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소설 전지적 독자 시점을 몇 번이나 다시 읽을 정도로 좋아한다.
이 소설의 세계관이 너무 마음에 들기 때문인데,
그 인물이 어떤 서사를 쌓아왔는지에 따라 강함이 결정 된다.
세계관 속 인물의 타고난 강함이 있더라도,
계속해서 서사를 쌓지 않으면 그 인물은 계속해서 약해지기만 하며 시간이 더 지나면 소멸한다.
더 많은 모험을 즐기고, 더 많은 사건을 거친 인물일수록 더 강해지고 오래오래 살 수 있다.
그래서 12과업을 달성한 헤라클래스나 제천대성, 필마온등으로 수많은 이야기를 쌓은 손오공 등이 최강의 캐릭터로 묘사된다.
이 세계관 속 주인공과 동료들은 어마어마한 험난한 여정을 걸어간다.
더이상 스테이지를 클리어하지 않아도 평화롭게 지낼 수 있는 스테이지를 스스로 무너뜨려야 한다거나
동료들에게 죽임을 당해야만 다음 스테이지로 갈 수 있다거나
친 어머니와 싸워야 한다거나
"이렇게까지 말도 안되는 상황이 있나" 싶은 스테이지들을 주인공과 그 동료들은 하나씩 해결해나간다.
자신을 죽일뻔한 적을 동료로 맞이하기도 하고
타인에게 큰 오해를 받아 나쁜 사람이 되기도 하고
동료를 위해 대신 죽임을 당하기도 하는 등
주인공의 여정은 다른 신화 속 주인공처럼 많은 굴곡이 있었고,
종국에 본인이 원하는 여정의 끝을 얻는다.
3번째 직장에서 심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굉장히 힘든 때가 있었다.
"내가 왜 굳이 여기서 이렇게 힘들게 다녀야하지" 라는 생각을 자주 했고, 주변 동료들에게 말은 안했지만 혼자서 퇴사에 대한 고민도 몇번 했었다.
그때 이 책을 보게 되고 출근 길, 퇴근 후 자기 전 시간에 이 책을 읽는것이 당시의 낙이였다.
말도 안되는 상황에서, 불합리하다고 싶을 정도의 역경을 계속해서 이겨내는 주인공을 보고 현실에서의 용기를 꽤나 얻었다.
그리고 주인공이 겪는 역경에 비하면 현실의 내가 겪는 역경 정도는 역경도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주인공처럼 판타지 세계로 넘어가진 못하지만, 현실에서의 삶을 판타지 속 세상처럼 지내보자"
"소설 속 주인공처럼 나의 서사를 만들어가자"
는 생각을 하게 되니 삶의 모든 일들이 에피소드가 되었다.
이걸 계기로 3번째 회사를 꽤나 오래 다닐 수 있었고,
회사의 Exit과 원하는 레벨로의 승진, 동료들과 완주한 경험까지 등을 모두 다 해볼 수 있었다.
"창준님의 워크샵 - 당신은 영웅의 여정을 걷고 있습니까"에 참석한 적이 있다.
해당 워크샵에서 이와 유사한 이야기를 소개해주셨다.
"본인의 삶이 소위 영화나 소설에서 보는 영웅의 여정과 유사하다고 느낄수록 삶의 의미가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는 것이였다.
신기해서 찾아보니 정말 있었다.
<전지적 독자 시점> 의 <김독자> 처럼
<소라의 날개> 의 <소라> 처럼
<원피스> 의 <루피> 처럼
<드래곤 퀘스트 타이의 대모험> 의 <타이> 처럼
내가 겪는 모든 사건 사고, 고난들을 영웅들이 겪는 모험의 여정과 같다고 생각한다면 내 삶의 의미가 높다는 것이였다.
많은 이야기속 영웅들처럼 내 삶을 바라보고 노력하는 것이 더 삶을 유의미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주인공처럼 이를 잘 이겨낼 힘이 본인에게 있고,
그걸 이겨낸다면 또 하나의 서사가 쌓이는 것이고,
이겨내기 힘든 일이라면 또 다른 새로운 선택에서 새로운 서사가 쌓일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야기 속 주인공처럼 내가 겪는 모든 일들을 에피소드처럼 생각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최근에 '묻지마 칼부림'을 제압한 대만의 한 남성 의 인터뷰를 봤다.
무서운 흉기 앞에서 이 남성은 어떻게 용기를 냈는지에 대한 인터뷰를 마지막으로 소개한다.
쉬 씨는 흉기 3개를 휘두르는 범인을 저지하려다 얼굴을 다쳤지만, 물러서지 않고 다가가 흉기를 빼앗고 가세한 다른 승객들과 함께 범인을 제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왼쪽 얼굴에 9cm가 넘는 상처를 입고 광대뼈가 부러져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쉬 씨는 "'힘멜이라면 그렇게 했을 것이다'라는 (만화 속) 대사가 나에게 용기를 줬다"며 "그때로 돌아가도 내 생각은 마찬가지였을 것"이라고 당시 인터뷰에서 밝혔다.
일본의 판타지 만화 ‘장송의 프리렌’에 등장하는 용사 ‘힘멜’은 고결한 성품과 굴하지 않는 용기,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돕는 헌신의 상징과도 같은 캐릭터다.
만화 속 동료들은 어려운 상황에 처할 때마다 “힘멜이라면 그렇게 했을 테니까” 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나도, 주변도 모두가 그런 주인공들의 여정을 밟고 있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