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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정리

신입 엔지니어를 채용하는 것

by 향로 (기억보단 기록을) 2024. 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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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쉬는 중 다음과 같은 링크를 공유 받았다.

글을 읽어보면 시니어를 뽑지말아야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시니어만으로 팀을 꾸릴려고 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를 한다.
대체적으로 내용에 꽤 공감을 했다.
특히 "ambition, character and brains have little to do with experience." (야망, 성격, 두뇌는 경험과는 거의 관련이 없습니다.) 는 매우 공감이 갔다.

글을 읽다가 소라의 날개 10권에서 주인공 팀과 겨룬 신죠 토와 고교 농구부가 생각이 많이 났다.
신죠 토와 고교 농구부는 다카하시와 코지마 2명의 학생이 입학을 하면서 농구부가 없던 학교에 농구부를 신설하고, 부원들을 모집하면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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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무명 농구부에 합류할 학생들은 아무도 없었고, 매일 2명이서만 농구를 하던 중, 중학생 코치 기회가 생겼다.
교내에서는 농구팀에 합류할 사람들이 없으니 다카하시는 이 중학생들이 본인의 학교에 입학을 하는 시점을 기회로 보고 가르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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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신입생, 그리고 이녀석들이 들어왔을때 사이죠도 기타스미도 겁날것 없는 그런 팀으로 만들고 싶어" 라는 이 말이 나에겐 굉장히 와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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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2명은 주인공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이들이 한 선택은 작은 팀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선택지가 아니였을까 생각해본다.

  • 팀 내 경험자는 본인을 포함해서 단 둘밖에 없는 상황
  • 팀에 합류할 농구 경력자는 기대할 수 없는 상황
  • 그런 상황에서 인터하이라는 꿈의 무대를 목표로 하는 당사자들

그럴때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 지금은 경험(경력)자가 아닌 이들을 가르치고
  • 이들이 충분히 성장하면서 팀을 같이 만들어 나가는 것

물론 우여곡절도 많다.
이렇게 가르친 중학생들 중 가장 재능있다고 생각한 1명이 타 고등학교로 진학한 것이다.
그렇지만 그에 대한 아쉬움을 전혀 표현하지 않고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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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내 인터넷 프로필에 사용되던 짤이 이때 장면 중 하나이다.

본인들이 가르치던 중학생들 중 가장 잘했던 친구 2명은 모두 각자의 고등학교에서 1학년때부터 주전 선수급으로 활약한다.
재밌는 점은 이 학교의 농구부를 시작했던 2명인 다카하시와 코지마는 졸업후에도 무명의 대학교에 진학하여 거기서도 제로에서 다시 시작한다.

3년차 미만의 주니어 혹은 신입 엔지니어를 채용하면 그만큼 이들이 성장할때까지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잘성장한 주니어 엔지니어가 결국 다른 회사로 이직할때의 실망감도 분명히 있다.

다만, 대신해서 시니어 엔지니어를 채용하는 선택지도 쉬운 선택지가 아니다.

  • 회사가 제안할 수 있는 보상내에서
  • 우리가 원하는 기술 스택에서의 충분한 경험을 갖고 있으면서
  • 팀의 문화와 비전에 공감하고
  • 회사의 방향성이나 지시에 시니컬하지 않으면서
  • 좋은 업무 습관을 가지고 있는

이런 조건을 만족하는 시니어를 채용하는 것이 더 어렵다.

모든 조건을 만족하지 못한다면 그럼 무엇을 포기해야할까?
나는 차라리 어떤 기술의 경험을 포기하더라도 좋은 태도, 좋은 커뮤니케이션을 가진 엔지니어를 뽑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력과 상관없이 말이다.

엔지니어로서 욕심, 태도, 커뮤니케이션은 경력과 무관했다.
그리고 욕심과 좋은 태도, 좋은 커뮤니케이션을 가지면서 어느 분야의 일정 수준이상의 경험도 있고, 우리가 생각한 연봉 범위 내에도 있는 그런 유니크한 시니어는 거의 없다.

좋은 태도와 좋은 커뮤니케이션은 사람에 따라 다른 것이지, 경력은 이를 절대 표현하는 기준이 아니였다.
그리고 좋은 태도와 좋은 커뮤니케이션을 가진 사람들은 경력이 없어도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신입 개발자,
이제 막 19살, 20살이 된 어린 분들도 좋은 태도와 좋은 커뮤니케이션을 잘하는 것을 정말 많이 경험했다.
이런 분들을 채용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회사가 제안할 수 있는 보상 내에서", "우리가 원하는 기술 스택에서의 충분한 경험" 이라는 2가지 조건만 만족하고 나머지는 포기한다면 상대적으로 채용이 쉬울 수 있고, 당장의 결과물도 나올 수 있다.
좋은 태도를 가진 주니어를 채용하는 것보다 훨씬 더 확률이 높을 수 있다.

하지만 문화나 태도를 일정 부분 포기하고 채용한 시니어 엔지니어의 비율이 높은 팀을 성장시키는 것이 채용보다 훨씬 더 난이도가 높다.
그리고 그런 팀에는 좋은 주니어가 합류해도, 그 주니어는 어떻게든 경력만 쌓으면 떠나고 싶어한다.

주니어 엔지니어분들의 성장을 믿고 투자하는 것이 가장 ROI (Return on Investment) 높은 방법일 수 있다.

이상하게 좋은 신입/주니어분들과 함께할 기회가 많았다.

2번째 직장에서는 팀에 계신 분들이 모두 떠나서 혼자 남아 낮은 연차임에도 면접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 당시에도 네이버, 다음, 카카오, 쿠팡 등 좋은 회사가 많았기에 우리 회사, 거기에 개발자가 1명있던 우리팀에서 좋은 경력직을 뽑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그래서 대부분 신입 개발자를 뽑았다.
근데 희안하게 그 신입 개발자분들이 모두 좋은 분들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보니 이 분들은 놀라울만큼 뛰어난 엔지니어가 되셨다.

이후에 이직했던 3번째 회사도 마찬가지다.

그 회사에서도 신입 엔지니어분들을 계속 채용했는데, 그 분들도 모두 좋은 분들이었다.
태현님, 우빈님, 시영님이 신입 개발자로 팀에 합류했고, 3개월이 지난 시점부터 온전히 본인의 몫을 다하셨다.
커뮤니케이션이나 협업, 태도 등은 신입때부터 좋은 모습을 보여주셨다.
1년이 지난 시점부터는 팀의 중요 프로젝트도 맡기기 시작했는데, 완성도 있게 프로젝트를 마무리했다.
친절한 문서화 작업까지 진행하여 같이 일한 기획자, 개발자분들은 이직 후에도 함께 일하기 위해 주니어 엔지니어임에도 불구하고 이직 제안을 주시기도 하셨다.

4번째 회사인 현재 역시 주니어분들을 적극적으로 채용했다.
가장 나이가 어린 신입 엔지니어는 05년생이며, 지금 인턴으로 일하는 2명의 엔지니어 분들은 06년생이다.
그 외에도 1년 미만의 신입으로 팀에 합류한 분들이 합류한 분들의 30%가 넘는다.
그럼에도 팀에서 필요한 여러 문제들을 잘 해결해주시고 팀에 잘 공유해주고 계신다.

중요한 것은 신입, 주니어로 합류한 그 분들도 2,3년이 지나면 그토록 모셔오고 싶었던 경력 있는 엔지니어가 된다.
2021년에 채용했던 만 2,3년의 주니어 개발자분들은 이제 만 5, 6년 (즉, 6, 7년차) 엔지니어가 되었다.
신입 혹은 경력이 1년이 안되서 합류했던 분들도 벌써 3, 4년차 엔지니어가 되었다.

신입, 주니어를 적극적으로 채용하고 나서 3년이 흘러보니 4,6년차가 많은 개발팀이 된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1, 2년만에 팀을 떠난 주니어분들도 있다.
아쉽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하지만 떠난 사람들에 대한 생각 보다는 여전히 팀에 남아서 열정적으로 개발하는 분들에 더 집중하고 있다.

절대적인 수치를 비교해보면 결국 떠난 분들 보다 남은 분들이 훨씬 더 많다.
남아 계신 분들과 어떻게 해야 더 재미나게, 더 오래 일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하다보면 주니어 엔지니어분들을 채용하기 정말 잘했다는 생각을 한다.

좋은 팀을 오래 유지하기 위해서는 좋은 태도와 좋은 커뮤니케이션을 가진 분들로 팀을 채워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성장하기 어려운 팀이 된다.

그런 면에서 좋은 태도, 좋은 커뮤니케이션을 가지면서 어떤 특정 기술의 경험을 비롯한 여러 조건까지 추가로 맞는 시니어 엔지니어를 채용하는 것은 정말 난이도가 높다.
그러니 좋은 태도와 좋은 커뮤니케이션을 가진 주니어 엔지니어 분들의 채용을 좀 더 적극적으로 하고, 이 분들을 어떻게 하면 빠르게 팀에 적응시킬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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