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성운님의 사고실험 영상을 보는데 공감이 참 많이 되었다.
조수용: 어떤 일을 해야하면 그쪽 분야에 대해서는 모드를 딱 좋아하는 모드로 바꿔서 엄청 좋아하기도 해요.
예전에 신용카드 프로젝트를 해야할때면 신용카드라는 걸 엄청 좋아해보는 거죠.
그렇게 좋아했던 사람은 아니지만, 엄청 좋아해서 신용카드 만들고 바꾸고 하는 매니아처럼 나를 담갔다 온다든지
카카오에서 일할 때는 모바일 서비스를 엄청 좋아하는 사람으로 모드를 전환시키는 거죠.
매일 앱 보고 있고 쓰고 불편하면 기억하고 그렇게 몰입하지 않으면 힘들고 재미가 없거든요.최성운: 방금 말씀하신게 "좋아하는 일"도 훈련이나 프레임워크가 존재하는 일일 수 있다고 얘기를 해주셨다.
조수용: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것에 대한 제 방식의 정의는 "좋아하기 위해서는 먼저 알아야 한다" 는 게 먼저 깔려 있는 것이거든요.
예를 들어서 "나 커피 좋아해" 라고 말을 하려면
커피 녹차 등 중에서 커피를 좋아한다고 하는 건지
커피 중에서~ 까지 들어가는 건지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 잖아요.
"나 커피 중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좋아해" -> "이정도면 커피를 좋아하는건가?"
"아 나는 스타벅스의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좋아해" -> "그 정도면 좋아하는 거야?"
"커피를 좋아한다는 걸 진짜 끝까지 가볼까?"
이러면 진짜 엄청난 세상이 있죠.
원두며 로스팅이며 기계며 내리는 추출 압력이며 무슨 물을 써야되는지까지 가거든요.
그 정도까지 가는게 꼭 좋다는 게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걸 찾아봐야겠어" 라고 할때는 얼마나 좋아하는지는 얼마나 아는지랑 같은 무게감을 가진다는 거에요.
그냥 가볍게 툭 좋아해라고 얘기하는 것에서
"나 진짜 이런 게 좋아" 라고 끝까지 들어가는 것
저는 그게 큰 분기점이라고 보거든요.
그런 사고를 할 수 있는가
더 디테일하게 그 분야를 이해하려고 노력할 수 있는지가 참 중요한데,
이 부분은 저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내가 이걸 좀 즐기려는 마음을 가지고 "한번 다 봐야 되겠다" 라는 마음을 가지는 건 제 생각에 굉장히 중요한 첫 번째 훈련이에요.
근데 대부분 그 훈련을 시작하게 되면 내가 생각지 못했던 매력포인트를 발견하게 돼요.
내가 처음에 겉핥기로 봤을 때는 "에이 커피는 이런 거지", "위스키는 이런 거지", "와인은 이런 거지" 라고 생각했던 게 있거든요.
근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안 보이던 세상이 있는 걸 알게 돼요.
그때 재미가 탁탁 튀어오르는 걸 발견하게 돼요.
그러면 쭉 빨려들어가고 "뭐야 이런 거였어?"
더 들어가고 더 들어가다 보면 내가 좋아하는 게 디테일해지죠.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살다 보면 어떤 태도가 생기냐면,
무엇을 대할 때도 "내가 지금 안봐서 그렇지, 그런 매력이 있을거야" 라고 생각하게 되요.
그래서 함부로 좋다 싫다라는 말을 잘 안해요.
"내가 몰라서, 여기까지만 알아서 이걸 좋아하는 건데 더 알면 또 다른 세상이 있을거야"
그리고 똑같은 강도로 다른 사람을 인정하게 되요.
"저 사람이 저걸 좋아하는 데 뭔가 이유가 있을거야"
그걸 평가절하하지 않고, 인정한다는 거죠.
그 단계까지 가는 게 되게 중요하거든요.
그러면 세상을 볼 때 까칠해지지가 않아요.
나는 이만큼 아니깐 이만큼 좋아하고
저 사람은 많이 아니까 저만큼 좋아하는 데 대해서도 "와 멋있다 저기까지 아나봐" 와 같이 다 인정이 되는거에요.그래야 내가 어느 순간에 무언가를 기획할 때 이 사람들을 다 머릿속에 넣을 수가 있는거죠.
잘 알려고 하지 않고 "나 이거 좋아하는데" 라고 하는 건 의미가 없는 거에요.
세상에서 일을 잘하고 사는 데는 아무 도움이 안돼요.
재밌는 것은 이 내용이 Grit에도 비슷하게 언급되고 있었다.
6장
근본적으로 한동안 어떤 일을 하면 지루해지는 것이 매우 자연스러운 반응이기 때문이다.
모든 인간은 유아기 때부터 이미 봤던 물체에서는 시선을 거두고 새롭고 놀라운 대상을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사실 관심 또는 흥미라는 영어 단어interest
의 어원은 '다르다'라는 의미의 라틴어interesse
이다.
말 그대로 흥미로우려면 달라야 한다.
우리는 천성적으로 새로운 사물을 좋아한다.
어떤 일이든 한참이 지나면 싫증을 느끼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지만 불가피한 일은 아니다.
...
초보자가 느끼는 새로움과 전문가가 느끼는 새로움이 다르다.
초보자에게 새로움은 이전에 접촉한 적이 없는 대상이다.
반면에 전문가에게 새로움은 '이전과 미묘한 차이가 있는 대상' 이다.
전문가들은 일반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세세한 차이를 알아보는 안목을 길러왔기 때문이다.
...
당신의 관심사가 아무리 모호해도 직업으로 삼기에는 몹시 싫은 일과 다른 것보다 나아 보이는 일이 있을 것이다.
그게 시작이다.
...
당신이 할 수 있고 열정으로 발전할 일은 단 하나가 아니라 여러가지다.
'옳은'일 또는 '최선'인 일도 찾을 필요가 없다.
그냥 괜찮아 보이는 방향을 정하라.
얼마간 시도해보기 전에는 그 일이 당신과 잘 맞는지 알기 힘들 수도 있다.
...
마지막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몇 년째 하고 있지만 아직은 열정이라고 부를 수 없다면 관심을 어떻게 심화시킬 수 있을지 살펴보라.
당신의 뇌는 새로움을 갈구하기 때문에 다른 일로 옮겨 가고 싶은 유혹을 느낄 것이며 그것이 가장 타당한 행동일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일이든 몇년 이상 지속적으로 노력해보고 싶다면 오로지 마니아만이 알아볼 수 있는 미묘한 차이를 즐길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
...
"우리의 주의를 끄는 것은 새로움 속의 익숙함, 약간의 새로운 변화가 있는 익숙함이다".
자신의 열정을 좇으라는 명령이 나쁜 충고는 아니다.
하지만 우선 열정을 키울 방법부터 이해하라는 주문이 더욱 유용한 조언일 것이다.
와이프의 아주 작은 변화를 알아챘을때 그걸 애정으로 받아들이는 것처럼,
내가 하고 있는 일, 내가 좋아하는 무언가도
아주 디테일하게 알게 되고, 작은 변화/개선를 알게될수록 그 대상을 더 좋아하게 되는 것 같다.
이게 꼭 일 혹은 사람일 수도 있겠지만 조직/제품에도 반영할 수 있다.
하나의 일을 몇 년간 하다보면,
하나의 제품을 몇 년간 다루다보면,
하나의 조직에서 몇 년간 다니다보면,
매번 똑같은 것 같고, 지루하다고 느낄 수 있다.
그럴수록 그걸 지루하다 vs 좋아한다의 관점으로 보기 보다는,
"디테일하게 봐야하는 시기, 더 깊게 공부해야하는 시기"의 관점으로 옮겨볼 수 있다면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것 같다.
예전에는 한 회사를 오래 다닌 사람 혹은 하나의 일/제품을 오래 다룬 사람을 "참을성/인내심이 많다", "무던하다" 등 예민하지 않은 사람으로 표현했다.
사실은 그 분들은 "아주 작은 변화를, 개선을 눈치챌 수 있을만큼 깊게 알고 있는 사람" 이였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