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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정리

중첩 부정문을 사용하지 말자

by 향로 (기억보단 기록을) 2025. 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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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벌 안보는 곳도 없지는 않아요"
"학벌 안 보는 곳도 꽤 있어요"
이 둘은 (완곡함을 더 강조하기 위한 용도가 아니라면) 사실상 같은 의미다.
그럼에도 앞 문장은 두 번 부정이 겹쳐서 뇌가 잠깐 멈춘다.
대화에서 이런 이중 부정은 정보 전달 속도를 늦추고, 상대를 헷갈리게 만든다.

코드로 치면 if (false(false)) { … } 같은 난해한 구문이다.
결국 하고 싶은 말은 단순히 if (true) { … } 일 경우가 훨씬 많다.

이런 이중 부정문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흔히들 사용된다.

  1. 완곡어법 습관
    • "학벌 보는 곳도 없지는 않아요."
    • 부드럽게 돌려 말하다 보니 부정이 늘어난다.
  2. 강조 욕구
    • "절대 말리는 사람이 아니야."
    • "말릴 수 있는 사람이야" 보다 훨씬 더 강조하기 위해 부정이 늘어난다.

상대를 배려하기 위한 용도나 강조하기 위한 것, 혹은 한글의 다양한 문장들을 활용해 좀 더 세밀하고 정확한 표현을 위해서 사용을 할 순 있지만, 듣는 사람에겐 그 세밀한 차이 보다도 더 큰 문제인 인지 부하가 폭증한다.
"안 / 없지 / 않아?" 로 반전의 반전을 계속해서 이어나가는 문장은 CPU를 100% 로 만들어 버린다.

아래 코드를 보자.

// 이중 부정 버전
if (!(!isAllowed)) {
  performAction();
}

// 단일 긍정 버전
if (isAllowed) {
  performAction();
}

개발자라면 두 번째가 훨씬 읽기 편하다.
대화도 똑같다.
긍정·단문·직진이 훨씬 더 효율적으로 소통할 수 있고, 상대를 배려해주는 방법이다.

그래서 가능하면 대화에서도 다음과 같이 표현해보면 좋겠다.

대화에서 if (true)를 쓰는 예

  • ❌ "들으면 모를 사람은 거의 없어."
  • ✅ "거의 다 알아 들어."
  • ❌ "쉬운 일은 아니지 않아요?"
  • ✅ "어려운 일이죠?"
  • ❌ "그렇게 안 하는 사람도 없지 않아."
  • ✅ "그렇게 하는 사람들도 있어."
  • ❌ "시간 없지 않으세요?"
  • ✅ "시간 있으세요?"

뇌 자원은 한정되어 있다

프로그래머가 가독성을 위해 불필요한 부정을 걷어내듯, 우리가 쓰는 언어도 긍정·단순·직선으로 정리하자.
상대의 뇌 CPU를 덜 잡아먹는 순간, 대화는 훨씬 빠르고, 오해는 현저히 줄어든다.

말을 꺼내기 전, 머릿속에서 !(!) 를 true 로 컴파일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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