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도 회사의 조직원이다" 를 보고
최근에 배기홍 대표님의 아래 글을 보았다.
배기홍 대표님의 글은 항상 생각할거리를 던져주셔서 재밌게 보는데, 이번 글은 요즘의 불황시기에 겹쳐서 많이 언급되는 주제라 한번 더 생각하게 되었다.
글은 개발자가 아닌 VC 분들이나 대표님 혹은 조직의 리더라면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는 주제인 것 같다.
핵심으로 생각되는 문장은 다음과 같다.
어떻게 생각해 보면 너무나 당연한데,
우리 주변, 또는 우리 회사의 많은 개발자들이 그냥 본인들이 풀고 싶은 문제를 풀고, 본인들이 개발하고 싶은 기능을 개발하고, 기술적으로 어려운 문제를 코드로 미화하고 싶어 한다.
단순히 엔지니어링 측면에서 보면 이게 대단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이런 결과물들이 회사의 경영진들이 설정한 핵심 지표와 연관 없다면,
이들은 조직에 전혀 기여하지 못하고, 오히려 스타트업을 좀 먹고 있는 존재들이다.
...
이런 지적을 받았지만, 개선되지 않는다면 이런 분들은 회사에서 해고해야 한다.
개발자들도 회사의 조직원이고, 모든 스타트업 조직원의 목표는 단 하나다.
좋은 제품을 만들어서 돈을 버는 것이다.
...
우리 같은 투자자는 좋은 개발자에게 투자하는 것도 아니고, 좋은 기술에 투자하는 것도 아니다.
이 기술과 개발력이 만들 좋은 비즈니스의 가능성에 투자하는 것이다.
비즈니스와는 상관없는 코딩과 기술에만 집착하는 사람들은 회사에서 일하지 말고 그냥 학교에서 공부하거나 연구소에서 연구하는 걸 권장한다.
우리는 이 코드가 만드는 제품, 그 제품이 만드는 사업, 그리고 그 사업이 만드는 매출에만 관심 있다.
나도 당연히 팀원일때는 이런 이야기가 보이면 감정적이게 되고, 방어적인 태도를 취했다.
- 개발자들이 이야기하는 리팩토링에 대해서 경영진이 너무 중요성을 모른다던가
- 정말 그렇게까지 사업의 방향성을 이해못하는 순진무구한 개발자가 세상에 얼마나 된다던가
- 일부의 사례를 가지고 직군 전체를 다 매도하고 있다던가
등등의 일단 부정적인 감정부터 들었다.
하지만 매니저 역할을 하고나서부터는 이런 주제에 대해서 좀 더 드라이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류의 개발자라면 당장 해고해야한다" 와 같이 문장이 날 서있는 것 같아도 그럼에도 전달하고자 하시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히 이해가 된다.
그리고 "이런건 왜 개발직군이 대상일때가 많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모든 직군이 제품과 사업에 이득이 되는 일을 해야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다만 개발직군은 그 특성상 개발자 작업물 내부의 비효율을 개선하는 작업이 실제 제품과 사업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증명하기가 어렵다.
그러다보니 기술과 사업, 제품에 두루두루 이해도가 있고 다른 C레벨과 합리적으로 의견을 나눌 수 있는 CTO가 있는 조직을 대부분 선호한다.
이런 CTO가 있는 조직과 아닌 조직은 의사 결정 과정이 크게 다를 수 밖에 없고, 좋지 못한 경험을 한번이라도 해본 실무자들은 가능한 CTO가 있는 조직에 합류하려고 한다.
근데 이게 꼭 개발 직군에만 해당할까?
조직 전반의 사업적 방향과 맞지 않는 자신만의 취향을 고집하는 PM, PO도 계시고,
본인의 디자인 취향에 매몰된 디자이너 분들이 계시고,
그로쓰 도구와 방법론에 심취한 마케터, 데이터 분석가 분들도 계신다.
요즘 주변 스타트업의 여러 직군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이 지점이 항상 궁금하다.
그리고 함께 일했던 타 직군분들은 나를, 그리고 우리팀을 어떻게 평가할지도 궁금해졌다.