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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정리

신뢰 자본

by 향로 (기억보단 기록을) 2022. 7.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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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달전에 미정님을 만나 짧은 대화 시간을 가졌다.
그간 온라인에서만 뵙다가, (기억상으로는) 처음으로 오프라인으로 뵈었다.

전 직장을 같이 다녔지만 미정님은 베트남에서, 나는 서울에서 근무하다보니 뵙지도 못해봤다.
그래서 이번에 뵐 때 참 반가웠다.

둘 모두 이직을 한지 얼마되지 않은 상태라서 공감가는 이야기를 많이 나눌 수 있었다.

그 중에서 신뢰 자본, 그리고 신뢰 대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새로운 조직으로 옮긴 구성원은 (팀원, 리더 관계없이) 기존 조직에서만큼 성과를 내기 어렵다.

익숙하지 않은 환경, 익숙하지 않은 도메인, 파악되지 못한 히스토리와 정책 등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건 새 조직으로 오면서 본인의 신뢰 자본이 0이 되었기 때문이다.

(혼자 일하는 환경이라면 모를까) 조직이라는 곳에서는 결국 타인과 함께 일을 할 수 밖에 없다.
나 혼자 결정 내리고 일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항상 누군가의 동의를 얻어내야만 한다.
그때마다 지불하는 것이 신뢰(자본)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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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경수님의 인스타그램)

즉, 조직에서 일을 할때 지불하는 일종의 화폐와 비슷하다.

특히나 리더는 조직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선 이 신뢰자본이 많이 필요하다.

신규 리더는 크게 2가지 유형으로 신뢰자본을 쌓는다.

일단 신뢰 자본을 대출로 시작하는 사람과,
차곡차곡 적금식으로 쌓아서 일정 규모 이상이 쌓이면 진행하는 사람이다.

대출로 시작한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

  • 현재 조직의 문제점을 분석/파악하여 이를 공유함과 동시에 바로 개선점과 로드맵을 제안해서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다. (신뢰를 대출)
  • 이를 위해서 조직은 이 새로운 리더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전폭적인 지지를 한다.
  • 이 지지를 발판삼아 새로 온 리더는 본인의 바램대로 완수한다 (대출 상환)


반대로 적금식으로 모은 뒤에 시작하는 것은 다음과 같다.

  • 일정 기간 동안 어떤 액션을 취하지는 않고, 지켜보며 1 on 1, 코드리뷰, 아키텍처 설계 리뷰, 장애 대응 등 실무진들과 작은 신뢰부터 쌓는다.
  • 실무진, 주변 리더들과 충분한 신뢰가 쌓인 후, 본인이 하고자 했던 방향을 이야기하며 실행에 옮긴다.

둘 다 일장일단이 있다.
신용 대출로 시작하게 되면, 바로 액션을 취할 수 있고, 성공하면 큰 (신뢰) 자본을 얻게 되지만, 실패할 경우 큰 타격을 입는다 (파산).

충분히 신뢰가 쌓이지 않은 상황에서 진행하기 때문에 기존 구성원들 입장에서는 반대할 수 있는 방법이다.

하지만 속도가 중요한 스타트업에서는 매번 새로운 리더가 올때마다 증명해야만 신뢰를 줄 수 있다면 아무것도 해낼 수 없을 수도 있다.
특히, 전문가/리더라고 뽑아놓고 지지를 하지 않는다면 해당 전문가/리더가 팀을 떠날 수 있다.
그래서 일정 궤도 이상 올라간 스타트업에서는 신뢰 대출을 많이들 사용한다.

이에 관해서는 최근 EO 영상으로 올라온 한기용님의 인터뷰를 보면 왜 합류한 전문가에게 기존 조직은 지지를 해줘야하는지를 알 수 있다.

 

반대로 신용 적금부터 시작하면 실패의 위험도는 낮지만, 속도가 늦어 새로 온 리더는 무슨일을 하는 것인지 구성원들이 의구심을 품게 된다.

나는 성격상 너무 큰 리스크를 지는 것은 선호하지 않는다.
그래서 보통 후자인 신뢰 적금부터 시작하는 편이다.
그러다보니 6개월 이상의 시간이 지나야만 의도한대로 일이 진행된다.

반면에 나와는 반대로 시작해서 빠르게 성과를 내고 신뢰 자본을 축적하는 리더분들도 많으시다.

어느 방법이든 정답은 없다.
본인에게 좀 더 맞는 방법만 있을 뿐이다.

조직에 있는 동안 이 신뢰자본을 쌓는 방법을 익히고 활용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어떤 일을 하는데 있어,
무언가 잘 되지 않는다면,
팀원들이 매번 내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팀장님이 매번 내 아이디어를 승인해주지 않는다면
나에게 신뢰 자본이 부족한게 아닌지 의심해봐야 한다.

조직의, 일의 화폐인 신뢰를 쌓고 활용 하는 법을 배워야만 한다.
회사에서 벌어야 할 것은 돈이 전부가 아니다.

이와 관련해서 김창준님의 함께자라기 혹은 객관성의 주관성 : 당신이 설득에 실패하는 이유 을 보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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