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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정리

일의 힘듦

by 향로 (기억보단 기록을) 2024. 4.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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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에 공유드렸던 내용을 기록차 남겨둡니다.

오늘 A Cell의 스프린트 플래닝때 이야기 드린 내용이긴한데,
글로벌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혹은 플레이어, 앱, (예상치못한) 데이터 엔지니어링 등 새로운 환경에 도전하는 제품팀 분들도 들으시면 좋을것 같아서 공유드려요.


저는 여자친구랑 대략 10년정도 연애를 했는데요. (2014년부터)
10년 내내 거의 안싸우다가 이번에 결혼식 준비하면서 10년치를 몰아서 싸우고 있어요.
(어제도....)

10년을 만나는 동안 웬만한 커플이 싸우는 일에는 저희는 거의 싸우지 않아서 결혼준비도 무난히 잘 끝날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요.
막상 결혼식을 준비하다보니 상대가 피곤한 상황인걸 알고 있음에도 어쩔 수 없이 확답을 요구하고, 같이 움직여야하는 상황이 계속 생기더라구요.

그 전에는 상대가 피곤하면 그냥 "그럼 다음에 하자" 라는 식으로 넘어갔는데,
이번엔 예식장 날짜가 확정되어있고,
날짜가 확정되어 있으니 그에 맞춰서 준비된 일정을 차례로 다 마무리해야하는데,
거기서 조금 삐긋하면 다음 일정들이 또 밀리게 되니 나, 상대의 여유와 관계없이 어떻게든 차례로 일을 다 마쳐야하더라고요.
상견례, 드레스투어, 사진 촬영, 사진 편집, 청첩장 발행, 양가 친척 인사 등등

그 전까지 전혀 다툼이 없는 사이좋은 커플이라는 것도
사실은 그 만큼의 스트레스가 없는 상황이여서 가능했던 것이고
스트레스 상황을 겪어봤다고 하는 것도 진짜 스트레스가 있는 상황과 비교해서는 그 정도가 아니였다는거죠.

그러다보니 "아 그냥 다 때려치울까?" 하는 생각을 싸울때마다 들었어요.
근데 지금은 어떻게든 꾸역꾸역 일정에 맞춰서 결혼식을 마치려고 하고 있어요.
싸우게 되면 또 싸우고 다시 화해하고 다시 준비하고 그런 일을 반복하고 있죠.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싸우는건 어쩔수 없는데,
"지금 이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만나도 어차피 싸우는 일이 발생한다.
어차피 누구랑 만나도 이렇게 한바탕 해야한다면 지금 이 사람과 이 고비를 넘겨야겠다
."
라고 생각하니깐 싸우는 것 자체를 이겨내야할 대상으로 보게 되더라고요.
몰랐던 것들도 많이 알게 되고, 제가 가진 부족한 것들도 많이 알게 되구요.
(내가 인간성이 썩 그렇게 좋지 않구나? 하는 거?)

이걸 왜 말씀드리냐면,
최근에 저희가 하는 프로젝트들이 대부분 그간 경험해보지 못한 생소한 것 + 일정은 타이트하게 고정된 형태를 띄고 있다보니 작업하시는 분들이 스프린트때마다 완료율이 떨어지고 그에 대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데 이게 그와 유사하다고 생각되어서에요.

Cell 에서의 프로젝트가 그간 잘 진행된 것에 비해 이번 글로벌 프로젝트 스프린트가 그에 비해 완료율이나 진도율이 계속 떨어질 수 있습니다.

생각지 못한 타 Cell과의 작업 요청, 연계, 외부의 여러 요인들로 인한 컨텍스트 스위칭 (이번에 Next.js 전체에 수정이 필요했던것처럼)
등등 되게 많은 일들이 있고, 그에 맞춰서 일정도 제때 못지키는 경우도 계속 생기구요.
이번 스프린트가 망친 것을 회고하면서 여러 외부의 이유들이 생각나고 화도 나고, 스트레스도 받을 수 있어요.

근데 이건 IT 회사라면 어디를 가든 비슷하게 겪을거라고 봐요.
이 정도의 난이도가 IT 업계에서 낮은 레벨이라면 저희가 못 이겨낼 이유가 없고,
이 정도가 정말 IT 업계 전체를 봐도 높은 난이도라면 이걸 이겨내면 그 이후에 어떤 일이든 쉽게 느껴질 것
이구요.
어떤 상황이든 저희한테는 좋은 결과를 주는 것 같다는거죠.

IT 회사의 작업자로서 커리어를 밟다보면 어떤 경우라도 이번 같은 일은 겪게 될텐데, 어차피 한번은 넘어서야 한다면 가장 익숙하고, 편안한 지금의 환경에서 꼭 이겨내보면 좋겠어요.

내가 뭐가 부족하고, 이 프로젝트 하기 전에 사전에 이런 것들을 준비했다면 좋았을텐데,
평소에 미리미리 준비해뒀다면 낭비되지 않았을 시간이 있었다면 무엇이었을지,
다른 Cell과 우리 Cell이 스프린트 완료율이 차이가 난다면 무엇때문인지 조사하고 정리하고 개선해보는 시간도 가져보구요.

같은 일이라도 사람에 따라 어려운 일과 쉬운 일로 나눠지는 기준은 개개인이 그간 경험한 일의 최고 난이도에 따라 나눠지는 것 같아요.
높은 난이도의 일을 경험 해본 사람에게는 대부분의 일은 크게 고난이나 어려움으로 느껴지지 않고,
낮은 난이도의 일만 대부분 경험해본 사람에게는 아주 조금의 난이도만 있어도 굉장히 큰 어려움을 겪으시더라구요.
그래서 올해는 내가 그간 겪은 경험의 난이도를 한단계 높여보는 좋은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다음에 어떤 일을 겪어도 크게 어렵다고 느끼지 않을것이니깐요.

대부분의 좋은 시니어분들은 커리어 중 최소 1번, 많게는 3번이상은 이렇게 큰 스트레스 상황속에서 마지막까지 완료를 하셨어요.
"엄청 유명한 사람이 되어야겠다, CTO를 목표로 하겠다" 이런 것이 아니라,
앞으로의 긴 커리어를 봤을때 한번은 이런 경험을 해야 뒤에 있을 경험들이 크게 어렵지 않고, 대부분의 경우에 "이정도는 별거 아닌데?" 하면서 스트레스 받지 않고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번에 겪는 스트레스에 대해서 무작정 스트레스로만 보시지 마시고,
잘 이겨내서 대부분의 일에 대한 스트레스를 겪지 않을 백신 주사를 맞는다고 생각해주세요.
(당연히 스트레스가 잘 안풀리면 언제든 티타임 요청주시구요!)

예전에 본 김창옥님의 영상을 같이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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