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모든 조직에 대한 일반론이라기보다, 사람 의존도가 높은 스타트업 팀에서 내가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다.
우리 회사는 작년에 큰 위기를 겪고, 그 위기 이후 연쇄 이탈을 겪었다.
위기는 일단 수습됐지만, 그 뒤에 더 오래가는 문제가 남았다.
처음 한 명이 퇴사 의사를 밝혔을 때는 위기의 여파라고 생각했다.
이직은 원래 있는 일이고, 팀에는 아직 좋은 사람들이 많았으니까.
근데 두 번째가 나갔다.
세 번째까지 이어지자 이 이탈이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두려움이 생겼다.
특히나 특정 파트의 중심 역할을 하는 친구가 이탈할 때는 그 이후 해당 파트의 남은 인원의 40%가 자발적으로 추가 이탈했다.
떠나는 사람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었다.
같이 밥을 먹던 사람, 코드 리뷰를 주고받던 사람, 힘든 프로젝트를 함께 버틴 사람.
그때 알게 됐다.
동료가 가장 큰 복지라면, 그 동료가 사라지는 순간 이 회사를 다닐 이유도 함께 약해질 수 있다는 걸.
스타트업 채용 공고에서 "우리 회사의 최고의 복지는 동료입니다" 라는 문장을 자주 본다.
맞는 말이다.
뛰어난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경험은 연봉이나 복지 포인트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나도 그 말을 믿었고, 실제로도 어느 정도는 사실이었다.
스타트업이 대기업에 비해 가질 수 있는 몇 안 되는 진짜 경쟁력 중 하나이기도 하다.
문제는 그 말이 너무 맞다는 데 있었다.
사람 의존도가 높은 조직일수록 이 역설에 취약하다.
핵심 인력에 과도하게 의존하던가, 강하게 연결되어 있던가.
무엇이 되었든, 한 명의 이탈은 단순히 한 자리의 공백으로 끝나지 않는다.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는 하나의 신호가 된다.
"저 사람이 떠날 정도면, 내가 모르는 문제가 있는 걸까?"
"이 팀은 지금부터 약해지는 방향으로 가는 걸까?"
"나는 왜 아직 남아 있지?"
스타트업은 이런 충격을 흡수할 구조적 버퍼가 약하다.
동료 몇 명이 곧 문화이고, 협업 방식이고, 버티는 이유가 되기 쉽다.
그래서 한 명이 빠지면 팀 분위기만 흔들리는 게 아니라, 일하는 이유 자체가 흔들린다.
결국 "힘들지만 A가 있으니까"로 버티던 팀은 A가 떠나는 순간 함께 흔들린다.
그 경험을 겪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다.
동료가 조직의 가장 큰 장점일 수는 있다.
하지만 '지금'의 동료만이 유일한 잔류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
동료는 언제든 떠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게 사람이 떠나도 괜찮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핵심은 그 소식을 들은 팀의 반응이다.
뛰어난 A가 이직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팀 반응은 대체로 둘 중 하나로 갈린다.
"큰일이다. 나도 떠나야 하는 거 아닌가"
혹은
"아쉽다. 하지만 다음에도 좋은 사람이 오니깐 다시 시작하자"
둘 중 어떤 반응이 우리 조직에서 내는 반응인지가 중요하다.
떠나는 동료에 대한 아쉬움과, 채용 프로세스에 대한 신뢰는 공존할 수 있다.
사람을 교체 가능한 부품으로 보라는 뜻이 아니다.
좋은 사람이 떠나더라도, 이 조직은 다시 좋은 사람을 데려올 수 있다는 시스템에 대한 믿음이 있느냐의 문제다.
그 믿음이 있을 때만 사람의 이탈이 곧바로 조직 전체의 불안으로 번지지 않는다.
물론 채용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보상, 역할의 명확성, 리더십, 사업의 방향도 결국 사람을 남게 하거나 떠나게 만든다.
다만 내가 작년에 절실히 배운 건, "좋은 동료를 채용해야 한다"는 말의 의미가 생각보다 훨씬 더 넓다는 것이다.
리더 입장에서 채용은 일을 맡길 수 있는 사람을 확보하는 행위처럼 보인다.
하지만 팀원 입장에서는 전혀 다른 의미가 된다.
중요한 동료가 떠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팀원들 마음속에는 하나의 질문이 생긴다.
"다음에 오는 사람도 좋은 사람일까?"
그 질문에 "그래, 이 팀은 늘 좋은 사람을 데려왔잖아"라고 답할 수 있는 팀과,
"그건 모르겠다"고 불안해지는 팀의 차이는 크다.
전자의 신뢰는 우연히 생기지 않는다.
- 급하다는 이유로 기준을 쉽게 낮추지 않는다.
- 스펙이 좋아도 팀과 맞지 않으면 채용하지 않는다.
- 왜 채용했고 왜 보류했는지 기준과 판단 맥락을 팀 안에서 일관되게 공유한다.
이런 경험이 반복될수록 팀은 "이 조직은 채용을 제대로 한다"는 감각을 갖게 된다.
이 팀의 최고의 복지는 '지금' 있는 동료만이어서는 안 된다.
'지금'도, '앞으로'도 좋은 동료가 계속 합류할 거라는 믿음이 복지가 되어야 한다.
좋은 동료는 언제든 떠날 수 있다.
좋은 채용 프로세스와 그에 대한 신뢰는 조직 안에 남는다.
그걸 나는 작년에, 꽤 비싼 수업료를 내고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