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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정리

학습 플랫폼과 AI

by 향로 (기억보단 기록을) 2025. 6.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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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저희 제품팀 전체에게 공유한 내용 중 일부를 정리해서 공유합니다.

최근에 팀원과 함께 AI 요약 노트를 어떻게 제공할지에 대해 논의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여러 아이디어가 나왔는데, 퀴즈를 풀기 전에 요약 내용을 꼭 숙지 하도록 장치를 두는 것은 놓치지 말았으면 한다는 것을 조건으로 두었다.
다만, 그걸 덜 불편하게, 자연스럽게 전달할 수 있도록 고민을 더 할 필요는 있다고도 덧붙였다.

퀴즈를 풀려면 요약 노트를 꼭 봐야하는 것이 불편할 수 있다.
바로 퀴즈 풀고 싶은데, 요약 노트가 한번 등장하면 퀴즈까지 가는 퍼널이 증가하는 것이고, 고객은 최소 1번 이상은 클릭을 더 해야하니 퀴즈 자체가 목적인 분들께는 좀 더 귀찮은 요소가 될 수 있다.
그렇다 해도 잘 정리된 요약 노트를 보게 하는 것은 꼭 필수 과정으로 들어가야한다고 이야기드렸다.
고객이 불편해하는 것들은 모두 다 편한 것으로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는 넷플릭스, 에이비앤비, 유튜브에서 배울 점이 많다.
다만, 그것보다 더 양보할 수 없는 중요한 점이 있는데, 그건 바로 우리 플랫폼의 근본 목적인 고객의 학습 이다.

아무리 편하더라도 그게 수강생분들의 학습, 성장에 전혀 도움이 안된다면 그건 우리의 목표에 방해되는 기능이다.

설령 조금 불편하더라도 훨씬 더 고객이 원하는 교육, 성장, 학습의 목표를 잘 달성할 수 있게하는 장치라면 그걸 지향해야하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불편한 점을 최대한 상쇄시키는 것이 저희 같은 제품가들이 해야하는 고민이라는 것이다.


(틀릴 수도 있지만) 요즘 AI 제품들에 대한 내 생각도 여기에서의 연장선에 있다.

요즘 여러 오픈카톡방과 커뮤니티에서 "모든 서비스가 채팅 UI만 남고 다른 UI/UX는 모두 사라질 것이다" 라는 이야기를 공공연하게 꺼내곤 한다.

그런 면에서 우리 학습 강의실 내에도 AI 채팅을 넣는 것고 고려해볼 수 있다.

다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가능하면 최대한 유보하는 입장이다.
제품가로서 제품에 대한 고민이 너무 날카롭지 않고 무딘 감각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좋은 학습 플랫폼이라면 개개인이 갖고 있는 백그라운드에 따라 학습 성과가 천차만별이 되는 것을 최대한 지양해야하고, 백그라운드가 부족하더라도 최대한 많은 것을 가져갈 수 있는 방향으로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자질이 훌륭한 분들의 상방선을 열어두고 극대화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런 분들은 학습 플랫폼의 도움 없이도 혼자서도 잘 할 수 있는 분들이기에 오히려 우리 같은 플랫폼의 도움이 필요로 하지 않는다.
진짜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분들은 부족한 백그라운드로 인해서 배우는데 어려움이 있거나 효율이 떨어지는 분들이다.
그들에게 학습에 대한 레버리지를 줄 수 있는 것을 지향해야한다고 보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AI 채팅으로 모르는 것을 물어보세요 라는 것은 이 관점에서는 불합격인 제품이라고 본다.
왜냐면 프롬프트 역량에 따라 학습 효율이 천차만별로 나뉘기 때문이다.

지금도 대다수의 많은 사람들은 AI 채팅을 통해 제대로 학습하는 사람은 극 소수이다.
희노애락으로 AI를 쓰시는 분들은 많지만, 여전히 많은 분들이 학습하기 위해 AI를 쓰는 경우는 전체 인구에 비하면 소수이다.
AI는 틀린 답을 낸다고 생각해서 적당히 질문하다가 원하는 답이 안나와서 "에잇" 하고 다시 기존의 검색 서비스를 이용하시거나 AI가 틀린 답을 낸 건지도 모르고 사용 하시는 분들도 많다.
혹은 여전히 AI를 쓰지 않는 분들도 많다.

이런 관점에서는 개인의 프롬프트 역량에 따라 정확한 답변을 받을 수 있을 확률이 달라지는 AI 채팅이란 기능이 진짜 백그라운드가 부족한, 독학이 어려운 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제품인가?

"AA" 라는 주제를 공부하려고 강의를 결제했는데, 그 주제를 잘 공부하기 위해서는 AI 프롬프트를 자세히 공부해야한다 라는 것이 과연 학습 플랫폼이 고객에게 전달해야할 가치인가? 라는 근본적인 의문인 것이다.

이는 얼핏보면 AI 이전 시대의 '영어' 와 비슷한 것 같단 생각도 든다.

영어를 잘 한다면 전세계의 모든 지식을 쉽게 배울 수 있다.
강의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모두 영어로 설명한다면 관련된 내용을 추가적으로 찾아볼때도 훨씬 더 편하게 찾아 볼 수 있다.
모든 용어가 다 원래의 용어 그대로를 사용할테니 더 정확한 설명이 될 것이고, 영어로 배운 사람은 이후에도 그 주제에 대해서는 훨씬 더 정확히, 훨씬 더 확장성 있게 학습을 한 상태가 된다.

근데 그 서비스가 과연 학습 성장을 평등하게 제공한 것인가?
그 서비스는 영어를 잘 아는 사람들만을 위한 서비스이다.

학습 성장 평등을 지향하는 우리 같은 학습 플랫폼은 영어, 프롬프트 역량이 부족해도 잘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는 생각이 요즘 더 강하게 들었다.

AI는 사업과 제품에 있어서 큰 곱하기 효과를 주는 것은 맞는데, 이것 자체가 제품이나 사업이 되어서는 안된다.

특히나 그 기능이 정말로 우리가 깊은 고민 없이 그냥 남들이 하니깐 하는 정도 수준에서의 기능이라면 더더욱 그 방향은 위험하다고 본다.

그건 뭘 위한 것인지 목표 없이 단순히 AI를 붙이고 '해줘'에 가까운 것인데, 그런건 좋은 제품의 기준에는 전혀 합당하다고 보진 않는다.

발전 방향도 어색하다고 본다.
AI 채팅의 답변이 좋으려면 그만큼 더 좋은 모델을 사용해야한다.
근데 좋은 모델을 사용할수록 대부분 BEP를 맞추기 힘들다.
그 많은 AI 토큰 비용을 다 플랫폼이 부담해야하고, 그러다 보면 플랫폼 수수료는 더욱 더 높아진다.

그렇다면 저렴한 모델을 고객에게 제공하고 별로인 AI 모델인데 쓸려면 써라 정도의 스탠스를 가지고 가는 것도 너무 웃긴다.
어차피 만족할만한 답변은 나오지 않는데 고객은 그걸 왜 써야하나.

반면 이런 기능들은 좋다.

  • "이 내용을 어디선가 봤는데, 그게 어느 강의의 어느 영상이였는지 모르겠다" 라면 그걸 쉽게 찾을 수 있는 검색
  • 방금 전에 강사님이 "이 내용은 다른 강의에서 자세히 이야기 하고 있으니 그 강의를 수강해보세요" 라고 하는데 그게 어느 강의의 어느 영상 몇분째 인지 알려주는 학습 도우미
  • "남들을 가르치는 것이 가장 좋은 학습 방법" 이라는 기준으로 방금 배운 내용을 토대로 누군갈 가르쳐보는 경험을 줄 수 있는 환경

이런 기능들은 목표가 뚜렷하고 프롬프트 등의 백그라운드 지식과 관계없이 학습을 더 잘할 수 있도록 나름의 고민과 여러 학습 효과에 대한 자료를 기반으로 했기 때문에 좋다.
고객이 학습을 하는데 있어 방해되는 요소가 자연스레 해소 되는 것이기도 한다.

물론 이런 예시들을 전부 "AI 채팅으로 물어보도록 하면 되지 않냐" 고 할 수도 있다.
그건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과외 선생님을 붙여도 서울대를 못가는 수많은 학생들과 같다.

"내가 뭘 모르는지도 모르고, 뭘 물어봐야하는지도 모르는" 대다수의 학생들에겐 적합하지 않다.

고객에게 "이런 것도 질문하세요", "저런 것도 질문하세요" 라고 하기 보다는 고객 스스로도 몰랐던 학습의 방해 요소들이 제품 안에서 자연스럽게 해결되고, 성장을 가속할 수 있는 장치가 자연스럽게 적용 되어있는 것 이 가장 좋다.

종국에는 "인프런 써보기 전에는 몰랐는데 인프런 써보고 나니깐 다른 서비스는 못쓰겠다" 라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우리가 해야할 것은, AI를 어떻게하면 잘 사용할 수 있을지는 우리의 고민으로 가져오고, 고객들은 AI를 얼마나 잘 사용하는지에 관계없이 원했던 것 이상으로 성장시켜드리는 것이다.

그래서 직접 학습자가 되어보는 것이 중요하다.

  • 나는 어떤 환경에서 학습이 잘 되었나,
  • 나는 아예 처음 접하는 것을 배울때 어떻게 배우나,
  • 내가 가장 만족스러웠던 학습 경험은 어떤 것이었나 등등

스스로가 고객이 되어서 "있으면 좋은 것" 이 아니라, "이게 진짜 공부하는데 있어서 큰 도움이 되었다" 라는 것을 계속해서 고민하고 시도해보는 것이 인프랩의 제품 팀으로서 중요하다.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 꼭 명심하고 어떤 제품을 만들던 좀 더 날카롭게 고민해야하는 시기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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