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회가 되어서 개발자의 커리어에 관한 발표를 했다.
발표 주제는 "탐욕 알고리즘처럼 너무 각 단계별로 최적화된 선택을 하느라 전체 최적화를 놓치는 우를 범하지 말라" 였다.
(이에 관해서도 따로 글로 쓸 예정이다.)
그 발표에서 "좋은 경험과 나쁜 경험은 없으며, 좋은 태도와 나쁜 태도만 있는 것 같다" 라는 이야기를 드렸다.
발표가 끝나고 QnA 때 "그럼 좋은 태도와 나쁜 태도를 가르는 기준이 어떻게 되나요?" 라는 질문을 받았다.
미리 생각해둔 질문은 아니였어서 곰곰히 생각해보고 나서 다음과 같이 답변 드렸다.
"지금 주어진 이 일이 커리어에 도움이 되냐/안되냐를 끊임없이 판단하는 건 좋은 태도가 아닌 것 같다.
커리어에 도움이 안되는 일이면 잘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게 된다.
그러면 결국 그 일은 도움이 안되는 경험으로 마무리 된다.
반면, 그 일이 커리어에 도움이 될지 안될지 상관없이 이 일을 잘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만 생각한다면 그게 어떤 경험이든 이후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
좋아하는 일을 선택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주어진 일 그 자체를 좋아하는 것이 좋은 태도인 것 같다.
그리고 그 일을 좋아하려면, 그 일을 잘해야하는데, 잘하기 위한 노력 과정들이 결국은 좋은 경험으로 갈무리 되는 것 같다."
여러 채널을 통해 개발자분들의 고민을 듣다보면 "미래에 내가 가고 싶은 회사, 하고 싶은 직무를 정해두고" 현재의 경험을 설계하는데 거기서 불일치하는 경우가 생기면 불행하다고 느끼는 경우를 많이 봤다.
- 합격한 회사가 풀스택을 원하는데 저는 백엔드 개발자가 되고 싶어서 백엔드만 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회사에 계속 지원해보려고요.
- 네이버 백엔드 개발자로 취업하고 싶은데 현재는 SI 회사여서 프론트엔드, 인프라 등 여러가지를 다 하고 있어서 고민이다.
- 빅테크 개발자로 이직할 계획인데, 현재는 스타트업이라 MSA, k8s 같은 경험을 못해보고 있다. 회사에선 저런 환경으로의 개선 일정을 전혀 주지 않아서 고민이다.
- 실시간 유저 트래픽을 받아보고 싶은데, 회사에선 계속 내부 어드민 개선 일감만 주어서 고민이다.
내가 생각한대로 최적화된 선택만 할 수 있는 환경은 잘 없다.
주변의 좋은 시니어 개발자분들을 보면 생각보다 생각한대로의 커리어 패스를 순차적으로 밟아오신 분들은 많지 않았다.
그렇지만 어느 일정 궤도에 오르신 선배들을 보면 대부분 "본인은 운이 좋아서 좋은 경험들을 많이 했고, 덕분에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라고 이야기 하신다.
대부분은 우연한 기회로 새로운 일을 맡게 되고 , 그 일 자체를 잘하기 위해 노력하던 과정에서 새로운 경험을 얻게 되고, 그 새로운 경험으로 새로운 기회를 얻게되는 그런 과정들을 많이들 겪으셨다.
시간이 지나고보니 그게 좋은 경험인 것을 알 수 있는 것이지, 시작하는 단계에서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어떤 경험을 선택하기 전에 이게 나한테 좋은지 아닌지를 너무 길게 판단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어떤 경험이든 그걸 잘 하기 위한 생각만 바꾸어도 그건 전부 다 나에게 도움이 되는 경험이 되는 것 같다.
그런 면에서 늦깎이 천재들의 비밀 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