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를 할 때 수온 조절이 바로 되지 않을 때가 있다.
온수 쪽으로 손잡이를 돌렸는데 따뜻한 물이 나오지 않으면, 조급해져서 곧바로 반대쪽으로 돌리게 된다.
그렇게 이리저리 돌리다 보면 정작 어느 방향이 온수인지 알 수 없게 된다.
한쪽으로 돌려놓고 조금만 기다리면 될 일인데.
식사할 때도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
밥을 먹는 중에는 배부름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다 잠깐 자리에서 일어나 물을 가져오거나, 다른 일을 하다가 돌아오면 갑자기 배가 부른 것을 느끼게 된다.
식사와 포만감 사이에는 시간 지연이 있기 때문이다.
이 지연을 모르면 이미 충분히 먹었는데도 계속 먹게 되고, 결국 과식하게 된다.
우리는 일상에서 이런 '지연'을 자주 경험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그것이 지연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런데 조직에서는 이 지연을 쉽게 잊는다.
팀에 리소스가 부족해서 사람을 채용했다고 하자.
하지만 그 사람이 지금 당장 팀의 부족함을 채워주진 못한다.
조직에 적응하고, 업무 맥락을 익히고, 실제로 역량을 발휘하기까지는 최소 3~6개월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 사이에도 팀은 여전히 리소스가 부족하다고 느낀다.
마치 샤워할 때 온수 손잡이를 돌렸는데 따뜻한 물이 나오지 않는 것처럼.
그래서 더 채용한다.
또 채용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채용한 사람들이 모두 적응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역량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그때서야 "왜 이렇게 사람이 많지?"라는 생각이 든다.
밥 먹을 때는 배부르지 않았는데, 일어나서 돌아오니 배가 터질 것 같은 것처럼.
새로운 기능을 출시했는데 첫 1~2주간 반응이 좋지 않다고 하자.
실패한 걸까?
아직 알 수 없다.
고객이 새로운 기능을 인지하고, 학습하고, 습관처럼 사용하기까지는 생각보다 긴 시간이 필요하다.
샤워 손잡이를 돌리고 따뜻한 물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처럼.
반대로 출시 직후 반응이 폭발적이었다고 해서 그것이 진짜 성공인지도 모른다.
초기의 호기심에 의한 사용인지, 이전에 쌓아둔 기능들이 이제서야 효과를 내기 시작한 것인지, 정말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제품인지는 시간이 지나고 사용량이 유지되는지를 봐야만 알 수 있다.
관계도 마찬가지다.
동료에게 무례한 말을 했을 때, 그 여파가 바로 나타나지는 않는다.
한두 번의 실수는 괜찮아 보인다.
상대방도 웃어넘기고, 분위기도 별로 나빠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이 쌓이면 어느 순간 관계가 무너진다.
밥 먹을 때는 배부르지 않았는데, 일어서니 배가 터질 것 같은 것처럼.
그때는 이미 늦다.
행동과 결과 사이에는 항상 어느 정도의 지연이 있다.
지금 느끼는 불안이나 조급함을 해소하려고 같은 행동을 계속 반복하면, 나중에 그 행동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새로운 문제가 된다.
샤워할 때는 손잡이를 돌려놓고 잠시 기다릴 줄 안다.
식사할 때는 천천히 먹으면 과식을 피할 수 있다는 것도 안다.
조직에서도 그렇게 해보자.
채용을 했다면, 그 사람이 자리 잡을 시간을 주자.
기능을 출시했다면, 고객이 적응할 시간을 주자.
관계에서 실수를 했다면, 지금 당장 괜찮아 보여도 되돌아보자.
행동을 했다면, 조금은 기다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