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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정리

품앗이 문화

by 향로 (기억보단 기록을) 2024. 1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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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독서모임에서 The Goal에 대해 이야기 나누면서 우리 팀의 문화에 대해 소개 한 적이 있다.
팀 내부에선 품앗이 문화라고 부르는데, 이 내용이 엔비디아의 조직 문화에 대한 글에서도 똑같이 소개하고 있어서 대단히 반가웠다.

예전에 김영재 님이 페이스북에 써주신 "RnR 따지는 사람이 범인이다" 라는 이야기가 되게 기억에 오래 남아있다.

"잘되는 조직은 모두가 하나의 목표를 위해 니일내일 구분 없이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RnR을 따지지 않는 조직을 만들 수 있을까를 많이 생각했고, 인프랩 오고나서도 그런 조직을 만들고 싶었다.

기본적인 직무 전문성을 보고 채용을 하기 때문에 RnR을 없앨 수도 없고 RnR을 없애는 것을 원하는 것도 아니다.
기본적인 RnR은 당연히 존재할 수 밖에 없는데 그렇지만 개인간, 조직간 RnR에 맞춰 선 긋는 문화를 지양하는 조직을 만들고 싶었다.

RnR을 따지지 않으려면 결국 조직별 KPI를 너무 강하게 강조하기 보다는 전사의 목표, 프로젝트의 목표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큰 목표를 잘게 쪼개서 각자에게 작은 목표를 할당하는게 좋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데,
그럴수록 각자가 자기 목표에만 충실하게 되고 프로젝트의 목표, 전사의 목표와는 멀어졌다.

본인, 본인 팀에 할당된 목표와 상관없는 것들은 추가적인 일감으로 인식할 뿐이고, 종국에 빨리 일 해봐야 다른 일만 추가된다는 이야기만 나오게 된다.

그래서 각자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 보다는 프로젝트 목표 달성이 최우선에 있음을 자주 강조하고, 자기가 맡은 일이 끝나고 나서는 함께하는 다른 분들을 도와주는 것이 당연한 것임에 방점을 찍었다.

BE 개발자가 FE보다 개발이 빨리 끝났다면, BE 성능 개선 등을 할게 아니라 BF 쪽이 개발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FE 작업물에 대한 사용자 테스트를 BE가 TC보며 대신 해주던가, PM/CS 등 타 직군과의 소통을 대신 한다던가,

프로젝트 내에서 FE 리소스가 여유로운 팀이 있고, FE 리소스가 부족한 팀이 있다면 타 팀에 잠깐 단기 용병으로 보내서 함께 한다던가

큰 프로젝트 안에서 먼저 끝난 팀이 있다면 그 팀이 병목이 되는 타 팀의 작업 중 일부를 가져올 수 있는지 검토하고 대신 한다던가

하다못해 스쿼드 내 PM이 병목이면 PM이 해야할 여러 소통 창구를 개발자가 대신 하는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건 FE or BE 개발자가 해야할 일이 아니다."
"왜 우리팀 개발자가 가야하냐"
"이건 우리 팀의 역할이 아니다."
"이건 개발자가 해야할 일이 아니다."

이런 이야기 나오는 것을 제일 경계하고 혹시나 나오면 피드백을 강하게 드렸다.

물론 BE가 FE의 작업을 대신 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용병 멤버가 중요한 일을 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A 팀의 가장 핵심이 되는 작업을 B 팀이 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PM의 핵심 작업도 개발자가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도와 줄 수 있는 영역이 한정될 수 밖에 없다.

더군다나 효율적이지도 않다.
당연히 원래 하던 사람이 하는게 시간당 단위 생산성은 훨씬 높다.
원래 하던 사람이 그 일을 하는게 가장 시간이 덜 들고,
A 팀의 작업은 A 팀이 하는게 가장 적은 시간 내에 해결된다.

하지만 병목 지점이 일을 끝내지 못하면 조직의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조직 전체가 그 병목 지점이 일을 끝낼 수 있도록 도와줘야한다.

비효율적이더라도 조직 전체를 봤을때 병목 지점의 생산성이 올라갈 수 있다면 그게 목표를 더 빨리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이다.

물론 이걸 위해서
조직간 진행 상황이나 컨텍스트를 자주 동기화를 시키는 프로세스도 필요하고,
전체적인 기술 스택, 컨벤션, 아키텍처를 통일감 있게 가져가야하고,
도메인과 정책에 관해 자세히 정리된 문서화,
많은 것이 자동화된 환경,
등등 여러 인프라 작업이 필요하다.

그래도 이렇게 하고 나면 조직 전체가 유연함을 가지게 되고, RnR을 따지는 문화가 적어진다.
이 역할이 내 역할이냐 아니냐 따지기 전에 목표가 뭐냐가 더 먼저 이야기 나오게 되니깐 말이다.

벌써 전체 팀원 80명, 제품팀만 45명이 되었다.
조직이 점점 커지는데도 이런 문화를 계속 지킬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있고, 이게 진짜 최선인가? 하는 생각도 자주 한다.

그래도 어떤 문제가 생긴다면 "이들과 함께 라면 잘 해결내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긍정적 생각이 더 많아서 다행이고,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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