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벽돌
얼마 전에 올린 유튜브 영상에 이런 댓글이 달렸다.
"침대에 누워서 영상을 보다가, 울컥 한 것도 처음이네요.
결국 못 참고 집 밖에서 '끅끅' 애써 참아가며 울다가 들어왔습니다."
요즘 개발자들 사이에서 불안 이라는 단어가 자주 보인다.
공부를 하고는 있는데 이게 맞는 건지 모르겠고, 열심히 하고 있는데 성장하고 있는 건지 느껴지지 않는다.
밖에서는 AI 때문에 점점 더 개발자의 자리가 없을거라고, 지금 하고 있는 노력들이 무용지물이 될 거라는 이야기가 계속 돈다.
빵집 압축 프로그램을 만드신 양병규 개발자님이 이스터에그로 자신의 생각을 숨겨놓은 내용이 있다.
마침 이 내용이 클리앙에도 올라와 있어서 공유하고 싶었다.
한강 강바닥에 벽돌을 쌓는다.
강변이 아니라 강바닥이다.
헤엄쳐서 내려가서, 벽돌 한 장 놓고 올라온다.
나와서 보면 당연히 아무것도 안 보인다.
다음 날도 한 장, 그 다음 날도 한 장.
사흘이고 열흘이고 한 달이고, 매일매일 벽돌을 쌓아도 수면 위에서는 아무 변화가 없다.이쯤 되면 의심이 생긴다.
이걸 계속 해야 하나.
의미가 있긴 한 건가.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포기한다.근데 포기하지 않고 계속 쌓으면, 열흘이고 한 달이고 1년이고 2년이고, 언젠가는 그 벽돌이 수면 위로 올라온다.
그때부터는 벽돌 한 장을 쌓으면 한 장이 쌓인 게 보인다.
내 눈에만 보이는 게 아니라 남들 눈에도 보인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그때부터 재밌어진다는 거다.
쌓는 대로 올라가는 게 보이니까.
대학교 4학년 2학기부터 5학년 2학기까지 1년 반을 취업 준비했다.
SI 회사에 들어가서도 매일 6시에 일어나서 8시 전에 출근해서 한 시간이라도 공부했다.
이직한 뒤에도 계속 공부했다.
회사에서 잘하지 못했으니까.
그때는 내가 성장하고 있는 건지 아닌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방향도 못 잡겠고, 옆에 있는 개발자들에 비해서 부족한 건 분명했고.
근데 계속 쌓았다.
그러다 어느 날부터 사람들이 나보고 잘한다고 하더라.
그때부터 공부한 만큼 실력이 올라가는 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한번 그게 느껴지니까, 안 해도 될 때도 하게 됐다.
재밌으니까.
댓글 중에 공감되는 이야기가 있었다.
"사람마다 수심이 다르다는 말 듣자마자 마음 속에 울림이 생기고 다시 용기가 생겼습니다."
우리가 회빙환 웹툰 주인공처럼 눈앞에 스탯 창이 떠서 경험치가 쌓이는 게 보이면 아무도 포기 안 할 거다.
올라가는 게 보이니까.
근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보이지 않는데 쌓이는 건 분명히 있다.
각자가 빠져 있는 수심이 다르다.
누군가는 3년 만에 벽돌이 수면 위로 올라오고, 누군가는 5년, 누군가는 7년이 걸릴 수도 있다.
지금 쌓고 있는 벽돌은 보이지 않지만, 사라지지도 않는다.
그러니까 오늘도 벽돌 한 장 쌓으면 된다.
안 보여도 괜찮다.
분명 쌓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