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데이식스의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노래에 엄청 꽂혔다.
정확히는 꽂힌 가사가 있다.
"아름다운 청춘의 한 장 함께 써내려 가자
너와의 추억들로 가득 채울래
지금 이 순간이 다시 넘겨볼 수 있는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어떤 동시대를 함께 보내는 모든 그룹 혹은 조직의 일원들간에도 통하는 이야기 같았다.
특히 스타트업 안에서 일하는 동료들간에도, 조직과 팀원 사이에도 통하는 이야기인 것 같았다.
대학교때는 학과 생활보다는 동호회 생활을 동기들과 재밌게 했다.
졸업한 후에도 계속 연락하고 만날 정도로 오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동기들과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이런 저런 행사도 준비하고 대회도 나가고 늦게까지 술도 마시고, 자취방에서 게임도 하고 그랬던 20대 이야기는 지금도 만나면 자주 꺼낸다.
졸업한 선배들을 위한 행사를 준비하는 날이 비가 엄청와서 동기들과 비 맞으면서 망치질로 책상과 의자를 수리했다.
하필 그날은 내 생일이였는데,
그렇게 수리하고 있던 중 과외 알바를 마친 동기가 케이크를 들고 왔다.
조촐하게 케이크로 생일 파티를 하고 다시 열심히 망치질을 했는데, 우리 꼴이 너무 웃겨서 같이 욕하고 웃고 했던 기억이 강하게 남아있다.
지방에 있는 대회에 나갈려고 동기들끼리 열심히 준비했다가 1회전 탈락하고 MT 여행으로 목적이 바뀌고 술먹었던 기억도 난다.
취업에 도움이 되는 학술동아리로 이동할까 고민도 많이 했지만, 결국 그러진 않았다.
동기들과 보내는 시간이 재밌었으니깐.
난 열심히 동호회 생활을 하는 편은 아니였고,
눈치보고 빠질 수 있으면 최대한 단체 활동을 빠질려고 했다.
그런데도 내 20대에는 그런 추억들이 곳곳에 있었고,
그게 이후의 선택이나 결정에 꽤 많은 영향을 줬다.
지난 목요일에 글로벌 플랫폼 전환에 관한 킥오프 발표를 제품팀 전체에 전달했다.
그러면서 회사라는 조직에 관한 이야기도 함께 했다.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서
위대한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을
목표로 하는 목적 조직"
나 같이 평범한 사람이 과연 위대한 성과를 낼 수 있을까?
혼자서도 위대하고 비범한 성과를 내는 것은 정말 재능 있는 사람만이 가능하다.
그럼 나 같은 사람은 어떻게 해야 그런 성취감을 얻을 수 있을까?
그걸 가능하게 해주는 곳이 회사라는 조직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회사라는 조직은 항상 더 높은 목표, 더 말도 안되는 이상을 계속 팀원들에게 제시해야한다.
다만, 그런 높은 목표를 위해 달려가는 과정은 힘들다.
좋은 기억보다는 힘든 기억이 더 많다.
그럼에도 마음이 맞는 동료들과 우당탕탕 하면서 보냈던 그 시절의 그 기억은 오래 오래 내 페이지에 남게 된다.
회사라는 목적 조직에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수는 있지만,
마음이 맞는 동료들과 하나의 목표를 향해 최선을 다했던 여정은 그 자체만으로 선물이 된다.
단순히 용병처럼 마음의 반은 바깥에 두고 회사 생활을 하는 것이 아니라,
동료들과 어떻게 하면 더 잘할것인가 고민하고 실행하고 실패하고 성공하는 등 모든 것들이 그렇게 되는것 같다.
내 청춘의 몇 페이지가 이런 내용으로 채울 것인가에 대해
20대에는 동호회에서 여러 페이지들을 채웠고
30대 초중반에는 우아한형제들에서
30대 중후반에는 인프랩에서 페이지들을 채우고 있다.
이 과정에서 얻는 어려움도 있지만,
이게 끝나고 나서 얼마나 많은 추억들이 쌓일지를 생각하면
지금의 동료들과 더 많은 이야기들을 내 페이지에 쌓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