 된다.

똑같은 언어 (Java, TS) 지만 구동되는 장소는 완전히 다르다.
구동되는 장소가 다르면 용도도 달라진다.

  • 디바이스당 단일 사용자 (모바일기기, 브라우저)를 처리하기 위한 용도냐
  • 디바이스당 다중 사용자 (서버) 를 처리하기 위한 용도냐

이 용도의 차이 외에도 몇가지 차이가 더 있다.

  • 사용자마다 패키지 (앱, 웹)을 받아야 하느냐 vs 리눅스 서버에서 한번만 프로젝트를 받으면 되느냐
  • 전역 상태를 사용해도 되느냐 vs 전역 상태를 절대 사용하면 안되냐

이로인해 똑같은 Java, TS 환경이라도 지향하는 방향, 선호도가 다를 수 있다.

가끔 몇몇 분들을 보면 그 언어가 어디서 구동되는지는 고려하지 않은채 정답이 정해져있는것처럼 이야기하는 분들을 종종 보게 된다.

예를 들어, 내가 Node.js 백엔드에 moment 를 대신할 새로운 날짜 라이브러리로 js-joda 를 선택했을때 주변에서 나온 이야기는 다음과 같았다.

  • Java하던 사람이라 그런지 역시 Joda 계열을 선택하네?
  • JS/TS에서는 js-joda 누가 쓰냐, 다 dayjs 혹은 date-fns 쓰지

이 의견을 듣고, 봤을때 굉장히 의아했다.

dayjsdate-fns다운로드 용량이 중요한 웹 프론트엔드에서 선호되는 라이브러리인것이지, 다운로드 용량이 크게 중요하지 않고, 트리쉐이킹이 핵심 요소가 아닌 백엔드에서는 1옵션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가 js-joda 를 선택한 이유는 그게 Node.js 백엔드에서는 훨씬 더 적합했기 때문이다.

date

(출처: https://inventi.studio/en/blog/why-you-shouldnt-use-moment-js#fnref2)

  • 불변 지원
  • ERROR THROWING
  • 타임존을 비롯한 풍부한 기능
  • 명료한 사용성

용량이 가벼운 것이 큰 장점인 Day.jsDate-fns는 백엔드 개발에 있어서는 큰 장점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실제로 그 2가지 라이브러리를 주력으로 사용했던 우리 백엔드팀 조차 js-joda의 사용성과 풍부한 기능, 명료한 사용성에 반하기도 했다.

라이브러리 선택할때 외에 언어의 문법을 사용할때도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예를 들어 나는 Enum을 객체로서 활용하는 것이 백엔드 개발에서 굉장히 유용함을 많이 느끼고 많은 문제들을 해결해왔다.

참고로 Enum에 관한 것은 개발자를 위한 최고의 책을 뽑아서 선정하는 Jolt Award 를 받은 이펙티브 자바 에서도 비슷하게 언급한 패턴이다.

Java 백엔드와 반대로 안드로이드에서는 성능이 중요한 곳에서는 권장하지 않는다고 알고 있다.

실제로 저 글이 SNS상에 퍼지고나서 "백엔드와 안드로이드가 서로 다른점이 많네요" 리는 페이스북 DM을 받기도 했다.

그래서 Enum은 서버 백엔드에서는 권장한다고 이야기하지, Java 개발 전체에서 권장한다고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백엔드 개발에 있어서는 JS/TS 환경도 Enum을 객체로 활용하는 방법을 적극 권장한다.

물론 TS의 Enum은 JVM 계열의 Enum과는 완전히 다르긴 하다.
그래서 ts-jenum 같이 Enum을 객체로서 다룰 수 있는 우회방법을 선택하는 것이기도 하다.
Enum을 객체로 다룰때의 장점은 위에서 언급한 배민 기술 블로그 글을 참고하면 좋다.

대신 웹 프론트엔드에서는 어드민 같이 트리쉐이킹과 다운로드 속도에 크게 민감하지 않는 영역에서만 사용하거나 아에 사용하지 않는 것을 권장하는 편이다.

근데 이걸 "백엔드/웹프론트엔드 상황을 무시한채 JS/TS에서는 무조건 Enum을 쓰면 안돼" 이런 식의 대화 흐름은 좋아하지 않는다.

보통 이 의견을 내시는 분들의 주력 근거는 라인 엔지니어링 블로그의 글이다.

글 내용이 너무나 좋은 반면에, 이게 무적의 논리로 사용되는 것에 대해서는 의아할때가 많다.

글 제목에서도 나와있지만 트리쉐이킹 관점에서의 주제이다.
즉, 트리쉐이킹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는 영역에서 굳이 Enum의 장점을 버릴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우리 팀 역시 백엔드 개발에서의 상태에 따라 다르게 작동하는 로직들에 대해서 Enum을 객체로 다루는 패턴으로 정말 쉽게 해결한 사례가 많다.
그리고 이 방식은 많은 백엔드 교육 과정에서도 코드 리뷰시 권장하고 있고, 실제로 여러 규모 있는 회사에서도 이러한 패턴으로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한 사례들이 많다.

웹 프론트엔드 TS 환경에서 권장하지 않는 방식이라고 해서, Node 백엔드 TS 환경에서 권장하지 않는 방식이라고 할 수는 없다.

(아쉽게도 국내의 많은 JS/TS 컨텐츠가 웹프론트엔드개발자분들이 작성하시다보니, 백엔드 주니어분들 역시 똑같은 패턴과 방법을 적용하는건 어찌보면 어쩔수없는 현상일수도 있다.)

내가 만드는 자동차가 아우토반에서 주행할지, 험지에서 주행할지에 따라 자동차라는 카테고리는 같지만 구현 방법과 설계가 달라질 수 있다.

마찬가지로,
똑같은 언어라도 그 언어가 구동되는 위치가 어디인지에 따라 사용 방법이 다를 수 있다.
이걸 배제한채로 언어가 똑같다고 모든 방법론을 똑같이 적용할 수는 없다.

이 글을 쓰면서 예전에 유튜브로 이야기한 리액트와 의존성 주입에 관한 주제가 다시 생각이 났다.
같은 내용과 의도는 아니지만, 오해할 수는 있을것 같다.
의존성 주입에 관해 이야기할때면 합성 (Composition) 과 의존성 주입 (Dependency Injection) 을 구분하지 않고 이야기 나올때가 있어서 이것도 영상이 아닌 글로 한번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련해서는 stackoverflow 에서도 자주 올라오는 것 같다.

 

그래서 어떤 언어에 대한 안티패턴을 이야기할때면, 그게 특정 상황에 대한 안티패턴인지, 실제 그 언어의 안티패턴인지 구분하는것이 필요하다.

이 글 초반부에 있던 질문을 다시 보자.

"슈퍼카의 대명사인 람보르기니는 오프로더의 대명사인 지프 랭글러 보다 더 빠른 자동차일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두 자동차가 달리는 곳이 어딘지에 따라 말이다.


마찬가지로,
어떤 언어를 잘 사용하는 방법은
그 언어가 어떤 환경에서 작동되냐에 따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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