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우리 회사의 2번째 서비스인 랠릿의 팀원분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신규 서비스가 런칭하고, 약 1년간 운영을 해왔다.
그리고 계속해서 신규 기능을 넣고 있지만 지표가 내맘같이 오르지 않고 있다.
이럴때 보통 해당 제품의 개발자들은 매일 매일 서비스 지표를 확인하고 일희일비 한다.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해 내 생각을 팀원분들께 전달해서 슬랙으로 전달드렸다.
아래 내용은 그 슬랙의 내용 중 민감한 부분을 제외한 전문이다.
최근에 주식 차트 보듯이 매일 매일 서비스 지표를 확인하고 왜 안오르냐고 답답해 하는 모습이 눈에 띄어서 이야기를 드렸어요.
아마 랠릿의 담당자분들은 이런 것에 목말라하실것 같아서 제 이야기를 좀 하고 싶었습니다.
랠릿 이라는 서비스는 런칭한지 이제야 1년 반, 제대로 목적 조직이 구축된 지는 이제 막 1년이 되었습니다.
제품을 만드는데 6개월,
그리고 목적 조직이 갖춰지고 열심히 개선해나간 시간이 1년정도 된 것인데요.
그러다보니 지표를 통한 개선, 지표 성장 등에 대해 몹시 목마를 수 밖에 없다는 것에 충분히 공감합니다.
다만, 저는 서비스 초기에는 작은 지표에 집중하기보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이걸 채우는데 집중하는 것이 더 좋다고 봐요.
특히 그 작은 지표에 매일매일 일희일비 한다면 더더욱 필요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프로인 나혼자산다에서 주간 웹툰 작가이신 기안84와 이말년님의 대화가 기억나는데요.
기안84님은 매주 발행되는 회차 하나의 재미에 굉장히 몰입하는 분이신데, 한회 한회의 재미에만 몰입한 나머지 전체적인 스토리 라인이 엉망이 되어서 비판을 많이 받는 것에 대한 상담이였어요.
이말년 작가님의 조언은 한회 한회에 너무 집중하기 보다는 전체적인 스토리 라인에 집중하라는 것인데요.
저도 웹툰을 보면서 느낀 것이, 그 당시 1회 1회를 볼때는 재밌는 웹툰이였지만 다시 처음부터 전체를 봐야할때는 재미없는 웹툰들이 많았습니다.
전체적으로 이 웹툰의 스토리가 뭔지 모르겠고, 다시 보고싶은 마음은 들지 않더라구요.
저는 이게 제품의 초기 단계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봅니다.
대부분의 초기 제품은 다 반응이 뜨뜨미지근 합니다.
여러분이 알고 있는 코스닥 상장사인 모 회사의 신규 서비스는 출시된지 2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시장에서 큰 성과를 내고 있진 못하고 있습니다.
요즘 같은 시기에 매년 영업 이익을 400억씩 내는 초우량 기업을 모기업으로 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신규 서비스의 지표가 생각만큼 성과를 내고 있진 못하다는 것이죠.
마찬가지로 인프런이 밀어주는데도 랠릿이 이렇게 빠르게 성장하지 못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은 무의미합니다.
다른 큰 회사가 밀어주는 서비스들도 초기에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경우는 드물며, 대부분 원하는 지표를 도달하는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니깐요.
만약 랠릿이 인프랩 소속이 아니였다면, 오히려 피벗을 했겠죠?
당장의 생존이 중요하니깐요.
하지만 그건 안정적으로 제품 개선을 할 여건이 안되는 환경에서 해야하는 선택이지, 안정적으로 제품 개선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 환경에서 해야할 전략은 아닙니다.
우리는 상황과 환경에 맞는 적절한 전략을 선택할 줄 아는 프로입니다.
인프런이라는 매해 성장하고 수익을 내는 캐시카우가 있는 상황에서는 좀 더 긴 안목을 갖고 제품을 성장시킬 수도 있어야 합니다.
올해 초까지 랠릿의 개선은 진짜 서비스의 특색이라기 보다는 다른 채용 서비스가 지원하던 기본 기능을 구현하던 시간이였습니다.
이력서 테마, 이력서 허브 2가지 기능부터 랠릿만의 차별점을 넣기 시작했기 때문에 벌써 일희일비 하기에는 시기상조입니다.
지표를 보면 안된다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다만, 매일 매일 지표를 확인해보면서 일희일비 해서는 이 장거리 마라톤을 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제가 합류했던 2021년 4월의 인프런을 보면 회원수가 40만이 조금 넘었는데요.
2년 3개월이 지난 지금은 115만명의 회원으로 287%의 성장을 보여주었고,
연매출 역시 60억 -> 130억 -> 193억 으로 매년 60 ~ 100%의 성장을 했습니다.
이것만 보면 서비스의 성장 지표가 잘 나오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만, 우리는 대표님 혼자서 지표가 안오르던 서비스 초기의 그 지나한 시간을 모릅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인프런 서비스는 회원수 10만까지 워드프레스로 대표님 혼자서 제품을 개선 해왔습니다.
그게 2015년이였고, 2017년에 첫번째 개발자가 입사하기전까지 2년을 혼자서 제품 개선을 해왔던거죠.
멘토링도 이야기해볼까요?
인프런의 멘토링은 2020년 당시 인프런의 모든 제품 인원이 2달간 투입되어 만든 프로젝트였지만, 6개월 누적 멘토링 신청건은 220건이였어요.
월 40건도 안되는 수치이죠.
하지만, 2023년에는 상반기에만 1500건이 되었습니다.
여기까지 오는데 2년 6개월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우리가 그리고 있는 그림이 나쁘지 않다면, 충분한 시간만 있다면 서비스는 성장합니다.
이미 랠릿은 수천건의 이력서가 생성되었고, 이분들이 계속해서 여러 회사에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이게 1년반만에 달성한 수치입니다.
그리고 이 속도는 점점 더 가파르게 될 것이구요.
그래서 너무 기대되는 서비스입니다.
랠릿은 수많은 학생들, 직장인들이 이력서를 작성하고 추가하러 오는 서비스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래야만 하고요.
우리가 어떤 서비스를 지향하고, 어떻게 계속 빈 그림을 채워나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항상 우선시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익었나 안익었나 고기를 맨날 뒤적뒤적하면 육즙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좋은 고기를 먹으려면 그만큼 익었는지 계속 확인하기보다는 적정시간을 기다릴줄도 있어야 합니다.
좀 더 긴 안목으로 서비스를 바라봐주세요.
그리고 랠릿 이라는 큰 액자를 어떤 그림으로 하나씩 채워나갈 것인가를 좀 더 고민해봐주세요.
액자를 다 채우고 나면 여러분의 그림을 보러 수많은 사람들이 보러 오는 때가 분명히 올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