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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정리

조금은 덜 최적화된 환경

by 향로 (기억보단 기록을) 2025. 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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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배드 본 블러드라는 판타지 웹 소설을 완독했다.

지구가 망하고 행성 이주를 해서 살아가는 디스토피아를 그리고 있는데, 사람과 삶에 대해 되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다.

소설에서는 3개의 국가가 배경이 되는데, 주인공이 태어난 국가는 상층과 하층으로 나뉠정도로 계급화가 되어있으며 기계국가로서 계급이 올라갈수록 신체를 좋은 기계 신체로 교체한다.
그래서 좋은 기계 신체로 교체된 사람일수록 고위직임을 의미한다.

환경에 관계 없이 좋은 퍼포먼스를, 신체를 건강하게 하기 위해 했던 기존의 낭비적인 활동 (생리욕구, 음식 섭취, 오염된 환경에서의 적응등) 들을 모두 할 필요가 없는 최적의 신체가 되는 것이 국가적으로 최고의 목표인 것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렇게 모든 신체를 기계로 바꾼 고위층들이 몰래 저지르는 범되이다.
돈, 성, 마약 등에 대한 범죄 보다 더 극단적으로 취하고 있는 범죄가 바로 일반 신체에 대한 욕구이다.

생살, 피, 뼈에 대한 집착으로 기계신체를 갖지 못한 하위층 시민들을 납치해 생살을 찢고, 피를 뽑고, 뼈를 부수는 등 기계 신체가 아닌 인간의 신체에 대한 고문을 한다.

그렇게 효율적으로, 효과적으로 살기 위해 기계신체로 변경하고나서 보니 예전의 비효율적인 신체가 여러 감정들을 느끼게 해주는 장치들이였던 것이다.
다시 돌아가지 못하는 것을 알기에 남의 신체에 고통을 주면서 상실감을 채운다.


최근 데브옵스 파트와 데일리 스크럼 시간에 잡담으로 1시간을 보냈다.
원래 했어야할 스크럼 내용은 하나도 하지 못하고 당시 있었던 전사 주간 프리뷰 이야기, 중간 리더에 대한 이야기, 프로덕트 파트에 대한 이야기 등등을 나눴다.
특히 효율, 비효율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때 팀원들과 다양하게 의견을 교류할 수 있었다.

데브옵스 파트가 해야하는 일이 결국 팀의 업무환경을 효율적으로 개선하는 것인데 이 조직의 효율화 개선이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되면 우리가 놓치는 것들이 있지 않겠냐는 주제의 대화였다.

대화 중 "회사에서 이런 인문학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되게 좋은 것 같다" 라는 이야기가 팀원에게서 나왔다.
다른 팀원들도 동의하면서 같은 파트로서 일하는 "우리가 서로 가치관이 어느 방향을 향하는지 알 수 있었다"는 말에서 다시 한번 이 시간이 소중했다는 생각을 했다.
각자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야기를 나누고 데일리 스크럼 시간이 끝나버렸다.

빠르게 데일리 스크럼을 마치고 각자 자기 할 일을 하는게 회사 내 업무 시간을 가장 효율적으로 보내는 것이다.
다만 그렇게 효율만 추구하는게 오히려 더 비효율을 추구할 수 있다.
효율화, 최적화를 하면 할수록 눈엔 보이지 않지만 조직에 가장 중요한 것들인 유대감, 동질감, 전우애 등이 사라진다.

물론 시간을 낭비해야한다는 건 아니다.
다만, 불순물이 하나도 없는 완전히 최적화된 환경을 지향할수록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는 이야기다.
내가 버릴려고 했던 마지막 0.01%의 불순물은 실제로는 불순물이 아닌 다른 큰 사이드 이펙트를 막기 위한 방지턱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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