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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정리

개발자 되기 좋은 성향

by 향로 (기억보단 기록을) 2025.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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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에 EO에서 촬영해주신 인터뷰에 대해서 지금도 많이들 문의 주신다.
여기서 '개발 실력이 좋은 개발자들의 특징' 질문에 대한 답변을 했다.

  • 사냥개와 같은 집요함
  • 당연히 있어야 할 것들이 당연한 위치에 있게 코드를 작성하는 것

이 영상이 공유되고나서 '이런 성향이 아니면 개발자를 하면 안되나요' 의 문의를 많이 받았다.
(현재도)

당시에 느낀 존경하는 개발자분들의 특징을 이야기한 것인데, 요즘은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어떠 어떠한 성향이 개발자하기에 좋고, 어떠한 성향은 좋지 않다라고 이야기하기에는 너무나 다양한 유형의 개발자분들을 만나게 되어서 그건 아닐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내 경험이 일천해서 그럴 수도 있지만.)

개인의 특성인 '잘 하는 개발자의 특징', '개발자하기 좋은 성향' 에 집중하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
'어떤 장/단점을 가진 개발자분이, 어떤 회사의, 어떤 상황에서 일 하느냐' 가 중요했다.

  • 하나의 기술을 깊게 파는 것이 힘든 개발자분은 오히려 다양하게 제품을 피벗해야하는 초기 스타트업에서 빠르게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내면서 크게 활약하기도 하고
  • 개발보다는 발표, 문서 작성에 어려움이 없던 친구는 전통적인 대기업에 합류해서 구현도 잘 하면서 다양한 상황에 맞게 보고를 할 수 있어 에이스가 되기도 했다.

개발 공부양이 부족하다 생각해 개발 공부를 더더욱 하라고 이야기드렸던 팀원은 사실은 팀에 없어서는 안 될 분위기 메이커이기도 했다.
그 팀원 덕분에 팀은 서로 서로에게 '잘한다 잘한다' 문화가 형성 되었고, 아주 작은 성과에도 칭찬하고 응원하는 문화가 리더십 없이도 가능했다.

그런 팀원을 전혀 채용하지 않고, 흔히들 이야기하는 기술력만 파고드는 개발자만 채용한 한 조직은 기술 공유 세션을 전혀 하지 않는 조직이 되기도 했다.
모두가 지식이 많다보니 기준치가 너무나 높아서 기술 공유의 허들이 너무나 높아졌다.
아주 작은 것은 공유하는 것 자체가 '이미 다 아는 내용을 발표를 하네?' 와 같은 암묵적 분위기가 형성 되었다.
'이 정도 내용을 가지고 전사 발표를 해?' 와 같은 분위기에 그 누구도 기술 공유를 하고 싶어하지 않았다.

남들이 정의한 개발자 상에 집중할 필요가 없다.
'개발자란 어떠해야한다' 라는 것에 집중하는 것 보다는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내가 다닐 회사는 어떤 회사이고 어떤 상황인가' 에 집중해야한다.

그리고 연차가 쌓일수록 '개발자는 어떠해야한다' 에 매몰되어선 안된다.
그럴수록 좋은 개발자를 놓칠 수 있고, 좋은 팀을 만드는게 어려워질 수 있다.

개인으로서는 '내가 개발자 하기 좋은 성향인가' 에 집중할 필요는 없다.
'나는 어떤 장점과 어떤 단점을 가진 사람이니 그걸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 '이걸 더 잘 살리려면 어떤 회사가 적합한가' 에 집중해야한다.

흔히들 이야기하는 '네카라쿠배당토' 와 같은 회사는 누군가에게는 천국이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지옥일 수 있다.
모두에게 천국일 수 없다.

나의 단점이 부각되는 회사라면 남들이 뭐라하든 지옥이 될 수 있다.
나의 장점이 전혀 부각되지 않는 회사도 마찬가지다.
남들과 다른 나만의 장점을 전혀 인정해주기 힘든 환경이라면 그것만으로도 개인을 피폐하게 만든다.

단점은 당연히 개선해야겠지만, 나의 단점이 도저히 개선시키기 어려운 종류라면 그 단점이 그렇게 부각되지 않는 회사와 분야에서 일을 하면 된다.
개발자가 필요한 회사들은 다양하게 많다.

개발자가 되기 좋은 성향은 정해져있지 않다.
단지, 어떤 장점과 어떤 단점을 가진 개발자가 어떤 상황에 처해있느냐만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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