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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하드씽

by 향로 (기억보단 기록을) 2026. 6.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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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한 해, 책에 가장 많이 밑 줄을 그은 책이다.
(올해는 김형석 대표님의 B밀의 숲이 될 것 같다.)

사람을 만나 일에 대해 대화를 나누다 보면 가끔 "무엇이 제일 어렵냐"는 질문을 받곤 한다.
좋은 사람을 어떻게 뽑을 것인가, 나쁜 지표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고객의 요구를 어떻게 제품으로 바꿀 것인가 등등 여러가지가 떠오르지만, 그것들을 다 종합하면 결국 하나였던 것 같다.

"실행에 옮기는 것."

해야 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데, 내가 직접 해야 해서 미뤄둔 일들이 더 오래 남았다.
불편한 피드백을 해야 하는데 다음 기회로 넘긴 일,
지표가 더 오르지 않는데도 여전히 그걸 붙잡고 있는 일,
한 사람에게 미안해서 더 많은 사람의 시간을 쓰게 한 일.

"어려운 일은 방법을 몰라서 어려운 것이 아니다.
이미 알고 있는 일을 내가 직접 해야 해서 어렵다."

"하드씽"은 이 문장에 대한 긴 사례집처럼 읽혔다.
책에는 성공한 창업자의 멋진 장면보다, 회사를 살리기 위해 숨고 싶었던 순간들이 더 많이 등장한다.
고객 요구와 반대 방향으로 제품을 재창조해야 했던 순간,
직원을 해고한 뒤 회사 앞에 모습을 드러내야 했던 순간,
닷컴 붕괴 속에서 나쁜 신호를 변명으로 덮고 싶었던 순간들.
벤 호로위츠가 보여주는 어려움은 낯선 정답을 찾는 일이 아니라, 이미 보이는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 일에 가까웠다.

책을 읽으며 가장 오래 남은 것은 "사람은 좋은 소식의 선행지표에는 행동하고, 나쁜 소식의 선행지표에는 변명을 찾는다"는 대목이었다.
좋은 숫자는 실력으로 받아들이고, 나쁜 숫자는 아직 때가 아니라고 말한다.
그렇게 자기 자신을 설득하는 동안 문제는 사라지지 않고 더 비싼 비용을 요구하며 돌아온다.

해고와 임원 교체에 대한 장도 같은 이유로 마음이 무거웠다.
한 사람에게 미안해서 결정을 미루는 동안, 그 밑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팀의 기준이 조용히 내려가고 있고,
좋은 사람들이 침묵하고,
조직 전체가 비용을 나눠 지불하고 있는 데도 한 사람에 대한 미안함으로 결정을 미루게 된다.
"당신의 의리는 직원들을 향해야 한다"는 문장이 이걸 표현한 것 같다.

나는 지금 어떤 일을 방법이 없다는 말로 포장하고 있을까?
사실은 이미 알고 있는데, 내가 직접 해야 해서 미뤄둔 일은 무엇일까?
좋은 리더가 되는 일은 더 많은 답을 아는 일보다, 이미 알고 있는 일을 덜 도망치는 일에 더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책 속 문장

3장

혁신을 추구하는 개발자는 가능한 모든 요소를 고려할 수는 있지만 종종 ‘고객 요구에 부합된다고’ 여겨지는 것과 반대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결국 혁신에는 지식과 기술과 용기가 모두 필요하다.
그리고 때로는 회사의 설립자만이 데이터를 무시할 용기를 발휘할 수 있다.
우리에겐 시간이 별로 없었고, 따라서 내가 나서야 했다.
나는 이렇게 말했다.
"기존 고객들의 요구사항은 신경 쓸 필요 없습니다. 제품을 혁신해 재창조하는 것이, 그래서 우리가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4장

[문제를 숨겨서 곪게 내두지 마라]
어떤 인간관계에서도 소통에 필요한 대화의 양은 신뢰의 수준에 반비례한다.
만약 내가 당신을 완벽하게 신뢰한다면, 당신이 무엇을 하는 나는 별다른 해명이나 의사소통을 요구하지 않는다.
...
직원들이 근본적으로 CEO를 신뢰한다면, 그렇지 않을 때보다 의사소통이 훨씬 효율적으로 이뤄질 것이다.
이러한 신뢰를 키우기 위한 가장 핵심적인 지침은 "있는 그대로" 말하는 것이다.
해결책을 찾도록 문제를 공개하는 사람을 처벌하지 않고 포상하는 문화를 형성하라.

[직원을 해고하는 올바른 방법]

1단계 : 마음을 단단히 먹고 미래를 바라보라
2단계 : 지체하지 마라
3단계 : 원인을 명확히 하라 : 신뢰관계를 다시 만들어 가려면 무엇보다 실패를 자인하는 것이 우선이다
4단계 : 관리자들을 대비시켜라 : 모든 관리자가 자신의 부하직원에게 직접 해고통보를 해야 한다.
5단계 : 회사전체에 알려라
6단계 : 숨지말고 모습을 드러내라

[임원을 해고하는 올바른 방법]

  1. 애초에 해당임원의 직위를 제대로 정의하지 못했다 :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면 원하는 것을 얻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중략) 이런 실수는 중증 능력과 자질이 직위의 한계치지 않는 엉뚱한 영입으로 이어지게 된다.

  2. 강점이 무엇이냐가 아니라 약점이 얼마나 없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 결국 당신은 별다른 약점은 없지만, 특히 필요로 하는 부분과 관련해서는 그저 그런 능력을 지닌 임원을 영입하게 된다. 당신이 필요로 하는 부분에서 세계 정상급의 강점을 갖추지 못하면 회사 역시 세계 정상급이 될 수 없다.

  3. 포괄적 업무를 엉뚱히 두고 뽑았다

  4. 해당 임원이 적절치 않은 야망을 품었다

  5. 해당임원은 조직을 통합하는데 실패했다

  6. 너무 일찍 거물을 영입했다 : 당신은 향후 18개월 동안 해당 직위를 충실히 수행할 수 있는 인물을 뽑아야 한다. 미래에는 엄청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지만, 처음 18개월 동안에는 별다른 기회를 갖지 못할 인물을 영입하는 것은 곤물이다.

[패배자들이 흔히 하는 거짓말]

"우리가 따내는 거였는데, 저들이 아주 헐값으로 치고 들어오는 바람에... 고객은 기술을 보고 우리를 택했고 우리가 더 나은 회사라고 생각하지만, 경쟁사가 그냥 막 공짜나 다름없는 가격으로 제품을 넘기는데 어떻게 하냐고요.
우리는 그렇게 싸게 넘기면서 이름에 먹칠할 수는 없잖아요"
세일즈팀을 운영해본 사람이라면 이런 겆시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실상은 그냥 패배다.
경쟁에 들어가 격렬히 싸우다 졌을 뿐이다.
하지만 자신에게 책망이 돌아오길 원치 않는 세일즈 담당자는 경쟁사에서 나온 '중고차 딜러 같은' 담당자에게 비난의 화살을 쏟아붓는다.
...
닷컴 붕괴의 여파가 기승을 떨전 2001년, 대형 기술 기업 모두가 분기 목표에 큰 폭으로 미달하기 시작했을 때 나는 왜 아무도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는지, 어떻게 이 뻔한 결과를 미리 보지 못했는지 궁금했다.
...
나는 앤디 그로브에게 왜 이 위대한 CEO들이 자신들의 임박한 운명에 대해 거짓말을 했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고 물었다.
앤디는 그들이 투자자들에게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라고, 그보다는 자기 자신들에게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대답했다.
인간은, 특히 뭔가를 이루길 원하는 인간은 오직 좋은 소식의 선행지표에만 귀를 기울인다고 앤디는 설명했다.
예를 들어 어떤 CEO가 자사의 애플리케이션 사용율이 통상적인 월간 성장률을 뛰어넘어 25퍼센트 증가했다는 보고를 들었다고 치자.
그는 흥분된 마음으로 당장 더 많은 엔지니어를 고용하는 등 임박한 수요 폭증에 보조를 맞출 채비를 갖출 것이다.
이번에는 같은 CEO가 그 사용률이 25퍼센트 하락했다는 보고를 들었다고 치자.
그는 마찬가지로 격렬한 긴박감을 느끼며 서둘러 해명 방안을 찾을 것이다.
...
우리의 가상 CEO(사실 거의 모든 CEO와 닮은꼴이다)는 긍정적인 선행지표에 대해서는 행위만을 취했고, 부정적인 선행지표에 대해서는 변명만을 찾았다.

회사를 구축해나갈 때에는 언제든 해법이 있다고 믿어야지 그것을 찾을 확률에 주의를 기울여서는 안 된다.
그냥 찾아내야 한다는 얘기다.
90퍼센트든 0.1퍼센트든 확률은 중요치 않다.
CEO의 임무는 언제든 똑같다.

5장

그간 이런저런 경험을 통해 내가 깨달은 사실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임원을 영입할 때는 콜린 파월의 말대로 "약점이 적은 사람이 아니라 강점이 많은 사람"을 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
별다른 위기가 없는 평시와 날마다 목숨을 지키기 위해 싸워야 하는 전시에 우리가 경험하는 세상은 완전히 다르다.

6장

당신은 어쩌면 승진과 직위에 그렇게 많은 시간을 쏟으며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어리석은 형식주의에 지나치게 역점을 두는 일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정반대다.
직위와 승진과 관련해 세심하게 계획된 엄격한 프로세스가 없다면, 직원들은 그 결과로 초래되는 불공평에 집착하게 될 것이다.
...
회사는 팀을 이뤄 함께 노력하는 곳이다. 직원의 잠재력이 아무리 크다 할지라도 그가 신뢰할 수 있는 방식으로 업무를 수행하지 않는 한 진가를 이끌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
하지만 무에서 유를 창조하길 원한다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시간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 이는 최고의 재능과 지식, 경험을 손에 넣어야만 한다는 뜻이다.

8장

기준을 설정할 때는 너무 멀리 내다봐서는 안 된다.
앞으로 2년 후에 어떤 임무를 맡게 될지를 기준으로 임원을 판단하는 것은 불필요한 일이며 좋은 아이디어도 아니다.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할 문제다.
지금 있는 자리에서 어떤 성과를 내고 있는가를 토대로 임원을 평가하라.
...
답은 "당신의 의리는 직원들을 향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임원진 밑에서 일하는 직원들, 엔지니어링, 마케팅, 세일즈, 재무, 인사 등을 맡고 있는 직원들 말이다.
당신에게는 그들이 최고 수준의 경영진 밑에서 일하도록 해줄 의무가 있다.
그것이 먼저다.

9장

처음 CEO가 되었을 때 나는 나만 악전고투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다른 회사의 CEO들을 만나 보면 다들 모든 걸 지혜롭게 통제하고 있는 듯 보였다.
그들의 사업은 언제나 기막히게 잘 풀리고 있었고 그들의 경험은 놀라운 수준이었다.
...
그러나 주변 CEO들의 기막히게 놀라운 회사가 파산에 이르고 헐값에 매각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나는 나만 악전고투 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차츰 깨달았다.

우리 할아버지 묘비에는 그가 좋아하던 마르크스(Karl Marx)의 “삶은 악전고투다.”라는 말이 적혀 있다.
내 생각엔 이 말에 기업가 정신에 관한 가장 중요한 교훈이 담겨 있는 것 같다.
악전고투를 껴안으라는 교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