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외부 개발자분과의 채용을 목적으로 한 커피챗을 하다보면 종종 받는 질문 중 하나가 CTO인 내가 지향하는 개발 문화가 무엇인지이다.
배민에 있을때 꽤 많은 팀을 옮겨다녔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팀이 있었는데, 이 팀의 만족도가 굉장히 높았다.
이 시기에는 우리팀이라면 회사의 어떤 문제든 풀 수 있을것 같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여러 기술 부채도 많이 해결했고, 여러 팀과 함께 협업하는 일도 많았다.
팀의 기술 부채 사례를 가지고 사내, 사외 공유도 많이 할 수 있었다.
당시엔 팀의 개발 문화에 대해서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팀장님도 개발문화에 대한 언급을 그렇게 많이 하지 않으셨고, 가능하면 팀원들과 함께 회사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집중하셨다.
그러니깐, 팀의 개발문화를 위해 어떠한 액션을 하거나 정책적으로 강한 드라이브를 하는 등을 취하지 않으셨다는 것이다.
그런 액션이 없었어도 나는 이 팀이 오래오래 갔으면 좋겠고, 출근이 너무 기다려졌다.
얼른 팀원들을 만나서 기술 이야기를 하고 싶었고, 주말에 서로 작업한 오픈소스나 사이드 프로젝트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고, 내가 짠 코드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 싶었다.
주말에 회사를 가면 회사에서 개인공부, 개발을 하는 팀원이 있어서 같이 족발시켜먹고 개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서로 더 잘하려고 경쟁하듯이 개발을 했다.
"팀에서 명시적으로 추구하는 개발문화가 없어도 상관없구나.
좋은 사람들이 모여있으면 자연스레 이상적인 문화가 만들어지는구나" 라는걸 알게 되었다.
그때의 경험이 나에겐 크게 남아 있다.
그래서 이 감정을 현재의 인프랩 개발팀분들에게도 꼭 느끼게 해드리고 싶다.
내가 추구하는 개발문화는 무엇일까.
항상 대답하는 것이지만, 나는 팀원들에게 강요하는 어떤 개발문화가 정해져있지 않다.
좋은 개발 문화를 강요하기 보다는,
좋은 사람이 모이면 자연스레 지향하는 무형적인 형태가 생기는데, 그게 그냥 문화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직의 리더가 강요하지 않더라도.
내가 할 것은 좋은 사람을 팀으로 모으고, 그 사람들이 가고자 하는 방향이 회사의 방향과 다르다면 피드백을, 크게 다르지 않다면 지지해주는게 전부이다.
나 혼자 생각한 이상적인 개발 문화가 여러 좋은 인재들이 모인 개발팀 전체 구성원이 만들어낸 문화보다 더 좋을순 없다고 생각한다.
올해는 제품팀의 목표가 아닌 개발팀의 흥미로 진행했던 사이드 프로젝트들이 많았다.
사내의 HR, 경영지원팀이 수기로 하던 작업을 Slack 봇으로 자동화 하기도 하고,
AI 를 활용한 재미난 기능들이 일부 런칭 되기도 했다.
업무를 마치고 진행한 스터디 시간이 재밌어서 밤 11시 12시까지 스터디와 토론을 하다가 퇴근하는 팀원들을 마주치기도 했다.
좋은 사람을 채용하면, 그 사람은 어떤 것을 강요하지 않아도 팀을 위해서, 개발자로서 무엇을 하면 좋을지, 어떤 것이 재밌을지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해야할 일은 이 분들의 흥미와 열정이 끊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지, 어떤 방향을 강요하는 것이 아님을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