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생각정리

미국가서 중국어 공부하지 않기

by 향로 (기억보단 기록을) 2023. 8. 17.
반응형

빅테크 회사분들의 시니어분들과 사석에서 만날때와 스타트업으로 이직하신 시니어분들을 만날때 서로 대화의 주제가 다름을 체감한다.
예를 들면, 우리팀의 주니어가 평균 레이턴시 1초인 API를 0.1초로 개선했다 를 이야기한다고 하면
여전히 빅테크에 계신 분들은 그 주니어가 기술적으로 뛰어난 사람임을 이야기하고, 어떻게 개선했는지가 주력이라고 한다면,
스타트업으로 이직하신 시니어분들은 "1초인데 왜 개선하지…?" 라는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다.
두 그룹의 시니어분들 다 몇년 전까지는 비슷한 규모의 회사를 다녔음에도 말이다.


하루 수백만 ~ 수천만건의 호출이 발생하는 API이기 때문에 이를 0.1초로 개선한 것은 서비스 전체적인 개선이니 당연히 그 시기의 개발팀에 있어서는 정말 중요한 작업이다.
그리고 2년전까지만 해도 나 역시 이 부분에 정말 많은 집중을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지금 같이 자원이 한정적이고, 그 한정된 자원을 어디에 사용하는게 좋을지 고민해야하는 스타트업에 있을때는 사용자분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거나 서비스 전체의 장애가 날 정도의 문제가 아니라면 API의 성능 개선은 우선 순위에서 굉장히 멀리 있다.
그 한정된 자원은 가능한 고객이 가장 체감을 느낄 수 있는 작업을 해야만 한다.
그리고 그건 보통 성능 개선은 아니다.


인프랩(인프런) 이직 전에 리더 한분과 대화를 나누던 중 "동욱님은 시리즈 A 혹은 그 전 단계의 스타트업에는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 라고 하셨다.
당시의 나는 좋은 코드, 좋은 아키텍처를 선택하고, 성능 개선하는 것에 동기부여가 되는 사람이고, 정제된 프로세스 안에서 차근차근 진행되는 것을 선호했다.
그리고 보통 시리즈 A 전후 스타트업에서는 그렇게 일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프랩 이직 후, 배민 물 빼는데 6개월 걸린것 같다고 지인들에게 자주 이야기 했다.


큰 회사에 계시다가 스타트업으로 이직한 지인들 역시 이것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다.
그래서 아직 서비스 출시도 안했는데, 샤딩부터 먼저 설계한다거나 서비스 분산부터 시작하는 지인이 보이면 항상 주의를 준다.
"지금 만들고 있는 그 서비스 6개월 준비하고 3개월만에 접힐 수도 있다. 그러니 한달만에 출시해서 최대한 잦은 개선 주기를 가지는걸 추천한다" 의 이야기를 드리면 그 당시에는 공감을 못하시다가, 나중에 가서 꼭 공감해주셨다.



요즘 어떻게 하면 대규모 트래픽 경험을 쌓을 수 있는지, 좋은 아키텍처 경험을 쌓을 수 있는지 고민하시는 스타트업 개발자분들의 고민을 많이 듣는다.
그때마다 스타트업에서 쌓아야할 경험은 그런 것이 아니다 라고 말씀드린다.
스타트업에서 가장 크게 경험할 수 있는 부분은 조직의 단계별로, 조직이 가능한 역량으로, 문화, 시스템, 프로세스를 제로에서 만들어가는 경험이다.
빅테크처럼 거대한 아키텍처, 대규모 트래픽을 대비한 설계, 확장성을 고려한 분산환경 구성 등이 아니다.
반대로 일정규모 이상의 회사에 속해있다면 해당 문제를 미래의 확장성까지 고려해서 가장 이상적인 해결 방법을 선택하고 적용하는 경험을 쌓을 수 있는 반면에 스타트업처럼 극도로 단축된 의사결정 단계에서 신속하게 MVP 출시와 반복 주기를 가져가는 것은 경험하기가 어렵다.

각자가 얻어갈 수 있는 경험의 카테고리가 다르기 때문에 내가 속해 있는 단계에 따라 가장 많이 얻어갈 수 있는 경험에 집중해야한다.

미국 유학가서 중국어 공부하고 있다면 얼마나 이상한가.

마찬가지로 내가 속한 회사가 어느 단계에 있는지를 보고, 그 단계에 맞는 경험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소규모 스타트업에 있으면서 빅테크에서의 경험을 시도하려고 하거나 빅테크에 있으면서 소규모 스타트업에서의 경험을 시도하려고 한다면 경험치 효율이 좋지 못할 것이다.

물론 컴포트존에 머물면서 적정 기술이란 단어를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되는 것은 조심해야한다.
다만, 내가 지금 원하는 경험이 지금 회사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얻어갈 수 있는 것인가 아닌가에 대한 고민은 꼭 필요하다.

그리고 그게 아니라면 선택해야한다.
그 경험을 얻기 위해 이직을 하던가,
지금 속해 있는 곳에서 얻을 수 있는 경험을 본인의 것으로 만드는 것에 집중하던가.

무엇이 되었든, 내가 속한 환경에서 가장 적합한 경험에 집중하자.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