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엔드 개발자로 정산 시스템을 맡다 보면 회사 안에서 벌어지는 거의 모든 사업 모델을 한 번씩은 들여다보게 된다.
직접 매출을 만들진 않지만, 모든 서비스가 어떻게 돈을 벌고, 누군가에게 얼마를 줘야 하는지를 가장 가까이서 보게 되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전 회사에서 일할 당시, 5.8%의 주문 수수료 모델을 런칭했다.
기존엔 월 8만 원씩 고정 광고비(일명 ‘깃발꽂기’)를 내는 구조에서 주문 건당 수수료 모델로의 전환이였다.
처음 설명을 들을때는 "이렇게 되면 돈을 벌수록 내는 비용이 커지는데 이걸 누가해??" 라는 생각이였다.
그러다가 프로젝트 설명을 들으면서 현재 모델이 갖고 있는 한계를 이해하면서 납득이 되었다.
당시에는 월 8만원의 광고 모델 (a.k.a 깃발꽂기) 을 수십개씩 활용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광고비에 많은 비용을 투자하기 힘든 영세한 자영업자분들은 가게 노출 하기가 쉽지 않았다.
광고 모델의 장점은 아무리 매출이 많이 나도 나가는 비용이 고정되어있다는 것이다.
반면, 노출은 광고비 영향을 받다보니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도 초기에 자금이 없으면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가 쉽지 않았다.
음식을 주문하는 소비자분들이 많이 선택하고 높은 만족도를 낸것에 따라만 노출 정책이 결정되야하는데, 광고 모델은 그 노출 정책에 맛, 평가 외 다른 요소가 강력하게 들어가는 것이였다.
그래서 (저렴한) 수수료 기반 모델로 전환하면 더 많은 가게들이 공정한 기회를 가질 수 있겠다고 생각하니 이 프로젝트를 납득할 수 있었다.
해당 모델로 변환해서 계산해보니 연 매출 3억이하 매장까지가 더 저렴하게 수수료를 내고, 58% 자영업자분들이 대상이 되니 그것도 좋았다.
비즈니스 모델이 장기적으로 ‘건강할 수 있느냐’에 대한 내 첫 고민이기도 했다.
(물론 이 프로젝트는 결국 롤백됐지만, 이 경험이 내 생각을 많이 바꿔놨다.)
인프런 합류 후 많은 분들이 인프런은 구독제 안하냐는 문의를 많이 주셨다.
다른 교육 플랫폼들이 기업 구독 서비스를 통해 매출을 늘리는 동안에도 우리는 단건 결제 중심의 구조를 고수했다.
그 이유는 단순했다.
구독 모델이 커질수록,
강의의 ‘품질’보다는 ‘길이’가 중요해질까 걱정됐기 때문이다.
정해진 정산 금액 안에서 영상 재생 시간이 길수록 더 많은 수익이 돌아가는 구조는 결국 콘텐츠의 퀄리티보다 플레이타임 최적화에 집중하게 만든다.
우리는 그 길을 가고 싶지 않았다.
수천 명의 지식공유자들이 ‘진짜 도움이 되는 지식’을 만들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가치를 제대로 보상받는 구조를 지키고 싶었다.
그러다 어느 날, 내부 데이터를 들여다보다 놀라운 걸 발견했다.
좋은 콘텐츠는 반복해서 복습된다는 것.
한 번 보고 끝나는 콘텐츠가 아니라, 진짜로 필요한 사람들은 같은 강의를 2번, 3번 다시 듣고 즐겨찾기를 해두고 슬랙이나 사내 위키에 공유하고 있었다.
결국 중요한 건 길이가 아니라,
“얼마나 다시 듣고 싶게 만드는가”
“얼마나 실무에 도움이 되는가”
였다.
그래서 이제 시작합니다
인프런도 이제 B2B 구독제를 시작합니다.
그동안 고집스럽게 지켜온 단건 결제 모델은 ‘품질’에 대한 신뢰였고, 이제는 그 품질이 구독 구조에서도 유지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인프런엔 매달 100개 이상의 새로운 강의가 공유되고 있습니다.
지식공유자들은 그저 ‘채우기 위한 콘텐츠’가 아니라 실제로 실무에 필요한 주제들만 골라 제작합니다.
그리고 그런 콘텐츠는, 조회수나 영상 길이가 아니라, 수강생의 만족도로 평가됩니다.
좋은 강의는 계속 소비되고, 아닌 강의는 자연스럽게 뒤로 밀려나는 건강한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매달 정해진 합리적인 금액으로 인프런의 거의 모든 콘텐츠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팀 전체가 한 번에 시작할 수 있고,
관리자는 학습 현황을 확인하고
팀원 간 지식 공유도 쉽게 이뤄질 수 있습니다.
B2B 구독제는 단순한 가격 모델이 아니라,
팀 전체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 구조를 만들기 위해
늦었지만, 가장 좋은 타이밍에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