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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정리

의미에 매몰되지 않기

by 향로 (기억보단 기록을) 2024. 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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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시절에 좋아하던 이성이 있었다.
좋아하니깐 더 잘해주고 싶었고, 내가 하는 행동의 순위에서 항상 최우선이였다.
근데 고백을 하면 계속 거절했다.
진심과는 별개로 인연은 아니였다.

친구로서 계속 지내다가 어느날 그 친구에게서 아프다는 연락을 받았다.
보통 같았으면 연락을 받자마자 걱정하고 달려갔을텐데, 그날은 그 연락을 받고
"근데 내가 약 들고 간다고 사귀게 되는 것도 아니잖아? 그럼 의미가 있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을 했다는 것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 친구가 좋아서 해온 모든 행동을 나 스스로 의미가 없는 행동으로 만들어버린 것이기 때문이다.
좋아서 무엇이든 해주고 싶었던 순수한 진심이 오염된 것 같았다.

사귀는게 확실할때만 내가 해온 노력이 모두 의미가 있는 것이고, 사귀지 않을때는 어떤 행동도 의미가 없는 것인가?
확실한 결과가 없을때면 모든 일은 의미가 없는 것인가?

그 친구와 결국 어떤 인연이 되진 못했지만,
그때 했던 모든 노력들은 이후의 만남에 굉장히 많은 도움을 주었고,
나 스스로 어떤 사람이 좋은 사람이고 멋진 사람인가에 대해 많이 고민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연애뿐만 아니라 많은 곳에서 이런 일은 빈번하게 발생한다.

"어차피 팀장 시켜줄 것도 아닌데 굳이 왜 내가 이걸 해?"
"어차피 연봉 올려줄 것도 아닌데 왜 열심히 해야해?"
"이렇게 한다고 10억, 20억 부자 될 것도 아닌데 뭐 그렇게 까지해?"

일, 애정도 누군가를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선택한 일이라면, 내가 그 분야에서 더 잘하고 싶다면 어떤 의미나 결과와 관계 없이 노력할 뿐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이 좋아할 일을 더 많이 해주고 싶을 뿐이다.
그런 것에서 내가 더 행복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보상이 확실하지 않으면 모든 행동과 노력한 시간은 의미가 없는 것인가?

어떤 일이든 의미가 있냐 없냐, 결과가 있냐 아니냐로만 따지면 거의 대부분은 의미가 없는 일들 투성이다.
세상에서 확실한 보상이 예정된 것이 무엇이 있을까?
거의 없다.
그렇다면 그 무엇 하나에도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는 말 밖에 되지 않는다.

결국 그 일을 하는 과정 자체가 좋으냐 아니냐가 중요하다.
그 과정이 얼마나 즐거운지, 얼마나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드는지가 훨씬 더 중요하다.

누군가를 좋아해서 그 사람을 위해 노력하고, 고민했던 모든 과정은 나를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든다.
어떤 일에 최선을 다하고, 더 잘하기 위해 고민했던 모든 과정은 나를 더 좋은 동료로, 더 훌륭한 전문가로 만든다.

재밌게도, 결과나 의미에 많은 부여를 할 수록 점점 더 원하던 것과는 멀어진다.
성과나 보상, 의미는 그 일이 지나고 나서야 돌아온다.
그리고 결과는 내 노력과 무관할 때가 많다.

의미에 매몰되지 말자.
지금의 과정 그 자체에 집중하자.
결과는 보장할 수 없지만, 분명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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