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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벗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군 제대 시점에 맞춰 운전 면허증을 취득했다.
당시에는 "남자는 무조건 1종 보통"을 따야 하는 분위기였다.
수동 변속기 차량도 운전을 할 줄 알아야만 하는 시대였기 때문에 스틱(수동변속기) 운전을 배워야만 했다.
왼발 클러치, 오른발 브레이크/액셀, 왼손 핸들, 오른손 기어 조작.
시동 꺼짐 방지를 위해 클러치를 천천히 떼는 반클러치 기술이 핵심이었다.
꾸역꾸역 운전 연수를 받아서 취득했지만, 나에게는 너무 불편한 경험이었다.
면허증을 발급받은 이후로는 한 번도 운전대를 잡지 않았다.
버스, 택시, 기차를 타면 양손과 양눈이 자유로우니 맘껏 책도 보고, 편하게 잠도 잘 수 있어서 거의 17~18년 정도 장롱 면허를 유지한 셈이다.
그러다 최근 테슬라의 FSD 영상들을 봤다.
부산의 복잡한 길에서도 자율 운전과 주차가 잘 되는 것을 보고 세상이 많이 발전함을 느꼈다.
수동에서 자동 변속기로 넘어오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운전을 할 수 있게 되었다.
FSD가 보급되면 아마도 더 많은 사람들이 운전에 참여할 것이다.
나처럼 수동 변속기에 좌절했던 사람들도 운전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FSD가 보급되고 발전함에 따라 기본적인 운전에서 필요한 지식들은 거의 없어지겠지만, 더 잘하기 위한 공부는 여전히 필요할 것이고, 더 디테일한 배움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래도 그건 수동 변속기 시절에 비하면 허들이 덜할 것이다.
물론 줄었다는 것이 없어졌다는 의미는 아니다.
여전히 도로 위의 상황을 판단하고, 예외 상황에 대처하며, 차량의 상태를 이해하는 것은 운전자의 몫이다.
FSD가 99%를 처리해준다 해도, 그 1%의 순간에 대응할 수 있는 것은 운전에 대한 이해가 있는 사람뿐이다.
AI가 코드를 작성해주는 시대가 왔다.
Claude Code, Codex, Copilot 등 AI 코딩 도구들은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사실 이 책의 AI 챕터를 보면 지금의 도구들과 비교했을 때 갸우뚱한 부분이 있다. 그만큼 책을 쓰기 시작한 시점과 현재 사이, 그 짧은 시간 동안에도 AI 코딩 도구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발전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AI가 코드를 다 짜주는 시대에, 프로그래머는 더 이상 배울 필요가 없는 것일까?
이 운전의 발전 과정이 프로그래밍 도구의 발전과 맞닿아 있는 것 같다.
FSD가 운전을 대신해줘도 운전을 배워야 하듯이,
AI가 코드를 대신 짜줘도 프로그래밍을 배워야 한다.
AI가 생성한 코드가 맞는지, 틀린지 판단하는 것은 여전히 우리의 몫이다.
예외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할지, 아키텍처를 어떻게 설계할지, 비즈니스 로직을 어떻게 풀어낼지는 결국 사람이 결정한다.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문제를 정의하고 결과에 책임지는 것은 사람의 몫이다.
4부-미래를 제외하고 이 책을 보다 보면 그간의 프로그래밍 발전 과정 속에 있는 디테일의 역사들을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발전 과정은 필연적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프로그래밍에 입문할 수 있게 해주었다.
본론이 시작되는 모든 챕터가 재밌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나 p.32부터 p.36의 "우리는 누구인가" 는 꼭 읽어보고 뒷 이야기들을 보길 추천한다.
우리는 디테일을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디테일 속에서 기쁨을 느끼고, 디테일 강물을 거슬러 헤엄치며, 디테일의 늪과 수렁을 기꺼이 헤쳐 나가는 사람입니다.
책에서는 빨간 선을 그리고 싶은 창업가 지미의 이야기가 나온다.
지미는 "화면에 빨간 선 하나만 그릴 수 있다면 억만장자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막상 그 빨간 선을 어떻게 그릴지 생각하기 시작하면...
- 빨간 선은 빨간 점들로 이루어진다
- 각 점은 좌표를 가진다
- 점 하나로는 선이 너무 얇아 보이지 않는다
- ...
한 시간 동안 점만 생각해도 문제의 겉면만 살짝 건드린 것뿐이다.
지미는 더 이상 이런 생각을 하고 싶지 않다.
그런 건 프로그래머한테 맡기면 된다.
지미는 그런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쓰고 싶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다르다.
우리가 진짜로 사랑하는 것은 그 작디작은 수많은 디테일을 하나하나 조합해서 빨간 선을 만들어내는 그 도전 자체입니다.
수동 변속기에서 자동 변속기로, 자동 변속기에서 FSD로 발전하면서 운전이 쉬워졌다.
그 덕에 더 많은 사람들이 운전을 하게 되었고, 자동차 산업은 더 커졌다.
프로그래밍도 마찬가지다.
AI 도구가 발전할수록 프로그래밍의 진입 장벽은 낮아진다.
하지만 그것이 프로그래머의 종말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소프트웨어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의 범위가 넓어지면서, 더 많은 프로그래머가 필요해질 것이다.
자동차, 운전을 전혀 배우지 않은 아이에게 FSD 차량의 운전석을 줄 수 있을까?
FSD 시대에도 운전을 아예 배우지 않고 운전석에 탑승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AI 시대에도 프로그래밍을 배워야한다는 것은 여전히 중요하다.
도구는 바뀌어도, 디테일을 사랑하고 그 속에서 답을 찾아내는 우리의 역할은 변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이 디테일을 피하려고 하는 한,
그 디테일 속으로 뛰어드는 우리 같은 사람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우리 프로그래머의 정체성이라고 엉클 밥은 이야기한다.
AI로 인해 프로그래머가 필요 없어지는 게 아니냐고 걱정하는 분들에게 엉클밥은 그렇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누군가 나에게 AI 시대에도 왜 프로그래머가 필요한가요? 라고 물어본다면 그간 얼마나 많은 프로그래밍 도구들이 발전을 해왔는지, 그리고 그 발전의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프로그래머가 더 많이 필요하게 되었는지를 사실로서 이야기해줄 수 있는 책이 생겼다.
지금 AI로 인해 불안함에 빠져 있는 분들이라면, 그동안의 프로그래밍의 흐름이 궁금했던 분들이라면 이 책을 꼭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