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래밍을 배우기 시작한 뒤 부터 노력하지 않는 척을 꽤 자주했다.
이를테면 주말에 사이드 프로젝트나 공부를 했어도 회사에서는 웹툰/영화를 봤던 이야기만 하는 것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저 주말에 공부했어요 라던가, 남는 시간에 사이드 프로젝트나 스터디를 했어요 등을 말하기 싫었다.
당시의 나는 개발을 못했기 때문이다.
노력을 해도 그 정도라면 내가 재능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그걸 인정하기 싫었다.
노력을 했음에도 못하는 즉, 재능 없는 사람이 될 바에는 차라리 노력을 안해서 못하는 사람이 되는게 낫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럼 내가 개발 실력이 부족해도 그건 내 재능이 부족한게 아니라 내 노력이 부족한 것이 되니깐.
내가 선택한 이 분야에서 내가 재능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기가 참 어려웠다.
그래서 뭘해도 자꾸 안한척 하고, 많이 준비해두고 준비 안한척을 했다.
그럼 결과물이 좋지 못해도 도망칠 구멍이 있었으니깐 말이다.
"난 노력을 안했기 때문에 지금 이정도 실력인거야" 라던가
"쟤는 노력만 하면 참 잘할텐데" 라던가
노력을 안 한 척할수록,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되는 것 같았다.
여기에는 일종의 안락함이 존재했다.
노력 하지 않은 사람에게 거는 딱 그만큼의 기대만을 받는 것은 참 편했다.
하지만, 개인이 성장하려면 항상 본인의 실력 보다 조금 더 높은 기대치를 요구 받아야 한다.
나는 "노력하지 않는 사람 만큼의 기대치" 만 받다 보니 낮은 문제만 풀고, 같은 시간 대비 성장하지 못했다.
더 중요한 점은 주변에서 나를 도와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만약 내가 주말마다 어떤 것들을 공부하고 있는지 주변에서 알았다면,
그들은 나에게 더 높은 기대치를 요구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에 맞는 적절한 과제를 주거나 같이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줬을 것이다.
만약 내가 평소보다 노력을 덜 한다면, 그들은 나에게 다시 열정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해줬을 것이다.
일부러 노력하지 않는 척 할 수록 나는 진짜 재능 없는 못하는 사람이 되었다.
가능성만 가지고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은 참 안좋은 일이다.
그 가능성이 깨지는 것을 막기 위해 점점 본인에게 안좋은 선택들만 하게 되니 말이다.
그래서 가능성을 남겨두기 위해 낮은 기대치를 받는 것은 버렸다.
노력하는 것을 모두 티내기로 했다.
노력하는 것을 모두에게 알리고, 그들에게 더 높은 기대치를 요구 받았다.
그리고 막상 노력 대비 결과물이 안좋더라도 그걸 정면에서 바라보기로 했다.
길게 봤을 때, 그게 결국 나를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내가 선택한 이 분야에서 사실 나는 재능이 없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은 여전히 든다.
하지만 그걸 인정하고, 그걸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더이상 어설프게 재능 없는 것에 대해 도망가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