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이 아닌데 어떻게 주인의식을 가지죠
최근 독서 모임에서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다.
"주인이 아닌데 어떻게 주인의식을 가질 수 있죠?"
이 질문은 구직자나 팀원이 아닌, 창업을 준비하는 예비 대표님의 질문이셨다.
그간의 직장 생활 경험으로 오너십을 가진 팀원은 유니콘과 같은 환상속에만 있는 것은 아닌가? 이런 사람들을 채용할 수 있을까? 보통의 팀원들에겐 어떻게 오너십을 가지게 할 수 있을까? 등에 관한 질문이셨다.
이 질문에 대한 여러 사람들의 답변이 있었는데,
바로 옆자리에 계셨던 태일님의 답변이 너무 좋았다.
"집 주인이 아닌 세입자로 살고 있어도 우린 그 집을 깨끗하게 가꾸고 꾸민다.
그게 주인의식이라고 생각한다."
짧은 한 문장이였지만 굉장히 크게 와닿았다.
전세/월세를 살다보면 어차피 내 집도 아닌데, 그냥 대충 살고 관리 안하고 있다가 떠나면 그만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작은 못질 하나 하려면 집 주인 허락을 받아야하고, 내가 원하는대로 인테리어 하려면 집주인의 양해가 필요하다.
내가 원하는대로 100% 할 수 없고, 대부분의 작업은 집주인의 허락을 받아야만 한다.
그럼에도 2년 후면 떠날 공간을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집을 청소하고 깔끔하게 관리한다.
주말마다 화장실 청소를 하고 청소기를 돌리고 물걸레질을 한다.
이 집을 아무리 깔끔하게 꾸미고 관리를 해도 내 집이 되는 것은 아닌데도 말이다.
왜 그럴까?
나는 이 집에서 거주하는 기간 동안 만큼은 집에 들어왔을때 편안하고, 행복한 충만감을 느끼며 살고 싶었다.
집에만 들어오면 스트레스를 받는 그런 상황 보다는
집에만 오면 스트레스가 풀리고 정말 쉰다는 느낌을 받는 그런 공간이 되었으면 했다.
그게 설령 내 집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2년 혹은 4년간 이 집에서 거주해야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그렇다면 "내가 주인은 아닌 이 집에서 그 기간 동안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 에 대한 선택만 있을 뿐이다.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고, 퇴근 후 어서 빨리 가고 싶고, 주말에도 나가지 않고 계속 쉬고 싶은 집"과
"더럽게 어질러져있고, 퇴근 후 돌아가고 싶지 않고, 주말에 어떻게든 밖으로 나가고 싶은 집" 이 중에서 어디서 거주하길 원할까?
몇년을 어떤 형태로 거주하고 싶은지는 본인이 선택할 수 있다.
회사 생활도 비슷한 것 같다.
1인 기업가, 프리랜서 등을 하지 않는 이상 우리는 어딘가에서 속해서 일을 해야한다.
그리고 하루의 절반은 속한 회사에서 보내야하며 그걸 몇년간 지속해야한다.
그렇다면 나는 과연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에 대해 선택해야한다.
썩 마음에 드는 집은 아니지만, 그래도 하루에 1/3 ~ 1/2를 있을 공간이니 그 안에서 최대한 만족도가 높은 생활을 하기 위해 노력할 것인가,
어떻게든 빨리 떠나고 싶은 공간으로 대할 것인가
를 선택할 뿐이다.
어차피 뭘 한다고 나한테 돌아오는 것도 없는데 그냥 대충하자 라고 할 수록 만족도는 계속 떨어졌다.
집 청소, 설거지를 하지 않고 방치해둔 집에서 생활하듯이.
회사가 아닌 나를 위해서 더 좋은 환경으로 바꿔나가자라고 생각하고 대할수록 만족도가 높아졌다.
깨끗해진 내 집처럼.
내가 주인이냐 아니냐는 크게 상관이 없었다.
주인의 여부와 관계 없이 내가 이 공간에서 몇년간을 어떤 형태로 대할 것인가, 어떻게 해야만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까 고민하고 실행하는 것만이 중요했다.
그리고 채용은 룸메이트를 뽑는 것과 비슷하다.
나는 깨끗하게 이 집을 사용하는데, 룸메이트는 설거지도 하지 않고 화장실도 더럽게 사용한다면 그 집에서 살고 싶을까?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같이 사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으면 결국 그 집을 떠나고 싶을 뿐이다.
그러니 룸메이트를 뽑을때도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을 뽑고 싶어한다.
주말마다 깨끗하게 청소할때마다 시니컬하게 "어차피 우리집도 아닌데 왜 청소하세요? 내년에 나가실거잖아요" 라는 사람들도 가득찬 공간에서 거주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그러니 이 집을 함께 이쁘게 가꿔나갈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해야한다.
만약 그런 사람들이 아니라면 떠나던가 이끌던가 선택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