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하드씽이란 책을 아주 재밌게 보고 있다.
밑줄 칠 내용이 너무 많지만, 고객 니즈란 측면에서 저자인 벤 호로위츠의 경험과 생각이 와닿았다.
제품 개발 프로세스가 기존 고객들이 제시한 수많은 요구사항에 짓눌려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
결국 제품 개발 전략에서 핵심이 되는 포인트는 이것이었다.
바로 최고의 제품을 구현할 방법을 찾아내는 일은 고객이 아니라 개발자의 몫이라는 것.
고객은 기존 제품에 대한 경험에 비춰봤을 때 자신이 원한다고 생각하는 것만 알고 있을 뿐이다.
혁신을 추구하는 개발자는 가능한 모든 요소를 고려할 수는 있지만 종종 '고객 요구에 부합된다고' 여겨지는 것과 반대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결국 혁신에는 지식과 기술과 용기가 모두 필요하다.
그리고 때로는 회사의 설립자만이 데이터를 무시할 용기를 발휘할 수 있다.
우리에겐 시간이 별로 없었고, 따라서 내가 나서야 했다.
"기존 고객들의 요구사항은 신경 쓸 필요 없습니다.
제품을 혁신해 재창조하는 것이, 그래서 우리가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이 내용과 유사하게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실린 Walter Isaacson의 The Real Leadership Lessons of Steve Jobs 에도 있었다.
Walter Isaacson 이 경험한 스티브 잡스의 리더십에 대한 이야기인데, 그 중 아래와 같은 내용이 있다.
[Don’t Be a Slave To Focus Groups]
잡스가 최초의 매킨토시팀과 함께한 첫 번째 아이디어 워크숍 자리에서 한 팀원이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시장조사를 해야 하는지 물었다.
잡스는 “그럴 필요가 없다”며 “고객은 우리가 무언가를 보여주기 전까지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전혀 모른다”고 설명했다.
잡스는 헨리 포드의 말을 인용했다.
“내가 고객들에게 무엇을 원하느냐고 물었다면 ‘좀 더 빠른 말!’이라 답했겠지.”고객이 무엇을 원하든지 관심을 갖고 있다고 해서 고객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아직 형성되지 않은 고객의 욕구에 대한 직관과 직감이 필요할 뿐이다.
잡스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아직 종이에 인쇄되지 않은 무언가를 읽어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잡스는 시장조사에 의존하기보다 특유의 공감능력(고객이 갖고 있는 욕구를 꿰뚫어보는 직관)을 키웠다.
잡스는 대학을 중퇴한 후 인도에서 불교를 공부하면서 직관(경험을 통해 누적된 지혜를 토대로 하는 느낌)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한다.
잡스는 당시를 회상하며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인도 시골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우리처럼 지적 능력을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그 사람들은 직관을 활용한다. 직관은 매우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 나는 직관이 지적 능력보다 더욱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직관을 중요하게 여긴 탓에 잡스는 단 1명으로 이뤄진 포커스 그룹을 활용하기도 했다.
그 1명은 다름 아닌 스티브 잡스 자신이었다.
잡스는 자신과 친구들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었다.
2000년대에 다양한 휴대용 음악 기기가 시중에 유통됐지만 음악을 무척 좋아했던 잡스는 시중에 나와 있는 기기들이 하나같이 변변치 않다는 데 불만을 느꼈고 주머니에 수천 곡의 노래를 넣고 다닐 수 있을 만한 단순한 기기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리 자신을 위해서 아이팟을 만들었다. 사람들은 자기 자신이나 절친한 친구, 가족을 위해서 무언가를 만들 때 결코 허술한 결과물을 내놓지 않는다.”
이 외에도 쿠팡의 이야기를 담은 다이브 딥에서도 역시 동일한 이야기를 한다.
쿠팡은 2013년 리서치를 할 때 "하루만에 배송되면 좋겠습니까?"라는 질문을 했다.
조사결과, 하루만에 배송되는 것에 대한 니즈는 없었다.
하지만 로켓배송은 혁신적이었으며, 모든 사람들의 만족을 이끌어냈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고객 스스로도 본인의 니즈를 모른다는 것'이다.쿠팡은 대부분의 기업처럼 사용자 테스트의 일환으로 설문조사를 수시로 진행했는데, '빠르고 친절한 익일배송을 보장할 경우 쿠팡을 더 많이 이용할 것이냐' 는 질문을 해보면 뜻밖에도 대부분이 아니라고 응답했다.
고객들은 빠른 배송보다는 차라리 저렴한 가격을 더 선호한다고 응답했다.
배송 같은건 그들의 중요한 관심사에 들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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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에는 <밀크셰이크 이야기>를 누구나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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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컨설턴트가 밀크셰이크 업체를 컨설팅 하기 위해 18시간을 매장에 머물면서 고객을 관찰했다.
그 결과 오전 6~8시 30분 출근길에 밀크셰이크를 포장해 가는 이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
컨설턴트는 오전 일찍 밀크셰이크를 사가는 구매자들을 인터뷰했고 이들 대부분이 러시아워의 지루한 출근길을 운전하며 아침 대용으로 밀크셰이크를 먹는 직장인들이란 사실을 알게 됐다.
고객들은 설문에 응할 때마다 그들이 원하는 맛, 향, 질감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패스트푸드점은 고객 설문 대신 컨설턴트의 분석을 바탕으로 출근길 아침 대용으로 즐기기에 적합한 형태의 제품을 만들도록 제안했고 그 결과는 매출 상승으로 이어졌다.
무엇보다 밀크셰이크가 디저트가 아니라 아침 대용식에 포함될 경우 시장 규모는 기존 추정보다 7배나 커질 수 있었다.
...
고객은 혁신을 리드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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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역시 빠른 배송보다 저렴한 가격이 낫다는 기존 소비자들의 말에 의존했다면 로켓배송과 같은 혁신을 만들어 낼 수 없었을 것이다.
정말 많은 인터넷 아티클에서 고객의 목소리에 집중하라고 한다.
헌데, 성공한 회사들의 전기에서는 대부분 새로운 서비스와 기능, 혁신에 관해서는 본인들의 직관을 믿으라고 한다.
예전부터 이것 관련해서 고민이 많아서 성공한 회사들의 이야기를 정말 많이 찾아봤다.
실제로 결과를 보고 싶어 여러가지 일들을 진행하고 그에 대한 결과를 2~4년씩 지켜봤다.
현재까지 내린 결론은,
- 새로운 기능, 완전한 개편에 대해서는 직관을 따라간다.
- 의견이 갈릴 때는 해당 프로젝트의 최종 결정권자가 결정한다.
- 기존 기능의 불편함을 개선하는 것은 고객의 목소리에 집중한다.
"어떤 기능이 필요하세요?", "이런 기능이 나오면 쓰실 것 같으세요?", "이런 컨텐츠가 있으면 재밌으실 것 같으세요?" 같이 아무런 실체가 없는 것에 관한 질문으로는 절대 유의미한 의견을 받을 수 없다.
오징어 게임을 만들때 넷플릭스나 황동혁 감독님이 관객들에게 이런 영화가 있으면 재밌을 것 같냐고 물어보진 않았을 것이다.
무슨 기능이든 고객이 보고, 사용해본 뒤 "그 기능을 왜 안쓰세요? 왜 그 기능을 쓰세요?" 와 같이 고객이 실체를 확인하고, 어떤 선택을 내린 뒤에 한 질문이 효과적이다.
그래야만 본인이 원했던 것이 무엇이였는지 알 수 있다.
눈에 보이지 않고, 텍스트로만 설명하는 상상의 기능과 혁신은 절대 정확하게 의견을 내리기 어렵다.
고객분들의 의견은 실제로 해당 기능이 눈 앞에 보이고 그걸 써보고 난 뒤에야 유의미한 의견을 줄 수 있다.
고객 설문, 유저 리서치는 실체가 있는 것에 대한 것을 물어보는 것이 효과적이다.
기존에 없던 기능, 혁신에 관한 내용은 고객에게 묻지말고 본인의, 팀의 직관을 믿는 것이 좋다.
결국 고객 설문, 유저 리서치는 이미 출시한 기능, 이미 사용중인 기능 등 실체가 있는 것에 대한 것을 물어보는 것이 효과적이며.
기존에 없던 기능, 혁신에 관한 내용은 고객에게 묻지 말고 본인의, 팀의 직관을 믿는 것이 좋다는 결론을 내렸다.
물론 믹스패널, hotjar 등을 통한 히트맵을 보거나 유저 사용 패턴을 분석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하는 것이지만 말이다.
이 2개를 분리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직관을 어떻게 하면 더 개선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우리가 우리 서비스의 최고 고객이 될 수 있을지를 계속해서 고민하고 훈련하는 것이 좋은 제품을 만드는데 있어 가장 중요하니, 이에 대해 더 자주 고민하고 이야기하는 팀이 되면 좋겠다.
만약 유저 리서치를 하고 싶다면, 뭐라도 눈에 보이는 것을 만들어서 제공 한 뒤에 해보자.
(그러니 계속 MVP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겠지만 말이다)
향로 (기억보단 기록을)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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