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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

2025년 CTO 회고

by 향로 (기억보단 기록을) 2026. 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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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하반기 지인에게서 책 하나를 선물 받았다.
그 책의 제목에 이끌린 와이프가 먼저 읽어 봤다.
절반정도 본 와이프는 "남을 위로하기 위해 썼지만, 정작 본인도 아직 우울증을 극복하지 못한 것 같아. 그래서 더 못보겠어." 라며 더이상 그 책을 펴지 않았다.

올해 내 회고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같은 느낌을 주진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타인을 위해 회고를 쓰는 건 아니지만, 굳이 부정적인 감정을 세상에 전파하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올해의 여러 감정선들과 결정들을 기록으로 남겨두는 것이 좋겠단 생각이 들어서 하나하나 정리하기 시작했다.

1. 1월부터 12월까지

1월

  • 페이팔 결제수단 추가
  • 노션, 링크드인 프로필 랠릿 import 기능 추가

경쟁사의 상장으로 성인 교육 시장에 대한 평가가 급물살을 타게 됐다.
특히나 AI 발전으로 개발/프로그래밍 분야에 대한 교육 시장이 급격히 줄어들 것 같다는 위기감이 커졌다.

개인적으론 누구나 다 AI와 프로그래밍을 배워야하는 시대로 전환되고 있어서 프로덕트 메이커로 한정된 시장에서 이제는 엑셀/파워포인트와 같은 모든 사람들을 위한 시장으로 더 커질 것으로 생각한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앞으로가 더 기회가 많을 것 같다고 보지만, 당장의 눈 앞의 시장 반응은 개발 교육, 성인 교육 시장의 위기로 보고 있으니 그에 대한 대응책이 필요했다.

그래서 올해를 플랫폼 확장의 시작으로 잡았다.

영문 페이지 + 페이팔 오픈

2024년 동안 진행했던 글로벌 전환 프로젝트 (a.k.a Doctor Strange) 가 완전히 오픈되었고, 해외 카드 결제에 이어 페이팔 결제수단도 완전히 오픈 되었다.

  • 한글/영문으로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
  • 한국어/영어 2가지 버전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자막/더빙
  • 해외카드/페이팔 결제수단

해외로 확장할 수 있는 최소한의 준비는 완성되었다.

총액법 -> 순액법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로 회계상 매출 인식이 좀 더 명확할 필요가 있어서 기존 총액법 으로 관리되던 방식을 순액법으로 변경했다.

정산 흐름을 변경하는 것도 필요하고, 회계 방식 변경도 필요했다.
작년부터 준비를 조금씩 하다가 올해 시작을 기점으로 전환했다.

거래액이 줄지 않았지만 신고되는 매출이 총액 -> 순액이 되어서 서비스가 역성장한 것처럼 보였다.
채용공고나 기타 회사 소개 자료에 총액 -> 순액으로 변환되었음을 함께 고지했다.

인프콘

올해는 인프콘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작년 12월 초까지는 작게라도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이야기하다가, 2024년 전체 실적이 결산되고 나서 올해 인프콘은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인프콘을 한번 하는데 필요한 회사적 에너지나 자본이 현재 시기에서는 투입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다.
그만큼 올 한해가 회사적으로 정말 집중해야할 시기가 되었다.

다만, 한번도 인프콘을 경험하지 못한 신규 입사자들의 입장에서 기대감을 꺾은 것 같아서 죄송했다.
회사가 좋은 실적을 내고 나서 성대하게 하자고 이야기 드렸다.

결정은 1월에 했지만, 서비스 공지는 6월에 했다.

3년간 진행된 인프콘을 쉴 만큼 올 한해는 좋은 실적을 내야만 하는 시기였다.

2월

  • 인프런 일본어/베트남어 환경 오픈
  • 앱 대시보드 개편
  • 지식공유자용 쿠폰 발행 기능 개편
  • 강의실 레이아웃 개편
  • 앱 줌인/줌아웃 기능 추가

베트남 & 일본 시장

영어에 이어 일본어, 베트남어로도 인프런을 사용할 수 있도록 국제화가 확장 되었다.
베트남은 국내의 대기업들이 앞다투어 소프트웨어 센터를 확장하고 있는 국가이다.
국내 대비 낮은 개발자 몸값과 근면성실한 사람들, 한국과 비슷한 가치관등으로 대기업들이 개발자를 확보하기 좋은 환경이다.

한국 대기업들의 복지, 처우가 좋기에 베트남의 개발자들에겐 미국의 빅테크 다음으로 입사하기 좋은 기업들로 평가 받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한국의 소프트웨어 개발 방법론을 배우고자 하는 예비 개발자, 경력 개발자들이 많기에 우리의 개발 강의들이 충분히 수요가 있다고 봤다.

영어, 일본어, 베트남어, 한국어를 포함한 4개 국어로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게 되어 본격적으로 글로벌 시장 확장을 시도할 수 있게 되었다.

유니티, 언리얼과 같은 게임 개발과 자바/스프링으로 진행되는 JVM 백엔드 분야는 세계 어디와 비교해봐도 국내 개발자 분들이 경쟁력이 있다.
그리고 이 2개는 국내에서 우리보다 더 좋은 콘텐츠를 가진 회사가 없기에 글로벌은 이쪽 부분에서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완전한 오픈 플랫폼 전환 시작

국내 시장이 워낙 작기에 버티컬로 1등을 했다면, 그 분야를 중심으로 확장해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우린 국내에서 개발/프로그래밍에 한해서 1등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시장의 크기가 너무 작다.

그래서

  • 개발/프로그래밍 분야로 글로벌 확장
  • 개발/프로그래밍 분야 외 넓은 카테고리로 국내 시장을 확장

투 트랙 전략을 취하기로 결정하고 사내에 공유했다.

국내에서는 타 교육 서비스들처럼 MD/PD 가 제작에 강력히 참여하는 형태가 아닌 완전한 오픈 플랫폼으로 카테고리 확장을 해야만 한다고 봤다.
카테고리 확장을 시도하되, 기존 서비스들처럼 MD/PD의 관여가 필요한 형태로는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MD/PD 주도하에 콘텐츠 생성하는 방향은 절대적인 단점들이 존재한다.

"콘텐츠 출시 속도가 MD/PD 의 인원수에 비례한다는 것"
"해당 분야의 지식이 있는 MD/PD가 없다면 사실상 해당 콘텐츠 출시가 어렵다는 것"

일정 궤도에 오른 스타트업에서는 사람에 비례하는 속도로 성장하는 방향은 절대 하면 안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스타트업으로서 계속 폭발력을 가지려면 사람에 비례하지 않는 성장 방향으로 결과를 내야한다.

그러기 위해서 콘텐츠, 교육 서비스 치고는 드물게 전체 인원의 50%를 프로덕트 조직 (PM/디자인/개발) 으로 구성하고 있었다.
폭발력은 제품력과 기술력이 있어야만 하고, 그게 경쟁사 대비 우리가 갖는 큰 장점이다.

결국 유튜브나 인스타처럼 누구나 콘텐츠 기획자/MD의 관여 없이 출시할 수 있는 완전한 오픈 플랫폼으로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내가 갖고 있는 지식을 나누고 싶을때 언제든 나누고 배풀 수 있는 자율성과 접근성을 가지되, 문제가 될만한 여지가 있는 콘텐츠는 자동으로 걸러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플랫폼.

이 목표를 위해 전사 프로젝트를 띄었다.
프로젝트 이름은 A,B,C,D 다음인 E로 시작하는 Eren Yeager (에렌 예거)로 삼았다.

2월의 실적

2월의 실적이 생각보다 좋지 않았다.
Bun Rate를 보면서 쭈와 이야기하는 빈도수가 점점 늘기 시작했다.

3월

  • 식물 키우기 오픈
  • 멘토링 상세 페이지 UI/UX 개선
  • 미션 기능 오픈
  • 로드맵 강의실 기능 오픈
  • 비인증 결제 추가
  • 채팅 서비스 오픈

전사의 방향성이 정해지고, 기대하던 글로벌 전환도 끝나서 본격적으로 다시금 제품 고도화에 속도를 냈다.

식물 키우기

많은 앱 서비스들이 하는 XX키우기류를 인프런 앱에도 추가했다.
인프런은 개인의 성장을 돕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학습+자라나는 나무를 컨셉으로 잡았다.

또우와 율무가 베타 시연을 해주는데 너무 이쁘게 잘나와서 다 같이 신나했다.
빨리 이거 런칭하자고 주변에서 먼저 난리였다.

인프런은 어떤 서비스인가를 굳이 대놓고 어필하기 보다는 이렇게 자연스럽게 버튼 하나, 기능 하나에서 느껴지게 하는 것이 좋은 제품 브랜딩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면에서 강의를 구매한 만큼이 아니라 학습한 만큼 나무가 자란다는 컨셉은 지금 봐도 브랜드 톤을 잘 유지한 방향성이라고 느꼈다.

교육 플랫폼

콘텐츠 커머스가 아닌 교육 플랫폼이라는 것을 체감하시는 고객분들의 SNS 코멘트가 늘어났다.

자주 트위터에 인프런을 검색하게 됐다.

3월 실적

1분기 실적을 결산했다.
2023, 2024와 비교해서 올해 1분기 실적이 가장 안좋았다.
2년전 보다 못한 분기 실적을 달성하는 스타트업의 C레벨은 스물스물 비용 절감을 먼저 떠올린다는걸 체감하게 되었다.

영업이익을 많이 남겨 현금 흐름이 괜찮지만 성장성은 포기한 기업을 스타트업이라고 부를 순 없다는 생각을 했다.
비용 절감은 계속 뒤로 미루고 애써 실적을 더 키울 방법에 대해서 계속 더 고민했다.

4월

Vlad님 강의 오픈

자바 챔피언이자 하이버네이트 메인 기여자인 Vlad Mihalcea 님의 강의를 런칭했다.

예전의 인연 때문에 Vlad님의 강의를 항상 주변에 많이들 추천했다.
그럼에도 생소한 플랫폼, 한국어 미지원 등으로 시작하기 어려웠다.
인프런이 국제화가 끝나면 가장 먼저 소개해주고 싶었다.
다행히 Vlad님과 협업을 하게 되어 한국, 일본, 베트남 모두에게 강의를 소개해줄 수 있게 되었다.
루나, 애시, 오뜨, 제나, 제이크와 함께 단기 TF를 구성해서 짬짬이 시간내서 이벤트와 함께 강의를 오픈했다.
MD, 마케팅, 콘텐츠 디자인, 개발 4개 직군이 사이드 프로젝트처럼 진행했을때의 파괴력을 봤다.

높은 목표를 가지고 달렸는데, 그 목표보다 더 높은 성과가 나와서 그 과정을 전사에 공유했다.

AI 퀴즈

자막, 번역, 더빙에 이어 AI를 활용한 자동 퀴즈 생성 기능을 런칭했다.
학습-성장의 루프에서는 결국 검증 이 필요한데, 이걸 지식 공유자분들이 직접 생성하고 관리하시기에는 너무 귀찮은 일이 될 것 같았다.
일단 내가 지식공유자 입장이라도 매 섹션마다 퀴즈를 만들어야 한다면 만들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퀴즈와 같은 것들은 AI가 자동으로 만들어주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

또한 지식공유자분들이 직접 퀴즈 내용을 수정하고 답안을 수정하는 기능도 넣지 않기로 했다.
생성, 수정 기능을 넣게되면 출시 일정을 늦춰야하는 것도 있었지만, 그 기능을 거의 사용하지 않을 것 같았다.
퀴즈 내용에 오류가 있고, 잘못이 있다면 그건 그걸 만들어낸 플랫폼이 책임지고 대응하면 되는 일이고 그래야만 지식 공유자분들의 부담이 줄 것 같았다.
만약 직접 수정하셔야하는 상황으로 가게 되면 오히려 다 OFF 해달라고 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지식 공유는 쉽고 편해야하는데, 자꾸 뭔가 해야하는 허들이 높아지면 카테고리 확장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고 봤다.
강의 내용에 대한 이해를 평가하는 것 그 이상, 좀 더 생각할거리를 주는 그런류의 질문을 수강생에게 던지는 것이 지식 공유자분들의 몫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건 이후에 출시할 미션 기능으로 해소해야한다고 봤다.

그래서 지식공유자분들이 퀴즈를 생성하고, 수정하는 것은 초기 스펙에 넣지 않고 AI가 만들어내는 퀴즈의 퀄리티와 답변의 정확도를 높이는데 에너지를 많이 들였다.

담당자인 구피가 엄청 많은 공을 들였다.
구피의 경우 DevOps로 입사했는데, 회사의 사정상 AI를 활용한 기능 개발의 중심역할을 하다보니 본인의 역할에 대한 고민을 정말 많이 했었다.

그럼에도 한번 맡은 역할에 대한 책임감이 대단히 뛰어나서 정말 좋은 퀄리티로 퀴즈 생성 엔진을 구현해주셨다.

자동 메세지

에렌의 여러 과제 중 하나인 자동 메세지가 런칭되었다.

지식 공유자분들이 원하는 상황일 때 원하는 형태의 메세지를 노출 시켜줄 수 있는 것은 굉장히 큰 무기이다.
유튜브의 우측 상단에 특정 시점에 클릭가능한 메세지를 노출시키는 것처럼 인프런 내에서도 활용할 수 있게 해준다.

영상을 따라가다가 자주 실수하는 지점에서 실수할 부분을 미리 안내해주시기도 하고, 특정 소프트웨어 설치시 버전 이슈가 될 것 같으면 그에 대한 해결책 링크를 노출시키기도 한다.

활용도가 너무나 높기에 꼭 해야할 프로젝트라고 봤다.

진행 담당자인 학습 독려 Cell에서 많은 고민을 했던 프로젝트였다.
이걸 왜 해야하느냐부터 꼭 강의실 내 노출로 가야하느냐, 꼭 이런 컨셉이어야 하느냐 등등 굉장히 다양한 의견이 있었다.
로마 격투장과 같은 토론의 장이 열리기도 했다.
(잘 지내시죠 빠삐코....?)

논의는 길었지만, 결정이 되고나서 런칭까지는 빠르게 완료 되었다.
런칭 후 정환님이 극찬해주셨다.

4월 실적

만우절 천원샵, 전사할인, 영한님의 신규 강의 오픈, Vlad님의 강의 오픈 등 여러 겹경사가 겹쳐 높은 실적이 나왔다.
2025년 통틀어 가장 높은 실적이였다.

오랫만에 사내에 좋은 분위기가 흘렀다.

5월

  • 강의 제작 여정 레거시 -> 신규 스택 (React/TS/Mantine) 완료
  • 네이버페이 직연동 전환
  • 앱 내 질문/답변 기능 추가
  • 아기유니콘 선정

간편결제 직연동

토스페이먼츠의 결제위젯을 유지한채 주요 결제 수단들 (네이버페이, 토스페이) 은 직연동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토스페이먼츠의 결제위젯은 결제수단 하나하나를 연동하는데 들어가는 공수를 줄여주는 아주 좋은 결제 플랫폼이다.
우리 같이 별도의 결제/정산 팀을 구축할 여력이 없는 팀에게는 결제위젯이 주는 운영/도입 편의성이 크다.

다만, 그럼에도 아쉬운 점이 많았는데, 직연동에 비해 각 결제수단들의 혜택을 100% 활용할 수가 없었다.

  • 직연동이 아니면 후불결제(BNPL)를 사용할 수가 없다.
  • 카드 + 머니/포인트와 같은 복합결제를 사용할 수 없다.
  • 각 간편결제사의 결제 혜택 프로모션을 지원 받기 어렵다.

특히 법인카드나 교육비 환급이 지원되는 직장인 경우 1~5천원의 비용 초과로 강의 결제를 못하는 경우가 문제였다.

카드로 5만원을 결제하고 나머지 소액은 충전형 머니/포인트로 결제하면 되는데 복합결제가 지원되지 않는 결제 위젯으로는 카드 or 머니/포인트로 밖에 할 수 없어서 위 같은 경우 계속해서 고객 이탈이 발생했다.

운영/관리의 이슈가 발생하더라도 결제 이탈 유저들을 붙잡는게 중요하다 생각했다.

네이버페이에서도 직연동에 대한 프로모션을 지원해주셔서 좋은 결제 혜택을 유저분들께 제공할 수 있었다.

아기 유니콘

카린의 하드캐리로 정부에서 선정한 아기유니콘이 되었다.

우리 팀은 정부 과제와 심사에 능숙한 팀이 아니다.
그래서 이런 정부의 지원 프로그램은 최대한 배제한채로 움직였는데, 아기 유니콘의 경우 워낙 선정의 가치가 크다보니 얻고 싶었다.
그래서 그 전부터 아기유니콘 심사를 계속 신청했지만 번번이 떨어졌다.

그러다 다양한 경험을 갖추고 있는 카린이 팀에 합류하면서 정부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되었다.

카린은 정부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글로벌 콘텐츠 수급과 마케팅도 함께 하고 있다.
스타트업에서 필요로 하는 다방면의 역량을 갖추고 있어서, 우리팀의 강력한 무기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무조건 대표자가 발표를 해야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쭈가 발표를 하게 됐다.
긴장한 나머지 준비한 모든 발표를 전달하지 못해서 걱정이 많았는데, 진정성이 잘 전달된 것 같다.

선정되고나서 대대적으로 공지사항으로 전체 팀원에게 공유하고 축하의 전사 간식 시간도 가졌다.

5월 실적

4월의 높은 실적, 아기유니콘 선정 등 좋은 소식이 계속 이어졌지만, 5월 실적이 매우 좋지 않았다.
2022년 이후 최악의 실적이였다.
이런 실적이 2번만 더 나오면 회사가 망할 수도 있을 정도였다.

회사가 추구하는 극도의 투명함이 오히려 불안함을 더 증폭시키고 있다고 느꼈다.

우리팀은 극도의 투명함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전사의 재무제표를 모두에게 공개하고 있다.
Bun Rate 까지도 공개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팀원들 모두가 현재 회사의 사정이 어떤지 다 알고 있었고 그로 인해 불안감이 스물스물 올라왔다.

그렇기에 좋은 소식들을 지속적으로 공유하지 않으면 팀 전체가 불안감에 잡아먹힐 것 같았다.

5월 매출이 결산된 6월엔 빠삐코를 중심으로 FE 개발자들끼리 회사가 돈을 벌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는 것을 알게 됐다.

쭈와 매주 함께하는 목요일 점심 식사 시간의 대화주제가 점점 변했다.
성장, 플랫폼, 확장, 글로벌 -> BEP, Runway, 비용절감으로.

쭈가 외부 미팅을 다녀온 뒤에 4분기 분기 흑자를 꼭 달성해야하는 상황이 되었음을 설명했다.
남은 잉여현금으로는 18개월이상은 생존가능했지만, 이것과 상관없이 증명이 필요했다.

4분기 분기 흑자 달성을 위해 필요한 것은 결국 비즈니스 모델의 확장이였다.

좋은 학습 환경, 교육 플랫폼에 대한 개선은 잠깐 속도를 줄이고, 비즈니스 모델을 확장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다.

  • B2B 구독제
  • 마케팅 파트너스 (어필리에이트 마케팅)
  • 챌린지

플랫폼이 충분히 파괴력이 생기기 전까지는 비즈니스 모델을 계속 확장해나가는 걸 최대한 피하고 싶었다.
그럼에도 더 미룰 수 있는 상황이 아니였기에 극단적인 일정 단축과 MVP 로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다.

회사의 위기감에 모두가 동조된 상태라 R&R에 상관 없이 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 Cell이 각 프로젝트를 맡아서 진행했다.

특히 랠릿과 멘토링을 담당하는 커리어 Cell이 마케팅 파트너스를 담당하게 됐을 때 조직적으로 아쉬워하는 것이 느껴져서 죄송했다.
PM인 라떼가 최대한 긍정적으로 상황을 해석하고 Cell원분들을 달래주셨다.

지난 시간 동안 우주, 라비, 하루 등의 퇴사와 협업 등을 경험하면서 라떼가 굉장히 단단해지셨다는게 느껴졌다.

각 조직의 PM 분들을 믿고 온전히 실적과 고정비 절감에 대해서만 집중하기 시작했다.

6월

  • EKS 전환 완료
  • 앱 내 더빙 추가
  • B2B 구독제 오픈
  • 랠릿 인재풀 오픈
  • 강의 개설 완전 자동화

EKS 전환

선비의 하드캐리로 ECS EC2 -> EKS로 전환이 완료되었다.
올해 초부터 선비가 EKS로의 전환을 계속해서 제안했다.
난 시기상조라고, ECS EC2를 최대한 더 길게 사용하자고 거절했다.

예전부터 선비는 조직이 항상 단단하게 기반을 다지는 것의 중요성을 얘기했다.

반대로 나는 언제 어느때든 없어질 수 있는 것이 스타트업이고, 2년뒤, 3년뒤에 지금보다 더 서비스가 커질지 아예 축소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미리 기반을 단단하게 작업하는 것에 대해서 이르다는 생각을 전달했다.

뿐만 아니라 서비스 전체의 기반이 되는 플랫폼을 전환하는 것이 얼마나 큰 작업인지 알기에 DevOps의 리소스를 거기에 몇달간 투자하는 것은 큰 모험이였다.

우리 팀의 DevOps는 비즈니스 구현을 제외한 모든 것을 하는 조직이다.
DevOps, SRE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DBA/네트워크 엔지니어/보안팀, 더 나아가서는 사내 인터넷 관리, 출/퇴근 기기 관리, 아틀라시안과 같은 사내 SaaS 관리를 하는 IT 서비스팀으로서의 역할, 각종 서비스에 들어가는 AI의 코어 구현까지 하는 AI 엔지니어로서의 역할도 함께 한다.

그러다보니 전체 개발자 30명 중 6명(20%) 을 DevOps로 둘 정도로 비중으로는 높게 있어도 항상 리소스가 부족하다.

EKS로의 전환 보다는 더 비즈니스에 필요한 역할에 에너지를 쏟기 위해 계속해서 EKS로의 전환을 반대했다.

내가 거절할때마다 선비는 더 조사하고, 더 공부하고, 더 숙련도를 높여서 더 나은 제안을 가져왔다.
본인 혼자서 해도 전체 인프라를 EKS로 전환하는데 2달 이내로 끝낼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을 때 선비는 한번 더 제안을 했다.

난 선비보다 EKS 전환에 대해 깊게 고민하는 사람이 아니였기에 선비 같은 판단력을 가진 사람이 이정도로 고민하고 준비했다면 그러면 밀어주는게 맞다고 생각했다.

과거에도 IaC를 발전시켜나가는 과정에서 난 Terraform을 가능하면 계속 유지하자는 쪽이였고, 선비는 Pulumi로 전환하자는 파였는데, 결국 선비의 말이 맞았다.

물론 특정 개인이 열심히 했으니 노력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허락한다는 그런 유치한 감정은 아니다.
조직과 서비스에 결국 +효과가 얼마나 크냐가 항상 기준이였고, 선비의 마지막 제안 시점은 비용 절감이 핵심과제가 될 때였다.

이미 우리는 S3, CDN, RDB 에서는 줄일만큼 줄였다.
더 줄일 여력은 EC2 쪽이였다.

EKS로 전환이 완료되면

  • Karpenter 를 통한 극단적인 EC2 효율화
  • 서비스 매시로 인한 private 로드밸런서들의 정리
  • VPC/서브넷 정리

등등으로 큰 비용효과를 볼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완전한 GitOps 환경 전환, PR Preview 도입과 같은 전체 제품 출시 과정의 개선을 위해선 꼭 필요했다.

다만, 선비는 혼자서 가능하다고 했지만 조직적으로는 선비가 혼자서 100% 하는 것은 진행과정에서도, 완료 이후에도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했다.

  • 선비가 갑자기 아프면 EKS 전환 과정 전체가 멈추게 되는 리스크
  • 전환 이후에 선비가 부재이면 관리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리스크

등등.

그래서 제이스와 함께해서 2명이서 2달 이내로 전환하는 것으로 결정하고 나머지 조슈아, 제이크, 구피, 포카가 최대한 커버하기로 했다.

선비, 제이스는 DevOps 내에서도 운영 티켓을 많이 처리하던 사람이였기에 이 시기에 구피, 포카가 운영 업무 숙련도를 쌓는 계기가 되기를 원한 것도 있었다.

약속대로 선비는 제이스와 함께 6월에 EKS 전환을 완료했다.
특별히 큰 장애 없이, 무중단으로 말이다.

EKS 전환이 완료됨으로 AWS 비용이 크게 개선되었다.
EC2/로드밸런서/VPC/서브넷에서 감소되는 비용이 높아서 1월 대비해서 연말에는 거의 30%가 절감되었다.

쿠버네티스 환경으로 전환됨에 따라 특정 클라우드 벤더사에 종속되지 않고 다른 클라우드벤더, 온프레미스 환경까지도 쉽게 확장해서 쓸 수 있게 되었다.

AI 자막, AI 더빙, (이후 진행된) AI썸네일, AI 강의소개 등을 모든 영상에다 작업하는 것은 큰 비용이 드는데 그럴때마다 클라우드 뿐만 아니라 온프레미스에서도 저렴한 GPU 서버를 구할 수 있을때마다 클러스터를 확장해서 저렴하게 AI 작업들을 수행했다.

내 우려와 달리 이번에도 선비가 맞았다.
선비는 항상 스스로 증명하는 사람이라서 매번 감사하다.

B2B 구독제

B2B 구독제를 런칭했다.

단건 결제 (실비 정산)만 가능했던 B2B 서비스를 확장해서 기업이 구독으로도 인프런 교육을 들을 수 있도록 비즈니스 모델을 확장했다.

구독제에 관한 이야기는 입사했던 2021년부터 계속 있었던 주제였다.
콘텐츠, 교육이라는 도메인에서 결국은 기업, 단체에서 원하는 것은 예상 가능한 교육비였고, 그런 의미에서 단건 결제 (실비 정산) 방식은 교육비를 예상하기 힘들다.

구독제가 없다는 것이 B2B Sales에서 항상 병목이였단걸 알지만, 쉽사리 도입하진 못했다.

한 건이 판매가 되면 전체 강의 금액을 수취할 수 있는 것과 별개로 구독제는 재생시간에 비례해서 수강생의 구독료를 1/N 하는 방식이다.
한 건의 판매로 온전히 수강료를 수취하는 것이 아니라, 수강을 해도 당장엔 적은 금액만 수취할 수 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지식공유자분들께 진짜 도움이 되는 비즈니스 모델인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강의 학습 데이터를 확인하고, 좋은 콘텐츠는 수료 이후에도 계속 반복 학습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한 사람에게 5만원의 강의를 판매하고 이후에는 더이상 수익이 없는 것과 한 사람이 재생할때마다 일정 수익이 계속해서 발생하는 것을 생각해봤다.
콘텐츠를 재생할때마다 계속 수익이 가능하니 시간이 길어질수록 더 높은 누적 수익을 드릴 수 있는 방법이였다.
구독제도 수강생/지식공유자 모두에게 이득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겨서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다.

프로젝트의 중심 축은 정산에 두었다.

  • 어떤 방식으로 재생 시간을 추적하고
  • 측정된 재생 시간을 기반으로 어떻게 정산해줄 것인가

이 2가지가 핵심이였기에 구독제 TF는 정산 PM인 로이와 강의 플레이어 PM인 보니를 중심으로 두고 진행했다.

런칭 이후 여러 부트캠프와 KDT 교육 업체에서 기수별 구독을 가입해서 이용하길 원하셨다.

요 최근 2년간 런칭했던 프로젝트 중 비즈니스 임팩트를 즉시 낸 몇 안되는 프로젝트여서 기뻤다.

6월 실적

4월의 실적이 좋았기에 2분기 합산 실적은 최근 2년 중에선 가장 좋았다.
다만, 4월의 실적만으로 이루어진 셈이고, 5~6월은 오히려 더 줄었다.

4월처럼 여러 이벤트가 겹경사로 생기는 일은 우리 통제 밖에 있는 경우가 많기에 하방선을 얼마나 단단하게 지킬 수 있냐가 중요했다.

올해 2월, 5월 우리의 하방선이라 생각했던 지지선보다 훨씬 낮은 실적이 나왔다.

쭈가 외부 미팅을 다녀올때마다 둘이서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길어졌다.

B2B 구독제가 오픈되었지만, 당장 실적에 반영되기엔 시간이 필요했다.
7~8월에 예정된 프로젝트들이 과연 4분기에 바로 성과를 낼 수 있을까?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클라우드, SaaS 등 전사에서 고정으로 지출되는 고정비 절감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DevOps와 함께 8월까지 줄일 수 있을만큼 고정비를 줄여보기로 했다.

내 급여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도 계산했다.
30%를 줄인다면? 최저시급으로 줄인다면? 무급으로 줄인다면?
지금 내 고정비에서 절대 빼지 못하는건 뭐가 있는지 정리했다.

7월

  • 선물하기 오픈
  • 앱 내 무료강의 검색
  • 마케팅 파트너스 (어필리에이트 마케팅) 오픈
  • 강의 예약 오픈 기능 추가
  • 송파 -> 성남 이사

마케팅 파트너스

인프런의 어필리에이트 마케팅 서비스인 마케팅 파트너스를 오픈했다.

인프런 내부 커뮤니티는 충분히 활성화 되어있지만 (질문/답변, 스터디, 팀프로젝트, 수강평 등) 외부에선 여전히 확산되지 않은게 많았다.
그런 면에서 유저가 직접 자발적으로 개인 커뮤니티와 SNS에 공유하는것을 독려하는 어필리에이트 마케팅 서비스는 확장성에 있어서 필수라고 봤다.

콜린은 어소시에이츠프로그램의 잠재력을 간파했다.
알면 알수록 수익성이 매우 뛰어난 비즈니스 모델로 보였다.
당시에 이미 3만 개의 제휴업체가 있었고 프로그램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제휴업체들은 우리가 제공한 매우 기초적인 도구를 가지고도 창의적인 마케팅을 했다.
그렇게 아마존의 전체 트래픽과 매출 비중에서 그들이 차지하는 비율은 점점 늘어났다.
콜린은 장차 어소시에이츠프로그램이 아마존 비즈니스에 매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믿었다.
다만 이 같은 거대한 잠재력을 발휘하려면 몇 가지 변화가 필요했다.
...
콜린이 이 프로그램에 관여한 지 4년 만에 제휴업체의 수는 3만개에서 약 100만개로 급증했다.
출처: 순서파괴

더군다나 기존의 마케팅 프로그램처럼 선 지급 -> 후 성과가 아닌 실제 매출이 발생한 건에 대해서만 지불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재무적으로도 좋은 프로그램이였다.

교육은 직관적으로 어떤 형태인지 알 수 있는 물건 보다 훨씬 더 정성적인 후기가 중요하다.
그래서 그 교육을 수강하신 분들의 후기가 굉장히 중요한데, 그 후기를 독려할 수 있는 수단이였다.

이건 실제 제품팀내에서만 고민해야할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마케팅 리드인 데이지와 (지금은 떠난) 콘텐츠 MD인 고트와 함께 제품에 관한 여러 정책들을 결정하고 구현했다.
고트의 경우 외부 마케팅 에이전시들과 어필리에이트 마케팅 업체들을 직접 만나 많은 조언들을 듣고 팀 내부에 공유해주셨다.

이렇게 7월에 런칭한 마케팅 파트너스는 10월이 되어서야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즉, 7월에는 실적을 촉진시킬 무언가가 없었다.

조언

어려운 결정을 해야하는 순간이 다가올수록 마음이 너무 답답했다.
하드씽을 비롯해서 수많은 스타트업 서적들을 보는데도 결심이 잘 서지 않았다.
결심을 해야하는데, 자꾸 결심을 못하는게 너무 답답한데 얘기할 사람이 없었다.

바쁘신 것을 알지만 너무 답답한 마음에 범준님께 조언을 요청드렸다.

트위터에서 다음과 같은 글을 봤다.

"세월호 사건은 159명이 죽은 '하나의 사건' 이 아니라,
각각 자기의 인생을 살고 있던 '한명 한명의 죽음이 159번' 발생한 것이다"

내가 앞으로 해야할 결정을 생각할 때마다 저 글이 계속 생각난다고 범준님께 털어놓았다.
"그 사건이 얼마나 큰 사건인지 체감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글인 것 같다.
사건의 당사자이자 생존한 단원고 학생이나 선생님께는 저렇게 이야기하지 못할 것이다.
이미 그들에겐 너무 큰 사건이라 오히려 조금 더 거리를 둘 수 있도록 이야기할 것이다.
동욱님도 당사자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라고 답변해주셨다.

현재 팀의 상황과 나와 쭈가 할 수 있는 여러 선택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나서 범준님이 응원을 해주셨다.
"리더로서의 동욱님을 응원하고 있어요.
팀원들에겐 정말 죄송한 일인 것도 맞지만, 동욱님이 이걸 피하지 않고 꼭 온전히 경험으로 가져가셨으면 좋겠어요."

잘 이겨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이후에 영재님, 현태님, 두현님, 성철님을 뵙고 이야기를 나눴다.
영재님은 제품을 총괄하는 사람으로서
현태님은 실제로 같은 일을 실행했던 리더로서
두현님과 성철님은 리더가 아닌 개인으로서의 관점에서 조언을 해주셨다.

조언을 구할 분들이 주변에 많이 계시다는 것에 감사했다.

이사

7월에 송파 -> 성남으로 이사했다.
"만약 내 급여를 최저시급까지로 줄인다면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이 무엇일까?" 고민을 와이프와 함께 했다.

제일 큰 건은 2개였다.

  • 고정 생활비
  • 양가 부모님의 용돈

양가 부모님의 용돈은 절대 줄일 생각이 없었기에 고정 생활비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가 중요했다.

나는 차도 없고, 술/담배/게임 등 별도로 고정적으로 지출해야할 무언가가 있진 않았다.
그래서 고정비에서 가장 크게 차지하는 것은 거주비였다.

배민때부터 계속 송파구(잠실, 석촌, 송파등) 에서 거주했다.
10년 가까이 지낸 동네를 떠나기 싫어서 가능한 송파구 안에서 거주비를 줄이고 싶었다.
근데 한계가 있었다.

결국은 동네를 이사하는 것이 가장 확실했다.
비슷한 평수로 이사했음에도 월세 + 관리비로 거의 60만원이 절약되었다.

우린 주말 부부로 매주 주말마다 서울에서 시간을 보냈다.
와이프가 있는 전주에서는 할 수 있는게 제한적이기도 했고, 내 개인 활동으로 인한 주말 스케줄이 있다보니 서울을 신혼집으로 꾸리고 생활 하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최소한의 집 크기가 필요하다보니 이사를 해도 줄일 수 있는 거주비에는 한계가 있긴 했다.

만약 더 최악의 상황이 와서 무급으로 회사를 다녀야 하는 상황이 오면 지금 집에 있는 대부분의 짐은 모두 전주에 있는 와이프 집으로 옮기고 평일은 원룸에서, 주말은 전주에서 생활하는 것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와이프는 이젠 이런 결정에 익숙하다고 했다.

줌인터넷에서 연봉을 깎고 배민으로 가는 것도,
배민에서 인프랩으로 이직하면서 연봉도 깎고, 전세 대출 이자 지원이 끊기게 되서 전세 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하는 것도 봤다.

"그냥 쟤가 또 저러나보다" 라고 그러려니 했다고 한다.

고정비를 더 줄여야 하면 "전주/익산에서 수서역까지 SRT타면 1시간 30분이면 가니깐 너가 잠 줄이고 전주에서 판교로 출퇴근하고 거주비를 0원으로 만드는 건 어떠냐"고 와이프가 슬쩍 물어봤다.
SRT 한달 왕복 기차표값이면 성남에 월세 구하고도 남겠다는 이야기를 하며 같이 웃었다.

얼마나 줄일지 결정하진 않았지만, 미리 생활 습관은 바꿔놓는게 좋다고 생각했다.

  • 특별한 일이 아니고서는 집에서 배달 음식은 시켜먹지 않기로 했다.
  • 택시 타는 횟수를 줄였다.
  • K-패스 카드를 발급 받았다.
  • 연 구독인 SaaS와 구독 제품들을 모두 월 구독으로 전환했다.
  • 주말마다 데이트 코스로 도서관을 다니기 시작했다.

매달 사던 성장주들을 다 팔고 배당주로 바꿨다.
돈을 모아서 무언갈 하고 싶다는 그런게 딱히 없어서 어느정도 충분한 현금이 확보된 뒤로는 적금이 아닌 주식을 정기 매수 해왔다.
지금은 내 고정비를 충당해줄 배당주가 훨씬 더 필요하다고 생각되서 이익이 나지 않은 주식들도 포함해서 전부 배당주로 교체했다.

도서 구매 비용은 줄이지 않기로 했다.
아끼기만 해서는 이 위기를 극복하는게 아니라 길게 연명만 하는 것 뿐이기 때문에, 결국 더 잘되려면 더 효율적으로 스스로를 성장시키는게 필요했고 그런 의미에서 줄이지 않기로 했다.
더 많이 읽기로 했다.

8월

  • 챌린지 서비스 오픈
  • 강의실 내 스크립트 검색 기능 추가
  • 토스페이 직연동 전환
  • 수강바구니 UI/UX 개편
  • 헤더 등 전체 서비스 UI 개선

챌린지

회사의 2번째 메인 모델인 코호트 교육 서비스 챌린지를 오픈했다.
AI로 인해 점점 사람:사람으로 터치하면서 배우는 것에 대한 니즈가 계속 커질 것으로 봤다.
누구나 예상한 흐름이기도 해서 해외 사례에서도 지속적으로 코호트 교육의 성공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 나왔다.

이미 인프런에 VOD 강의를 올려두고, 이를 네이버카페와 카카오톡으로 한입 챌린지라는 코호트 교육 코스로 잘 활용하고 계신 지식 공유자 이정환 님과의 인터뷰도 진행했다.

챌린지 서비스의 중요성은 팀원 전체가 쉽게 수긍이 된 상태였고, MVP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가 중요했다.

이때 오판이 있었다.
챌린지 라는 서비스의 시작은 워밍업 클럽 이다.
여기에 정환님과 같은 지식공유자분들의 인터뷰를 추가 참고했다.

그래서 초기 MVP에서 풀어내야할 Problem을 "워밍업 클럽처럼 MD가 운영하는 것이 아닌 지식 공유자분들이 본인의 강의로 직접 기수제를 운영하도록 하자" 로 잡았다.

워밍업 클럽을 통해 수강생분들이 지식 공유자분과 함께 하는 참여형 교육에 대해 니즈가 높다는 건 검증이 된 상태였으니 이쪽으로 방향을 게속 잡고 있었다.

기존 강의가 있다는 가정하에 기획하다보니 기존 강의가 없는 사람은 챌린지를 개설하는 것은 배제한채 시작을 했는데 이게 초기 MVP의 오판이였다.
매 주마다 진도를 체크하고 수강을 독려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한정된 자원으로 VOD 촬영과 질문/답변을 해주는 것에만 집중하는 것을 원하시는 지식 공유자분들이 훨씬 많았다.
오히려 외부에서 라이브 스트리밍과 디스코드/슬랙으로 코호트 교육을 운영하시는 분들의 니즈가 훨씬 높았다.

그래서 MVP 출시후 곧바로 기존에 인프런 강의가 없는 분들도 챌린지를 개설할 수 있는 방향으로 빠르게 확장했다.
강의가 없어도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충분히 코스를 운영하실 수 있는 분들의 참여로 콘텐츠가 빠르게 늘어났다.

런칭한지 얼마되지 않은 서비스가 이렇게 빨리 회사의 주요 서비스가 된 이례적인 경우였다.

챌린지의 자체 매출이 회사에 기여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챌린지는 그 외 부가적인 기여부분도 굉장히 컸다.
완강 챌린지나, 딩코딩코님의 무료 라이브 챌린지 등은 챌린지 매출에는 기여하는 부분이 적지만 VOD 매출에는 큰 영향을 주는 것이였다.

특히 IT 출판사분들이 신간 서적이 나올때마다 완독 챌린지 를 개설해주셨고, 적게는 수십명, 많게는 수백명이 신간 도서를 구매해서 완독을 하는 방향은 출판사/인프런/독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모델이였다.

루키스님, 정환님, 딩코딩코님 등 기존 온라인 강의를 만드시던 지식공유자분들도 챌린지 코스를 개설하기 시작하셨고 많은 수강생들을 늘려나가셨다.

비용절감

이나모리 가즈오의 회계 경영하마터면 또 회계를 모르고 일할 뻔했다! 을 읽었다.

  • 적자내지 않는 기업은 무엇이 다른가?
  • 파산 위기에 놓인 기업을 흑자로 돌려세운 CEO는 무엇이 다른가?
  • 매번 이익을 낸다는건 어떤 의미일까?

등등이 궁금했다.
회사의 상황에 따라 "나에게 이런 역량이 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6월부터 시작한 각종 클라우드, SaaS 비용 절감의 1차 결과가 나왔다.

DevOps에서 SaaS를 대신해 직접 구축한 것들을 포함해서 여러 편의기능들의 구독을 취소하기도 하고 각종 클라우드 비용을 줄일만큼 줄였다.

그래도 현재의 상황을 반전시키진 못했다.
그 외 더 줄일 것들은 복지에 관한 것들 뿐이였다.

  • 점심 식대
  • 저녁 식대
  • 택시비
  • 간식비

인당 15,000원을 지원하는 점심 식대를 지원하지 않으면 월 고정비가 1,600만원이 절감된다.
인당 20,000원을 지원하는 저녁 식대는 (모든 팀원들이 야근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월 고정비로 700~800만원 정도가 지불되었다.
야근 택시비에 대한 고정비도 대략 600~800만원 정도 고정적으로 필요했다.

만약 이들을 모두 다 없앤다면 월 고정비를 거의 3,000만원 가까이 줄일 수 있다.
이것 외에도 다양한 복지들이 있는데, 이들을 전부 다 없앤다면 월 4~5,000만원의 고정비가 절약될 수 있다.

  • 모든 복지를 없앤 뒤, 최대한 많은 인원과 계속 함께하는 것이 좋을까?
  • 이걸 그대로 유지한 채, 인원을 줄이는 것이 좋을까?
  • 모두가 급여의 10~20%를 삭감한다면 얼마나 더 많은 이들과 함께 할 수 있을까?

등등의 생각들로 매일 계산기를 두드리고 쭈와 이야기를 나눴다.

주변의 많은 분들이 다들 같은 조언을 해줬다.

a. 레이오프를 많이 했다고 후회하는 대표는 본 적이 없다. 할 수 있는 최대한 해라. 60~70%까지 해도 된다. 이렇게 해도 의외로 회사는 잘 돌아간다.
b. 처음 레이오프를 적게 했다가 두 번 레이오프하는 게 최악이다.
출처: 실패를 통과하는 일

10명의 대표님들을 만나면 똑같이 저 이야기를 해주셨다.

  • 레이오프를 많이 해서 후회한 적은 한번도 없다.
  • 처음에 덜 했다가 2차, 3차로 진행하면 가장 최악의 상황을 경험한다.

전 직장에서 레이오프를 경험했던 신디, 로이도 PM 워크샵에서 같은 이야기를 주셨다.
둘은 대표가 아닌 팀원의 입장임에도 제발 2차, 3차까지 가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1차까지는 그래도 어떻게든 남은 팀원들과 으쌰으쌰 하려고 했지만, 2차, 3차까지 가고나니
"4차, 5차는 없는게 확실할까?"
"뭐가 더 남았을까?" 등등의 불안감으로 더 일하기 힘들었다고 한다.

10월부터 시작되는 4분기 흑자를 위해선 모든 지출 비용은 9월로 다 마감처리가 되어야만 했다.

올 초 80명이 넘던 구성원이 8월말엔 70명이 되었다.
운영/사업이 24명,
제품이 44명.
제품팀이 전체 인원의 64%였다.

운영/사업은 서비스의 현재를 책임지고, 제품은 서비스의 미래를 책임진다고 생각한다.
어디를 줄여야하는지는 명확했다.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역량이 무엇일까 고민하고 한명 한명 작성했다.
쭈와 함께 결정을 내렸다.

9월

  • 회사 위기 공유
  • 기기대수 제한 추가
  • 챌린지 라이브 기능 추가
  • Micro DIPS 선정

챌린지 라이브 기능 추가

챌린지가 코호트 교육으로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해선 라이브 스트리밍 기능이 필요했다.

스타트업답게 유튜브 라이브나 Zoom등을 활용한 방법도 있겠지만, 임시방편으로 쓸 순 있어도 챌린지에서만큼은 쓰면 안된다 생각했다.
크게 3가지 이유 때문이였다.

  • 일관된 교육 경험
  • MD에 의존하지 않은 콘텐츠
  • 채팅/스트리밍 데이터의 유실

챌린지 내 VOD 강의를 듣다가 라이브가 시작되면 Zoom이나 Google Meet으로 이동했다가, 라이브가 끝나면 다시 인프런 강의실로 오고 가는 과정은 너무 불편하다고 생각했다.

더군다나 챌린지를 운영하시는 지식 공유자분들이 어떤 라이브 스트리밍 도구를 쓰는지에 따라 수강생분들은 그것들 전체를 다 설치해야만 한다.
PC/모바일 모두에 말이다.

A 지식공유자분은 Zoom 으로 라이브를 하고
B 지식공유자분은 Google Meet으로 라이브를 하고
C 지식공유자분은 Discord로 라이브를 한다면
그 과정들을 모두 듣는 수강생은 해당 서비스 전체가 다 설치되어있어야만 한다.

유튜브 라이브로 단일화 해서 한다고 하면 우리 운영 팀에서 모든 라이브에 관여해서 운영해야하는데 그러면 결국 인력수에 비례한 서비스 성장 방법이기 때문에 이걸 선택해선 안된다.

각종 화상 회의 도구에 흩어진 채팅 데이터나 스트리밍 데이터가 유실되는 것도 장기적으로 큰 문제라고 생각했다.
해당 라이브를 못본 사람들은 녹화된 영상도, 당시의 나눈 대화도 전혀 보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챌린지와 전혀 무관한 커리어 Cell에게 해당 프로젝트를 맡겼다.
이미 다른 Cell이 모두 회사의 비즈니스와 관련된 프로젝트를 진행중이였기 때문에 마케팅 파트너스에 이어 챌린지 라이브를 맡았다.

100ms 를 활용해 라이브를 구현했다.
라이브 내 채팅을 구현하지 않고, 라이브와 채팅을 별도로 나눠서 구현했다.
기존에 갖고 있던 채팅 서비스를 함께 활용했다.
라이브와 채팅을 별도로 나눠 구현했기 때문에 라이브가 없어도 채팅에 참여가능하고 기록이 남았다.
라이브 시작 전, 종료 후, 라이브 일정이 없을때 등등 채팅에 참여할 수 있어서 만족도가 다들 높으셨다.

라이브 스트리밍 기능이 추가됨에 따라 각종 1회성 라이브 챌린지가 개설되었다.

신규 강의 홍보를 위한 온라인 라이브를 비롯해 도서 챌린지에서 저자와의 라이브토크 등 다양한 형태로 챌린지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후 진행될 완강 챌린지의 근간이 되었다.

위기 공유

전사에 위기 상황을 PPT로 작성해서 공유했다.
이번의 대상은 프로덕트 조직이기에 발표 준비를 직접 하고 전사 공유도 직접했다.

나와 쭈의 급여를 30% 삭감하기로 했다.
(지금은 실적이 회복되어서 다시 원복했다.)
10~12월의 흑자 전환이 어려울때 더 줄일만한 것들이 있어야 하는데 그때 가장 먼저 남은 70%의 급여를 줄이기로 했다.
이것 역시 전사에 공유드렸다.

이미 어느정도 상황을 예상하신 분들도 계셨지만 그럼에도 전사에 큰 충격이 되었다.
누구누구가 대상인지를 공유드리진 못하고, 한분 한분 면담때 말씀드린다고 하니 다들 불안에 빠졌다.

내가 무너지지 않을까 쭈가 걱정을 많이 했다.
제품팀과의 면담을 본인이 직접 해도 된다는 이야기도 해줬다.
다만, 그 이야기를 내 입으로 전하지 못하면 내 인생은 거기서 끝날 것 같았다.
좋을때는 직접 얘기하고, 안좋을때는 대표/HR 뒤로 숨는 리더에게 누가 신뢰를 줄 수 있겠나.
천하의 악당이 되는 것도 내가 해야할 몫이여야 했다.

44명의 모든 제품팀 인원과 1on1을 진행했다.
함께 할 수 있는지 아닌지에 대해 이야기를 드렸다.
짧게는 1시간, 길게는 2시간씩.

여전히 마음이 있는 몇년간 만난 연인에게 헤어지자는 이야기를 한번 하려면 몇달을 고민한다.
그건 아무리해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그걸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사람과 했다.

아무리 해도 입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드라이하게 해야한다고 정말 많은 조언을 들었지만, 막상 상대의 얼굴을 보면 면접때부터 닥터때까지 달려오던 그 시간들이 떠올라서 말이 안나왔다.
꾸역꾸역 면담을 다 완료했다.

헤어지기로한 인원들 이외에도 퇴사하겠다는 팀원들이 다수 발생했다.
특히 3~5년 이상 근속한 오래된 팀원들이 다수 추가 이탈했다.

우리팀이 갖고 있는 강점이자 약점이 동료애다.
충분히 더 여건이 좋은 회사를 갈 수 있음에도 함께하는 동료들이 워낙 좋기에 다른 회사를 찾아보지 않고 3~5년씩 다닌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 동료들과 더이상 함께 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인원이 자발적 퇴사를 했다.

예상한 것보다 많은 팀원들이 추가로 이탈하게 되어서 재무적으로는 안정적이게 되었지만 심리적으로는 불안정하게 되었다.

자발적 퇴사는 9월에서 끝나지 않고, 10, 11, 12월까지 계속 이어졌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엔 프로덕트 인원은 30명, 전체 팀원은 50명이 되었다.)

단단한 프로덕트 조직을 일궈낸 것에 자부심을 갖고 있었지만, 이때만큼은 스스로를 계속 의심했다.

헤어져야할 팀원들의 인원수를 확정짓는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8월까지의 재무제표와 앞으로의 비용에 관해 전부 계산되었음에도
"이렇게하면 이만큼은 더 같이 갈 수 있지 않을까",
"저 제품이 이렇게 성과를 내면 이만큼은 더 같이 갈 수 있지 않을까" 등등.
미련한 희망을 갖고 계속 계산했다.

회사와 팀원 전체를 두고 1% 확률의 도박에 참여하려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 해야하는 건 도박이 아니라 확실한 생존인데도 말이다.

9월엔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하거나 완료하기 힘들 정도로 붕 떠있는 채로 한달을 보냈다.
그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그렇지만, 무언갈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였다.

팀 내 자발적 퇴사가 멈출것 같지 않은 분위기가 계속 됐다.

10월

  • 페이코 추가
  • 클립 오픈
  • 베트남 마케팅 파트너스 오픈
  • 커뮤니티 통합 피드 페이지 추가
  • 향로 완강 챌린지 시작

완강 챌린지 시작

Vlad에 이어 두번째 개인 TF인 완강 챌린지를 시작했다.
9월에 쭈와 함께 식사를 하던 중 챌린지가 예상보다 콘텐츠 개설 속도가 나지 않아서 내가 직접 한번 운영해보는게 어떤지 제안을 해주셨다.

“챌린지가 어떤건지 외부 수강생들도, 지공자들도 잘 모르는 것 같다.
향로가 한번 챌린지가 어떤건지 사람들에게 보여주면 어떨까요?”

회사 실적을 위해서는 뭐든 해야겠다 생각하던 중이라서 해보기로 했다.

챌린지 목표 참여 인원을 1,000명으로 잡았다.
그정돈 해야 될 것 같았다.

“1,000명을 참여시키려면 무슨 주제로 해야할까?”
“하나의 주제로 1,000명을 모을 수 있을까?”
“이미 존재하는 수많은 VOD를 두고 새 주제가 필요할까?”

내가 강의를 제작하기 보다는 각자가 원하는 VOD 강의를 구매해서 기간 내 완강하는 것을 목표로 하기로 했다. (like 온라인 모각코)

방점은 결제가 아닌 완강이다.
우린 학습 플랫폼이고, 많은 결제를 일으키는 이벤트를 기획하기 보다는 내가 원하는 공부를 끝까지 할 수 있게 만드는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부산 출장가는 기차안에서 러프하게 기획을 했다.

이번 추석 연휴가 길어서 시작하기에 딱 맞춤이였다.
내가 긴 연휴를 공부하는 시간으로 잡고 있기 때문에 나와 같은 사람들이 인프런에는 많을 것 같았다.
그래서 "긴 추석 연휴 기간 동안 강의 하나씩 정해서 완강하기" 를 주제로 챌린지를 준비했다.

파일럿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제품적으로 풀어내기 보다는 가능하면 운영적으로 풀어내기로 했다.

마케팅적으로 회사에 역효과를 주면 안되기 때문에 데이지와 애시에게 최종적으로 기획안 컨펌을 받았다.

도라, 애시가 본인 업무 외 시간을 활용해서 같이 운영을 하기로 하고,
각 제품팀에서 시간을 잘개 쪼갤 수 있는 분들을 모집해서 간단한 편의 기능을 추가했다.
(수강신청시 자동 쿠폰 발급 기능)
약풍, 어텀, 올리가 자발적으로 나서주셨다.

"1,000명을 모을 수 있을까" 고민되었지만, 1,600분이나 신청해주셨다.
학습과 성장에 진심인 분들이 많다고 다시금 느꼈다.

카톡방을 개설해 참가자분들과 매일 매일 공부인증을 하면서 추석 연휴 기간 내내 독려했다.

처가에 갔을 때도 매일 카페에 가서 공부하고 인증을 올렸다.
와이프가 처가 가족분들께 이야기를 잘 해줘서 매일 갈 수 있었다.

추석 연휴 기간 동안 3번의 라이브를 진행했다.
매번 학습을 독려하고 응원하는 메세지를 보내다가 마지막 라이브때는 남아 있는 팀원들이 생각나서 그들에게도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했다.

챌린지 마지막 날,
오픈 카톡방이 종료되는 그날 카톡방에는 많은 사람들의 감사의 메세지가 올라왔다.
후기에도 많은 감사와 응원의 메세지가 올라왔다.

추석 연휴 전체를 이 챌린지에 쏟아내서 연휴 다운 연휴는 전혀 보내지 못했지만, 전혀 아쉽지 않았다.
인프런에 합류한 지난 4년 6개월의 시간을 보상 받는 기분이였다.

조직 개편

30%에 가까운 프로적트 조직 인원이 줄었기 때문에 조직 개편을 진행했다.
이전에는 8~12명 단위로 4개 조직을 구성했다면,
이번에는 2/4/6명 단위로 6개 조직으로 구성했다.
조직의 규모는 줄이고, 조직의 개수는 늘렸다.

저렇게 극단적으로 작은 조직은 선호하진 않는다.
PM 1명, FE 1명, BE 1명 과 같이 직군별로 1명씩만 포함되는 조직의 형태인데, 이럴 경우 1명만 퇴사하거나 부재여도 해당 조직이 제대로 업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가능하면 개발자는 같은 직군은 2명 이상이 있는 것이 좋다고 보고 조직을 구성해왔다.

다만, 전체 인원수가 부족하고 채용 계획도 불투명한 상태에선 그렇게 할 순 없다.
기존처럼 하면 큰 2개의 조직으로 모든 일을 처리해야하는데, 이러면 하나의 제품에 온전히 집중하기 힘들어 속도감이 급격히 떨어진다.
반면, 작은 조직은 기민하고 집중할 수 있다.

조직의 안정감을 높이려면 큰 조직이지만,
조직의 속도를 높이려면 작은 조직으로 구성해야한다.

4개 조직에서 6개 조직으로 만들었다.
조직을 작게하되 수를 늘리니 담당 제품을 명확하게 할당할 수 있었다.

  • 온라인 강의/챌린지/B2B Cell은 해당 제품만을 집중적으로 개선하고 확장하는 것으로,
  • 운영생산성/주문정산/플랫폼 Cell은 전사의 생산성 개선 혹은 서비스 전반의 플랫폼 작업들을 담당했다.

AI로 인한 조직의 변화를 우리도 실험해보기로 했다.
백엔드 개발자인 감자와 프론트엔드 개발자인 럭끼가 PM 역할을 함께 하기로 했다.

감자는 사내에서 가장 AI를 잘 쓰는 개발자이다.
운영생산성 조직을 맡아 프론트엔드 개발자인 퍼즈와 두 명이서 운영/사업에서 운영 작업들을 자동화하고 AI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역할을 맡았다.
감자는 여기가 첫 회사이지만, 문제를 구조적으로 분해해서 볼 수 있는 사람이였다.
조직 내 생산성을 개선하려면 결국 해당 조직들이 하고 있는 업무를 구조적으로 분해해서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하는데, 이건 연차와 관계 없이 사람 본연이 갖고 있는 평소의 생각 습관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아주 훌륭한 역량을 갖고 있었다.

온라인 강의 조직은 럭끼가 맡기로 했다.
회사의 메인 서비스인 온라인 강의는 보니라는 정신적 지주 PM의 이탈로 누가 그 역할을 맡을 것인지 고민이였다.
이 주제로 퇴사자인 보니와도 이야기를 나누었고, 디자이너인 율무와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같은 조직내 프론트엔드 개발자였던 럭끼가 가장 적임자라 판단했다.

럭끼는 개발자이지만 누구보다 훌륭한 커뮤니케이션과 변화 수용력을 갖고 있었다.
제품적 관점에서는 아직 경험이 부족하지만, 율무라는 좋은 디자이너가 함께 했기에 제품에 대한 관점은 율무가 도와주면 될 것 같았다.
럭끼는 학구열도 높아서 새로운 역할을 부여받으면 그 역할을 잘하기 위해 다양한 학습을 해서 조직 전체에 활기를 심어줄 것 같았다.
더군다나 프론트엔드 개발자 출신의 PM 이 가지고 있는 강점을 충분히 알고 있어서 한번 시도해봐도 되겠다 싶었다.

럭끼는 PM 역할 자체에 충분히 흥미를 갖고 있었기에 빠르게 PM에게 필요한 역량을 학습했다.
책으로, 강의로, 다른 PM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등 그가 평소에 어떻게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주변의 많은 지식들을 흡수했다.
그리고 그렇게 배운 것을 Cell 내에 계속해서 전파해서 Cell 전체가 럭끼와 함께 성장하고 있다.

이 결정은 3개월이 지난 지금 봐도 좋은 선택이였다.

마케팅 조직에서 데이터 분석을 하던 루나를 프로덕트 조직으로 옮겼다.
조직에 데이터 분석가가 1명만 남은 상태라 어떻게 하면 더 큰 임팩트를 낼 수 있을까 고민했다.
마케팅 성과 분석도 중요하지만, 전사의 제품 지표를 개선하는 것이 하나밖에 없는 데이터 분석가를 가장 임팩트 있게 활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루나가 이동한 플랫폼 Cell은 테디와 엠제이가 속해 있었고, 이 조직의 목표는 가입, 검색 등 서비스의 근간이 되는 플랫폼의 성장이였다.

테디는 데이터와 그로스에 가장 능숙한 PM이고, 엠제이 역시 데이터에 능숙한 디자이너이시기에 데이터 분석가인 루나까지 합류하면 큰 시너지를 낼 것으로 봤다.

공식적으로 데이터 분석팀이 없기에 매주 월요일 1시간씩 루나가 세운 가설과 분석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나는 데이터 분석을 전문적으로 해본 사람이 아니라서 내가 함께 분석을 할 수는 없다.
다만 제품 리더로서의 관점으로 피드백을 드릴 수 있기에, 리더로서 가설에 대한 내 생각, 분석에 대한 내 생각, 루나가 세운 가설의 임팩트를 보고 제품 전체의 실행 등을 주로 이야기했다.

루나도 나와 함께 손발을 맞춰보는 것이 처음이기에 서로 엇박자 나는 일이 많았다.
같은 이야기를 해도 서로 다르게 해석하기도 하고, 도돌이표처럼 같은 얘기가 반복되는 회의도 있었다.
한번은 회의시간에 서로가 시원하게 다 쏟아내기도 했다.
(난 대화 체력이 좋다. 상대가 GG치기전까지는 몇시간이고 대화할 수 있다.)

루나와의 회의 시간에서 배우는 것들이 점점 많아졌다.

10월 실적

챌린지, B2B 구독제, 마케팅 파트너스, 글로벌 확장, 추석 할인, 완강 챌린지 등 다양한 영역에서 좋은 소식이 발생해 4월에 이어 올해 2번째 흑자를 달성했다.

단순히 영업이익만 증가한 것이 아니라, 거래액과 순매출 모두가 증가했고 그걸 기반으로 영업이익 역시 흑자가 되었다.

11월과 12월은 어떻게 해야 될까 고민도 되지만,
그럼에도 4분기의 시작이 너무나 다행이였다.

반대로 프로덕트 조직의 사기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다.
퇴사 예정인 분들이 계속해서 나왔고, 누가 연차를 쓰면 면접 보러가냐 는 농담이 조직 내에서 자주 들리기 시작했다.
서로가 서로에게 제발 떠나지 말아달라는 마음속 외침을 온 몸으로 표현하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조직이 예전처럼 활기가 넘치진 않는 것 같다.
다들 열정이 넘쳤는데 지금은 그런것 같지 않다.
예전에는 정말 야근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지금은 거의 없다." 를 1on1 티타임 할 때마다 들었다.
저녁 먹고 와서 아무도 없는 사무실을 볼 때의 휑함을 많은 팀원들이 느끼고 있었다.

"사람도 줄었으니, 남은 사람들이 그만큼 더 열심히 해야 합니다" 라는 메세지를 전달하고 싶진 않았다.
그들에겐 마음을 추스릴 시간이 필요했다.

각자가 스스로 이 상황을 해석하고, 이해하고, 납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봤다.
추스릴 시간이 필요하다고 해서 이들이 본인의 역할들을 하지 않는 사람들은 아니다.
주어진 역할은 충실히 하되, 예전처럼 열정적으로 할 수 있냐, 없냐는 이 시간을 어떻게 스스로 이겨내는지가 중요했다.

보채지 않고, 다그치지 않고 기다리기로 했다.
대신 자주 이야기 나누고, 필요하면 같은 설명을 몇번이라도 했다.

내가 할 일은 그들이 추스리고나서 돌아올 곳이 있도록 하는 것이였다.
서비스가 망하면 추스려도 의미가 없으니깐.

할로윈 챌린지, 박소령 대표님과의 챌린지, 진중님과의 챌린지 등 단기적으로 할 수 있는 여러 일들을 기획하고 진행했다.
개인 SNS에 신규 강의들의 홍보 글을 계속해서 공유했다.
제품적인 고민 보다는 사업에 대한 고민을 좀 더 많이 하고 실행에 옮겼다.

11월

  • 영어/일본어 마케팅 파트너스 오픈
  • 조르기/대신결제 오픈
  • AI 기반 강의 썸네일 자동 생성 기능 추가
  • AI 기반 강의 소개 자동 생성 기능 추가

강의 제작 간소화

강의 영상만 있으면 강의 썸네일과 소개 페이지를 자동으로 만들어주는 제작 간소화가 오픈되었다.

  • AI 기반의 자막, 번역, 더빙
  • AI 기반의 답변, 퀴즈와 채점
  • AI 기반의 강의 자동 제작

그간 AI가 들어간 기능들이 수강생분들을 대상으로 했다면, 이번엔 지식공유자분들이 교육에 집중할 수 있는 기능을 준비했다.

서비스 곳곳에 AI가 들어갔지만, 우린 AI 교육 기업입니다 를 드러내놓고 강조하진 않는다.
교육을 중심에 두고 AI가 도와주는 형태가 되어야 하는데,
어느 순간 AI를 어떻게든 넣으려고 해서 도리어 고객 경험을 해치는걸 너무 많이 봤다.

"AI니깐 써보세요!" 라는 메세지는 의미가 없다.
AI가 했는지, 사람이 직접 한건지는 고객에겐 상관이 없고, 그래서 "나한테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느냐" 가 중요하다.

'AI' 퀴즈가 아니라, AI'퀴즈'를,
'AI' 자막/번역이 아니라 AI'자막/번역'을,
'AI' 강의제작이 아니라 AI'강의제작' 을.

그런 의미에서는 여태 나온 기능들을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셨다.

수강생 사이드를 넘어, 지식 공유자분들이 더 쉽게 강의를 제작할 수 있도록 도와야할 때였다.
영상 제작 자체에 대한 허들도 낮춰야겠지만,
이미 콘텐츠를 가지고 있음에도 제작하는 것을 어려워 하는 분들이 많다는걸 알게 됐다.
썸네일, 강의 소개 페이지 작성등에 허들을 느끼셨다.
물론 외부의 AI 도구를 사용해서 썸네일도, 소개도 다 AI에게 맡기고 그걸 그대로 복&붙만 해도 된다.

다만, 그러면 우리가 플랫폼이 되진 못할 것 같았다.
AI 활용 능력과 상관 없이 일정 품질 이상의 썸네일과 소개 페이지가 나올 수 있도록, 지식 공유자분은 교육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이 부분을 플랫폼이 해결해야한다고 봤다.

직접 디자인하시는게 훨씬 더 좋으신 분들은 직접 하실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자동으로 만들어주는 썸네일과 소개페이지는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두었다.

그럼에도 오픈한지 한달이 안되어서 20% 가 넘는 비율의 콘텐츠가 자동 썸네일과 소개페이지를 선택해주셨다.

가설이 맞았다는 것을 확인했으니 더 많은 부분에서 온전히 콘텐츠에만 집중하실 수 있는 환경으로 달릴 수 있게 됐다.

조르기/대신결제

새롭게 구성된 주문/정산 Cell이 나와 함께한 첫 프로젝트이다.
특히나 회사를 가장 오래 다닌 스댕은 디자이너로서는 나와 처음으로 인프런 서비스를 같이 해보게 되었다.
(이전에 랠릿을 함께 만들었지만, 그 이후엔 함께 한 적이 없다.)

스댕과 나의 합이 처음이다보니 초기 킥오프와 초기 기획안에서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많이 들었다.
스댕은 내가 내는 의견에 대해 반대하고 싶어도 제대로 표현을 하지 못했고, 나는 그게 스댕의 동의인줄 알고 넘어가버렸다.
몇 번의 피드백 루프와 스댕의 반대 의견을 받아보면서 점점 합을 맞춰나가기 시작했다.
로이와도 사업적인 제품이 아닌 순수 고객 만족을 위한 제품을 처음 같이 만들어보기에 서로 생각하는 MVP 범위를 좁히는데 시간을 많이 썼다.

킥오프에서도 제일 검증하고 싶었던 그 가설 하나만 확인해보려면 어떤 것만 남길 것인지 Cutting 을 계속했다.

선물하기와 조르기는 유저 바이럴 측면에서 장점이 큰 기능이다.
기존 인프런 유저가 직접 인프런 서비스를 공유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 선물하기: 기존 인프런 유저가 타 유저에게 강의를 선물함으로 인프런을 알림
  • 조르기: 기존 인프런 유저가 인프런 밖 유저에게 강의를 구매 요청함으로 인프런을 알림

단순 매출 그 이상의 효과를 주는 프로젝트였다.

재밌는 것은 선물하기와 조르기 중 조르기가 훨씬 더 매출과 거래건수가 높다.
일반적인 커머스에서는 선물하기가 더 높은데,
우린 교육 서비스이다보니 부모님/선배/선생님/재무팀 등에서 교육 지원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당장 내가 돈이 없어도 주변의 다른 사람들이 나의 성장을 지원하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로 인해 조르기에 대한 요청이 예상한대로 성과가 잘 나왔다.

주문정산 Cell과 함께 세운 고객 페르소나 가설이 잘 맞아떨어져서 MVP출시부터 성과까지 매끄럽게 이루어졌다.
좀 더 재미난 프로젝트들과 가설을 세워볼 수 있을 것 같다.

11월 실적

10월에 이어 또다시 순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증가했다.
10월과 11월이 올해 매출액 기준 2, 3위를 달성했고 동월 기준으로는 2~3년내 중에선 가장 높았다.

11월은 10월 보다 조금 더 실적이 좋았다.
약 4%정도.

좋은 성과와 함께 남아 계신 분들께도 좋은 소식을 전달하고 싶었다.

  • 하반기동안 진행하지 못했던 리프데이도 다시 시작했다.
  • 제품팀 전체에게 약 $200 한도의 AI 도구를 개개인에게 공식 지원하기 시작했다.
    • Claude Code Team Premium Seat
    • Cursor Team Plan
  • 크리스마스부터 1월 1일까지 연말 방학을 하기로 결정했다.

개발팀은 JetBrains All Product Pack, Claude Code Premium Seat (Max 5x), Cursor Team Plan을 모두 사용할 수 있게 되어 적극적으로 AI를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성장지원금으로 연 180만원을 지원하지만, 이 지원금이 대부분 AI 구독료로 사용되고 있었다.
한정된 금액 내에서 사용하다보니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도 못하고, 체력단련과 같은 자기개발도 전혀 하지 못하는 애매모호한 상태였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고자했다.

실적이 나지 않을때는 C레벨로서 말에 힘이 실리지 않는다.
하나둘씩 성과가 나오기 시작하니 좀 더 편하게, 눈치 보지 않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다.
11월까지 실적이 결산되고 나서 전사에 실적과 각 프로젝트들의 결과를 공유드렸다.
AI로 인해 앞으로의 교육이 어떻게 될 것 같은지에 대한 내 생각도 포함해서 전달드렸다.

저녁 7시 이후에도 일에 몰두하는 팀원들이 하나둘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먼저 티타임을 요청해서 흔들린 마음을 다 잡았다고 이야기하는 분들이 하나둘씩 늘어났다.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것 같았다.

12월

미니게임

고슈, 우드, 올리가 사이드 프로젝트로 인프런 내 미니 게임을 만들어서 공유했다.
10월 할로윈 챌린지때는 챌린지를 참여한 사람들에게만 보여주는 이스터에그 정도로만 했다면, 이번 연말에는 회사에서 공식적으로 알리는 형태가 되었다.

10월 할로윈 챌린지를 진행하기 전에 갑자기 고슈가 DM을 주셨다.
(퇴사 얘긴줄 알고 진짜 긴장감 Max....)

3분이서 진행한 사이드 프로젝트가 있어서 이걸 운영 환경에 배포해도 되는지, 이걸 왜 진행하게 되었는지 등등을 이야기해주셨다.
그러면서 아래 내용을 편지로 작성해서 전달해주셨다.

공부 자체는 아무리 게임처럼 만들어도 외롭고 힘든 행위라는 것을 인정하고,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덜 힘들고, 덜 외롭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이 게임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것도 업무 시간이 아닌 개인 시간을 활용해서.

"이들은 이렇게 이 시간을 견디고 있었구나" 란 생각이 들었다.

의도부터 메세지, 게임성까지 다 너무 좋아서 챌린지 라이브때 사람들에게 게임을 공유드렸다.
단순히 시간 보내기 용도의 게임이 아니라 이 게임이 연휴에도 공부하시는 분들께 어떤 의미로 다가갔으면 하는지를 말씀드렸다.

이후 연말용 프로필 꾸미기 게임까지 사이드 프로젝트로 구현해주셔서 12월의 챌린지때 이것도 챌린지 참가하신 분들께 공유드렸다.
12월의 게임은 특히나 퀄리티가 너무 좋았다.

팀에 전체적으로 활기가 돋는것 같았다.

12월 실적

이 글을 작성하는 시점엔 아직 B2B 결산이 끝나지 않아서 12월 실적이 정리되진 않았다.
B2C 실적만 봐서는 12월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스타트업으로서는 나쁘지 않은 것은 나쁜 것이다.
훌륭해야만 하는데, 훌륭하지 못했다.

다만, 극단적인 위기 상황에서 영업이익만 개선된게 아니라 거래액과 매출이 같이 성장한 것은 칭찬하고 싶다.

연말에 프로덕트의 모든 Cell들과 올 한해 다들 고생 많았다는 의미로 돌아가면서 티타임을 가졌다.
Cell 티타임때 말이 없던 인트에게 "인트는 하반기가 좀 어땠어요?" 라고 질문을 드렸다.
"저는 인프랩에 와서 좋아하는 모든 것들을 다 해볼 수 있었어요.
그 끝이 어떻게 마무리 되든 인프랩에서의 끝은 저한테는 이미 해피엔딩이에요
" 라고 아주 조용히, 잔잔하게 이야기 했다.

"난 이런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하고 있구나" 라고 생각했다.
수백만 명을 위해 무언가를 만들고 멋진 동료들과 함께 일하는 건 축복이다.

2. End, And

스킨 인 더 게임(Skin in the Game)

9~12월까지의 여정이 끝나고, 프로덕트 조직이 어느정도 안정화가 되고 나니 "왜 퇴사하지 않느냐" 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창업자가 아닌 C레벨은 보통 이런 경험 후에 많이들 퇴사하신다.
리더로서 충분히 할 만큼 했고, 개인으로서는 너무 고통스러웠고, 긴 시간을 함께 하기도 했으니 쉬어야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여기서 이 여정을 종료한다고 해도 누구나 납득가능하고 수고했다고 해주는 것을 안다.
남은 여정이 엄청 순탄할 것인가? 생각한다면 그렇지 않을 것 같다.
인프랩에서 앞으로 맞이해야할 여정들은 계속해서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 힘든 일이 많을 것 같다.

근데, (명료하게 설명하긴 힘든데) 이대로 이 여정을 끝내버리면 뭔가 내 인생이 이상한 방향으로 비틀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상한 감각인데, 종종 중요한 결정이 필요할때면 이 감각을 굉장히 신뢰하는 편이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을 "그래서 몸과 마음이 많이 지친 향로는 회사가 성장하는데 기여하지 못하고 퇴사를 했습니다" 로 쓰고 싶지 않았다.
"그런 위기도 겪으면서 단단해진 향로와 인프랩 팀은 결국 유데미와 코세라를 모두 꺾고 글로벌 1위 플랫폼이 되었습니다" 로 쓰고 싶다.

올해까지, 내 나름대로는 인프런에 스킨 인 더 게임(Skin in the Game) 을 하고 있다.

스킨 인 더 게임(Skin in the Game) 이란,
자신이 내린 결정의 결과에 대해 '직접적인 이해관계나 위험(손실)을 공유하는 상태'를 뜻하는 용어이다.
단순히 말로만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결과가 나쁠 때 자신도 직접적인 타격을 입는 '자기 책임'과 '위험 부담'을 강조하는 표현이다.

엔젤투자자분이 Exit을 원하실 때 회사를 대신해서 그 주식을 더 높은 가격에 매입했다.
매년 스톡옵션을 행사했다.
인프런의 미래에 현재 집 보증금 보다 더 많은 개인 현금이 투자되었다.
회사가 이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고꾸러지면 그 모든 것이 0원이 되니 개인적으로 큰 위험이 발생한다.
(와이프를 설득하고 진행했다)

팀원들에게 매번 인프런은 잘 될 것이라고, 믿으라고 하면서 정작 나는 안전한 곳에서, 절대 손해보지 않는 포지션에 있으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인생의 중요한 시기를 인프런에 베팅한 팀원들이다.
그들에게 더 당당하게 같은 게임의 참가자로서 이야기 하고 싶었다.

계산기를 두드려야할 때와 그렇지 않은 때가 있다.
다만, 이 지점에서는 두드리면 안되는 것 같았다.
그러면 나는 더이상 멋진 삶을 살기 힘들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진심으로 인프런이 멋진 이야기가 될 것으로 믿고 있다.

40살

예전엔 스타트업이 멋지고 힙하다는 생각을 했다.
근데 요즘은 더이상 멋져 보이지 않는다.
특히나 예전의 멋진 스타트업들이 더이상 그 멋짐을 유지 못하는 것도 계속 보게 된다.

대기업의 하루 예산도 안되는 돈 때문에 아쉬운 이야기를 해야하고,
지표가 오르지 않을 때는 모든 것이 문제처럼 보이기 시작하고,
전문성 살리는 일은 거의 없고, 항상 어설프게 빨리 완성하는 것에 집중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스타트업엔 낭만이 있다.
그런 낭만에 이끌려 온 사람들과 함께하는 여정은 그 무엇보다도 큰 보상이다.
스킨 인 더 게임을 한다고 했지만,
나한테는 큰 리스크는 아니다.
설령 내 돈이 모두 0원이 되더라도, 나의 30대를 이들과 함께 했던 여정이 보상이다.

올해 40이 되었다.
30~35세까지는 배민에서,
35세부터는 인프런에서 함께 하고 있다.
30대의 모든 여정을 스타트업에서 보낸 셈이다.

30대에는 이만큼 즐겁게 일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요즘은 그때보다 훨씬 더 재밌다.
40대는 30대보다 더 행복하고 즐거울 것 같다.

주변의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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