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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정리

도달력

by 향로 (기억보단 기록을) 2026. 3.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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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달력

히그스필드의 Alex 대표의 인터뷰클루이의 Roy 대표의 인터뷰 2개를 보다가 둘 다 공통되게 이야기한 주제가 있었다.

도달력

둘의 인터뷰 내용을 정리했다.


1. "제품 만드는 사람"과 "세상에 닿는 사람"은 동등하다

두 인터뷰의 공통된 결론은 하나다.
빌더(Builder, 24시간 안에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만드는 기술 인력)와 GTM 담당자(Go-to-Market, 제품을 시장에 알리고 고객에게 닿게 하는 전략 전반을 담당하는 역할)는 동등한 가중치를 가진다.

Alex는 이것을 아예 창업팀의 최소 구성 공식으로 제시했다.
"빌더 + GTM 담당자"

그런데 그가 강조한 건 이 GTM이 "이전 시대의 마케팅 직군과 전혀 다른 스킬셋"이라는 점이다.

DB, 결제, 클라우드 인프라가 너무 쉬워져서 MVP를 만드는 문턱이 없어진 지금, 팀의 진짜 역량은 기술력보다 고객과의 공감 + 도달 감각으로 이동했다는 것이다.

히그스필드 팀 구성이 이 철학을 직접 반영한다

  • 엔지니어 40%, 크리에이터(영상 제작자) 40%.

Roy는 훨씬 더 단호하게 표현했다.

"회사에는 두 가지 역할만 있다.
엔지니어와 인플루언서."

그리고 거기서 그치지 않고 기준을 수치로 제시했다.
"마케팅 헤드가 팔로워 10만 명이 없다면 교체해야 한다."

이건 마케터를 채용할 때 포트폴리오가 아니라 실제 도달력을 검증하겠다는 뜻이다.

2. 왜 도달력이 제품 자체만큼 중요해졌는가

Alex는 "매달 산업이 리셋된다"고 표현했다.
OpenAI, Anthropic, Google이 분기마다 대규모 모델 업데이트를 내놓고, 어떤 달은 메이저 업데이트가 두 번 동시에 나온다.
이 환경에서는 오래 공들인 제품 자체가 오히려 리스크다.
빠르게 출시하고,
빠르게 확산하고,
빠르게 반응을 받아야 한다.

Roy의 투자자 Brian은 이것을 이론으로 정리했다.
모바일 시대의 해자(Moat, 경쟁사가 쉽게 따라올 수 없는 경쟁 우위의 방어벽)는 리텐션(Retention, 재방문율)과 네트워크 효과였는데,
AI 시대에는 기반 모델이 매주 바뀌니 정교하게 만든 기능이 OpenAI의 기본 모델에 포함되는 순간 존재 이유가 사라진다.
그래서 진짜 해자는 빠르게 움직이는 능력이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도달(Distribution, 제품을 고객에게 도달하는 채널과 전략 전반) 역량이라는 것이다.

"도달력이 높으면 사용자와 이야기할 필요조차 없다. 그들의 데이터를 보면 된다." — Roy

3. 구체적인 실행 방식 — 경로와 조직

Alex는 소셜미디어 확산 경로를 직접 관찰한 결과를 공유했다.

X(트위터) 소규모 커뮤니티 → X AI 뉴스 페이지 → 인스타그램 AI 뉴스 페이지 → 크리에이터들 → 텔레그램

X에서는 "breaking", "just in" 같은 단어를 앞에 붙이고 자극적인 표현으로 탑 슬롯(Top Slot, 피드 최상단 노출 자리)을 노리라고 했다.
2025년부터는 LinkedIn이 부상 중이라고 덧붙였다.

Roy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플랫폼별 시차를 활용한다.
X/LinkedIn은 Instagram/TikTok보다 2년 뒤처져 있다는 것이 그의 핵심 주장이다.

Instagram과 TikTok의 알고리즘이 논란성(Controversialness)과 진정성(Authenticity)을 강하게 보상한다는 것을 10년 경험으로 체득했는데, X/LinkedIn 사람들은 아직도 "가장 지적이고 사려 깊게 보이는 콘텐츠"를 만들려 한다.

공급이 없으니, 조금만 눌러도 타임라인을 장악할 수 있다는 논리다.

실제 조직으로는 계약직 크리에이터 60명을 운영하며 영상당 보수를 지급한다.
$20,000 (약 2,800만원)으로 슈퍼볼 광고와 동등한 노출을 달성하고 있고, 실제 전환(구매)이 발생하는 유일한 채널이 이 크리에이터 콘텐츠라고 한다.

4. Viral Fit 이 PMF보다 먼저 온다

Roy가 제시한 Viral Fit (바이럴 적합성, PMF 이전에 콘텐츠로 먼저 아이디어의 시장 반응을 테스트하는 방식) 개념이 핵심이다.

제품 없이 영상만 만들어 올리면 알고리즘이 즉시 숫자로 반응(조회수, 좋아요, 공유)한다.
이 숫자가 PMF (Product-Market Fit) 테스트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한 신호다.

클루이가 영업 전화 기능을 추가한 것도 이 방식으로 발견됐다.
영상에 "세일즈 콜(Sales Call, 영업 전화)에서 써보세요"라고 넣었더니 바로 엔터프라이즈 고객이 몰렸고, 이것이 수익 $1M+ (약 14억원+)의 시작이 됐다.

Alex의 히그스필드도 같은 방식이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8명을 인터뷰해서 카메라 컨트롤 페인포인트(Pain Point, 고객이 불편함을 느끼는 핵심 문제)를 발견한 것도, 팀 안에 그들과 공감할 수 있는 도달력 있는 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5. 기술 역량 + 도달 역량을 동시에 이해하는 사람이 극히 드물다

흥미로운 역사적 맥락이 있다.
폴 그레이엄(Paul Graham, Y Combinator 공동창업자)이 YC를 시작할 때 발견한 것은, 기술 창업자가 저평가되어 있다는 사실이었다.

당시 시장은 "창업하려면 MBA가 있어야 한다"는 통념을 믿었지만, 폴 그레이엄의 판단은 달랐다.
기술자에게 비즈니스를 가르치는 것이, 비즈니스맨에게 훌륭한 제품을 만들거나 코딩을 가르치는 것보다 훨씬 쉽다는 것이었다.

이제 그 구도가 반전되고 있다.
기술의 문턱이 낮아진 AI 시대에는, 반대로 도달 역량을 가진 사람이 저평가되어 있다.
기술자는 넘쳐나지만, 실제 도달력을 가진 사람은 여전히 희귀하다.

폴 그레이엄이 "기술자에게 비즈니스를 가르쳐라"고 했다면, 지금의 주장은 "기술자에게 도달을 가르쳐라"다.
그리고 그 교집합에 있는 사람이 이 시대의 가장 강력한 자산이라는 것이다.

Brian(Roy의 투자자)이 지적하기를, 클루이의 진짜 차별점은 Roy가 기술 역량(엔지니어)과 도달 역량(인플루언서)을 동시에 이해하는 극히 희귀한 창업자라는 것이다.

벤 다이어그램으로 보면, 투명 오버레이(Translucent Overlay, 현재 작업 화면 위에 반투명하게 AI가 띄워지는 UX)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는 사람과, 그것을 바이럴로 도달할 수 있는 사람의 교집합이 극히 작다.

Alex도 같은 말을 했다.
히그스필드가 PMF를 단 8명 인터뷰로 발견할 수 있었던 것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이 뭘 원하는지 공감하는 능력이 기술 구현 능력만큼 팀에 내재화돼 있었기 때문이다.

"타겟 고객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기술만 아는 팀이 만든 제품이 왜 안 팔리는지 그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 Alex

핵심 인용

"GTM은 이전 시대의 마케팅 직군과 전혀 다른 스킬셋이다.
팀의 핵심 역량은 기술력보다 고객과의 공감 + 도달 감각으로 이동했다." — Alex

"회사에는 두 가지 역할만 있다. 엔지니어와 인플루언서." — Roy

"분배가 강력하면 시장 적합성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사용자들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려준다." — R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