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에 외부의 주니어 개발자분을 만나서 커피챗을 진행했다.
커피챗에서 받은 질문은 "향로님은 4개의 회사를 다니셨고 3번의 이직을 하셨는데, 3번다 이직이 만족스러웠냐?" 였다.
나는 3번의 이직이 모두 만족스러웠다.
그 타이밍에 그 회사들을 간 것에 대해 정말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실제로 이후의 커리어에도 계속 도움이 되었다.
어떻게 그럴수 있었을까? 에 대해 답변 드린 내용이다.
보통 "후회없는 이직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느냐", "언제 이직하면 좋으냐" 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데, 여기엔 여러 답변들이 있을 수 있다.
- 더이상 회사에서 성장하지 못한다고 느낄때
- 회사가 더이상 성장하지 않는다고 느낄때
- 회사의 조직 문화가 너무 안맞다고 느낄때
- 사람간의 관계가 너무 힘들때
등등 퇴사/이직의 트리거는 여러개가 있을 수 있다.
이 중에서 어떤 것이 본인에게 가장 참기 힘든 것인지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당연한 얘기지만, 본인이 이 트리거로 인해 정상적으로 생활 자체가 어려울 정도로 힘들다면 바로 퇴사하는 것이 맞다.
나를 버려가면서까지 회사에서 일할 수는 없다.
다만, 나를 버릴만큼은 아니지만 현타가 오는 정도라면 퇴사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면 좋다.
트리거가 발생했다고 해서 바로 퇴사를 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에 섣부르게 퇴사/이직을 선택하면 보통은 그 다음에 간 회사도 별로일 확률이 높다.
현재의 생활이 불만족스러울때 이직을 고려하면 현재의 불만족이 해결되는지에만 초점을 맞추게 된다.
그래서 회사를 고를때도 지금의 문제만을 고려한다.
지금 조직에서 느끼는 이 문제만 벗어나면 괜찮다고 생각해 다른 만족스러운 부분을 보지 못하고 다음 회사를 선택하게 된다.
그럼 결국 그 문제만 없고, 나머지 더 큰 문제를 가진 회사를 선택하게 된다.
- 개발환경이 좋은 회사를 가고 싶어서 개발환경에 대한 것만 고려했더니 비즈니스 모델이 문제라서 회사가 희망퇴직을 실시한다던가,
- 시니어 개발자가 있는 곳을 가고 싶어서 갔더니 그 시니어가 곧 퇴사 예정이라던가,
-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찾아 이직했지만, 전자금융법 등을 비롯하여 각종 규제로 인하여 생각한 것 이상으로 개발환경에 제약 조건이 많다던가
기타 등등 내가 생각한 훨씬 더 숨은 문제들이 많을 수 있다.
가능하다면 "이 회사를 계속 다녀도 무방하다" 싶을때 다음 회사를 찾아봐야 결과적으로 좋은 선택지를 발견할 확률이 높다.
당장 떠나지 않아도 괜찮으니 좀 더 많은 부분을 평가하고, 진짜 나에게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좁은 시야를 벗어나서 넓게 확인할 수 있다.
그러니 지금 회사가 다니기 싫다면, 바로 다음 회사를 찾는 것이 아니라 지금 회사를 다닐만한 회사로 개선해보는 것을 먼저 고려해보자.
지금의 회사를 좀 더 개선할 수록 나에게는 지금 회사를 계속 다닌다는 제 3의 선택지가 주어진다.
예를 들어,
- 연봉은 낮아도 괜찮으며
- 시니어와 CTO의 존재
- 수평적인 조직 문화
- 자유로운 개발 환경
- 사업적으로 적자는 나지 않는 재무 환경
이런 회사로 이직하고 싶은 사람이 아래 2개 회사에 합격했다면 어디를 선택하는 것이 좋을까?
- A 회사
- 장점: 높은 연봉 / 탄탄한 재무제표 / CTO를 비롯한 시니어들
- 단점: 수직적 조직 문화 / 노후화된 개발 환경
- B 회사
- 장점: 수평적 조직 문화 / 자유로운 개발 문화
- 단점: 낮은 연봉 / 재무적 적자 구조 / CTO, 시니어 부재
두 회사에서는 원하는 장점이 나눠져있으며, 감당하기 힘든 단점도 존재한다.
그런 면에서 A와 B 를 굳이 선택하지 않고, 지금 회사를 계속 다니는 것을 선택할 수도 있다.
물론 실제 회사를 가봐야 아는 것들이 있고, 스타트업과 같은 회사라면 현재의 재무 구조 보다는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보는 등 고려 사항들이 더 있다.
다만, 여러가지를 고려했을때 합격한 회사들에 정말 참기 힘든 단점들이 있다면 (CTO가 없다거나 적자가 너무 심하다거나 등) 그러면 여러 면에서 부족하지만 그래도 치명적인 단점은 없는 지금의 회사를 다니는 것도 방법이다.
일반 팀원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제한된다고 하지만,
- 나에 대한 주변 동료들의 호감
- 내가 하고 있는 일에서의 의미 찾기
- 내가 하는 일에서 발전 포인트 찾기
- 점진적으로 팀 내 개발 환경 개선하기
등등 가장 좋은 회사를 만드는 것은 어렵지만, 내 기준에 계속 다녀도 무방한 회사를 만드는 것은 나의 노력만으로도 가능한 부분이 많다.
그리고 보통 이정도의 노력을 기울이다보면 같이 일하는 동료, 상사의 평가는 좋아질 수 밖에 없다.
결국 내가 한 모든 노력은 지금의 우리 팀을, 우리 조직을 개선시키는 것이고 동료들을 더 편하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까지 하고 나면 가장 중요한 효과를 얻게 된다.
바로 롤백 시나리오이다.
지금의 회사를 다닐만한 회사로 만드는 노력들이 쌓이게 되면 이후 혹시나 잘못된 이직을 하게 되어도 다시 돌아올 수 있다.
회사마다 취업 규칙이 다를 수 있겠지만,
많은 회사에서는 기존에 잘 하던 팀원이 다시 돌아온다고 하면 대부분 환영한다.
다시 원래의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언제 이직하는게 좋을까? 후회없는 이직은 어떨떄 하는게 좋을까?"
지금 다니는 회사가 이대로 다녀도 무방할 때 고민해보자.
지금의 내 환경을 개선하는 노력은 다음 회사를 고를때 좀 더 객관적이 시선으로 볼 수 있게 하고,
그 노력으로 지금 있는 자리에서 훨씬 더 인정 받을 수 있게 된다.
물론 합격한 회사가 지금 보다 여러면에서 더 만족스럽다면 얼른 팀장님께 퇴사를 전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